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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나 졸리가 선택한 ‘유방절제술’ 왜?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3-05-15 10:43:30
  • 수정 2013-05-21 17: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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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력과 유방암 관련 유전자 발견으로 차선의 선택 … 미국에선 흔하지만 한국 실정엔 안 맞아

14일 뉴욕타임즈에 게재된 안젤리나 졸리의 칼럼 '나의 의학적 선택'에 실린 삽화 (뉴욕타임즈 캡처)

할리우드 톱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39)가 유방암·난소암 예방차원에서 양쪽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졸리는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에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그녀는 칼럼에서 “10여년 동안 암으로 고생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을 결심했다”며 “아이들에게 유방암으로 엄마를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수술은 암 치료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주목할 점은 ‘예방 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졸리가 수술을 결심한 것은 주치의로부터 유방암·난소암 발병 확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다. 유전적으로 유방암을 일으키는 BRCA1(17번 염색체 장완)유전자가 변이돼 유방암 발병 확률이 87%였고, 난소암에 걸릴 확률도 50%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유전자변이에 의한 유방암 발병은 상대적으로 흔치 않고 BRCA1·BRCA2유전자가 변이된 여성이 유방암에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체적으로 유방암 발병 유전자인 BRCA1 또는 BRCA2가 양성인 여성은 65%가 유방암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아무리 발생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졸리는 여성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예방 차원의 유방절제술 효과는 확실히 있다. 졸리의 경우 유방절제술을 받음으로써 유방암 발병률이 5%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발병 확률이 높다고 해서 졸리처럼 유방절제술을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성의 유방은 여성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부분도 있어 조심스럽다.

국내의 경우 유방암 발병확률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유방절제술을 권하지 않는다. 아직 ‘예방 차원’의 유방절제술도 생소하다. 백남선 이화여대 여성암병원장은 “미국에서는 예방 차원의 유방절제술이 종종 시행된다”며 “특히 가족력이 있을 경우 유전자검사를 실시해 암을 유발하는 BRCA1, BRCA2 유전자가 양성으로 나왔을 때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 병원장은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유방암이 100%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보통 항호르몬제 치료를 먼저 선택하고, 유방암을 예방하는 식단과 생활지침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졸리의 유방절제술은 그녀의 향후 커리어에도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지난 2월 8시간에 걸쳐 유방절제술을 받은 뒤 9주가 지나 유방재건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은 비밀로 하고 치료기간 동안 일과 치료를 병행했다. 유방절제술이라고 해서 유방 전부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졸리가 받은 수술은 ‘유두 지연(nipple delay)’이라는 것으로 유두 아래에 있는 유방암 조직 및 성분을 빼고 깨끗한 혈액을 자연스럽게 유입시키는 방식의 수술이다. 유두를 보호할 수 있어 이후 유방재건술에 큰 문제가 없었다. 백 병원장은 “이 수술은 유방암의 실질적 조직을 없애고 유두를 보호할 수 있다”며 “이후 유방 밑 흉근 사이에 실리콘 주머니를 넣는 등 유방재건술을 받는다면 외관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방재건술에는 지방, 근육을 떼어내 이식하는 자가조직 이식법과 실리콘백 등을 넣어 유방 모양을 복원하는 인공보형물 삽입법이 있다. 강태조 유진성형외과 원장은 “어떤 수술이 적합한지는 환자의 나이, 체형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고 말했다. 자가조직 이식법은 유방 모양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고, 동시에 복부 등에 있는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는 효과까지 있다. 강 원장은 “자가조직 이식법의 경우 이식을 위해 다른 신체 부위에서 지방을 추출하거나 조직을 도려내야 하므로 수술이 커져서 수술 시간과 입원 기간이 인공보형물 삽입술보다 2배 이상 길다”고 설명했다. 인공보형물 삽입술은 주로 대흉근과 소흉근 사에 실리콘백을 이식하는데 수술이 간단하고 다른 신체 부위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지만 구형구축(보형물 주위조직이 단단해짐)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강 원장은 “유방재건수술은 유방암 환자의 여성성 회복을 위한 일종의 재활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는 유방을 절제한다는 것은 환자에게 큰 상실감과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유방재건술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강조한 곳은 이탈리아 국립암센터다. 백남선 병원장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상실감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서 과거엔 절제 환자 중 일부가 자살이나 이혼, 사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방재건술을 받은 환자들이 다시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의사로서 행복해진다”며 “재건술은 그들의 마음의 상처를 지워줄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백 병원장은 1986년 아시아지역에서 처음으로 유방재건술의 중요성을 전파했다. 현재 국내서는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65%가 유방재건술을 받고 있으며 이대 여성암센터에서는 약75%의 환자가 유방재건술을 통해 여성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있다.

유방암 환자의 경우 유방재건술은 암 제거와 동시에 하는 경우도 있고, 2~3년 지나 암 재발여부를 확인한 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백 병원장은 “유방암 환자 중 아주 초기(0기)에 발견되거나 1기라도 아주 국소적으로 암이 생기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 암 제거수술과 동시에 재건술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건술은 암 제거후 2~3년 후에 받는 게 일반적이다. 백 병원장은 “최근 결혼 4개월만에 유방암이 발생된 40세의 신부에게 방사선치료로 암세포를 죽이고 유방실질을 전부 제거한 다음 코헤시브겔백을 삽입해 유방을 복원한 사례가 있었다”며 “암이 국소적이지만 여러 군데 흩어져 있었음에도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이혼도 막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인 건강한 여성이 순수 가슴 성형 목적으로 실리콘백을 이식할 경우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의학적으로 무시할만한(negligible)한 수준이다. 하지만 과거 코팅되지 않은 다우케미컬의 실리콘백이나 2011년말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프랑스 PIP사의 실리콘겔 보형물을 쓴 경우 유방암 발병빈도가 2% 안팎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실리콘백 이식 후 유방암의 초발 또는 재발 여부를 체크하려면 2~3년 주기로 자기공명영상(MRI)나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를 찍어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고위험군의 경우 이런 검사를 2년마다 받을 필요성이 있다.

이번에 졸리가 여배우로서 밝히기 힘든 사실을 칼럼을 통해 알린 것은 유방절제술을 받는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인의 의식변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명성을 희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세계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그녀는 “유방을 절제한다는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른 여성들에게 말하고자 이 글을 쓴다”며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으로 나는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칼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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