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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 차원 유방절제술 “용기있는 선택” VS “삶의 질 고려, 신중”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5-16 11:54:41
  • 수정 2013-05-24 11: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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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력 있는 보인자는 주기적 검진 필수 … 절제술은 면밀한 상담, 예방적 약물치료 후 고려해야

할리우드의 여배우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암 예방 차원의 유방절제술 시행과 관련, 그 타당성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유방암으로 인한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감한 선택을 했다는 시각과 남은 삶의 질을 생각할 때 무모했다는 반론이 양립한다. 이와 관련한 의학적인 내용을 국내 전문가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국립암센터는 16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BRCA1, BRCA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60~80%에 달하게 된다”며 “양쪽 유방에 암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질 뿐 아니라 난소암 발병 확률도 20~30%로 증가한다”고 밝혔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한다.

BRCA1 유전자는 유방과 다른 조직에서 손상된 DNA를 수리하거나, DNA 수리가 실패해 생긴 잘못된 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BRCA1 유전자가 손상 또는 변이되면 암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즉 암 억제기능을 상실해 유방암 뿐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까지 초래한다.
졸리에게서 발견된 ‘BRCA 유전자’의 변이는 그녀의 어머니가 유방암 또는 난소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졸리에게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용했기 때문에 졸리가 자녀와 가족을 위해 유방을 절제할 것으로 국내 의사들은 추측하고 있다.

졸리의 경우 가족력이 의심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은 유방암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남성에게도 마찬가지다. 흔히 남성은 유방이 없기 때문에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더라도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아도 믿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가족력이 의심된다면 남성도 유방암 및 전립선암에 대한 주기적 검진이 필요하고, 유전자 검사도 고려해봐야 한다.
가족력은 유전자 뿐 아니라 같은 환경에서 생활함으로써 특정 암 발생 유전자를 이어받지 않더라도 가족이 걸린 동일한 암에 걸릴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방암의 경우 가족력이 있는 여성 중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사람을 ‘보인자’라 한다. 보인자는 암의 예방과 조기 검출을 위해 주기적으로 유방 전문의의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난소암 검진을 받는 게 추천된다. 이들은 상담을 통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될 경우 혈액을 채취해 DNA 염기서열을 해독해 BRCA 유전자를 분석한다.

졸리의 수술에 대한 국내 유방암 전문의들은 ‘굳이 원하면 수술할 수는 있지만 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멀쩡한 위를 잘라내는 것이나, 유방암 위암 걸릴 확률이 높아고 아직 암이 생기지 않는 유방을 잘라내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으며 의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중요하다.

박해린 차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예방적 차원의 유방 완전 절제술은 우리나라에서 시도된 적은 있지만 거의 드물다”며 “수술을 해도 유방암은 완전히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6개월마다 초음파검사 등을 더 철저히 하는 게 이롭다”고 말했다.

유방암은 난소암·대장암과 함께 가족력이 강한 암이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무조건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BRCA1 또는 BRCA2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된 경우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90세까지 80% 수준으로 올라간다. 또 난소암의 발병 확률을 BRCA1 유전자 변이는 55%까지, BRCA2 유전자 변이는 25%까지 높힌다.  BRCA1 유전자 변이는 인종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박 교수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유전자 이상이 원인인 비율은 6~7% 수준이며 나머지는 여성호르몬이나 음식, 출산 기피, 술, 담배, 고지방식 등으로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립암센터 측은 “예방적 유방절제술 및 난소절제술은 BRCA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예방법”이라며 “하지만 모든 보인자에게 이 방법을 적용할 필요는 없으며 선택적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유방 및 난소 절제술은 환자나 가족이 느끼는 불안의 정도 등을 고려해 유방암 및 난소암 전문의와 면밀한 상담 이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졸리는 난소암 예방 차원에서 난소를 추가적으로 적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따라서 유방 절제 전 식이요법과 규칙적인 운동을 시행하고, 정기적인 유방암 예방검진을 받으면서, 필요하면 타목시펜 등 항에스트로겐 제제(아로마타제 억제제, aromatase inhibitor)을 투여해 유방암의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도 있다.  

어머니나 자매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혈액검사를 통해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비용은 80만원 안팎이며 가족력이 있다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RCA1·2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여성의 약 0.2%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유럽보다 비율이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영 서울대병원 암병원장은 “유전자 검사와 분석이 점차 활성화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졸리의 선택이 패션처럼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어느 쪽을 선택할 지 사회에 중요한 숙제를 남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도 “아직 암이 생긴 것도 아닌데 유전자 확률만으로 절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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