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회사원 S씨는 월경기간이 다가올 때 쯤이면 마음이 무겁다. 최근 월경통이 심해지고, 월경량도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월경에 대비해 패드와 체내삽입형 생리대를 함께 사용하지만 이마저도 불어난 출혈량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고민이 크다. S씨는 “이 기간에 고객을 만나거나 외근을 하게 될 경우 스트레스가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경 기간이나 양이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월경장애로 고통받는 여성이 10년새 약 4배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산하 청소년성건강위원회가 건강보험공단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월경장애를 겪는 여성이 2000년 15만여명에서 2010년 53만여명으로 10년 사이 3.56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월경장애는 월경이 없는 경우(무월경), 지나치게 생리량이 적은 월경(소량월경), 반대로 월경량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월경과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월경(월경불순 또는 불규칙월경)을 포함한 것으로 이 중 월경불순이나 월경과다로 진단된 여성은 6년 사이 49.3%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10~20대의 비율이 전체의 48.5%를 차지해 젊은 여성의 월경장애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월경은 난소의 내분비기능으로 일어나는 자궁의 주기적 출혈로, 가임기 여성의 월경은 가임능력과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다. 건강한 여성의 1회 월경 주기 당 총 실혈량은 평균 30㎖~50㎖로, 월경 주기마다 실혈량이 80㎖이상인 경우 월경과다로 진단한다. 월경과다는 보통 호르몬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데 자궁근종, 자궁내막 폴립 및 병변, 자궁내막암, 혈액응고장애 등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월경과다가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를 경험하는 여성의 삶의 질에 영향을 주고 사회활동을 위축시킨다. 또 월경과다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철 결핍성 빈혈, 피로, 실신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심지어 여성암, 내분비기능이상 등 부인과질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월경과다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큰 불안과 스트레스를 준다. 화장실 출입이 잦아지고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등 여성의 생활에 크고 작은 불편을 끼친다.
월경과다를 겪는 여성은 월경기간만 되면 수면 중 깨어 잠자리를 살피거나, 낮에도 앉았다 일어날 때 자리를 수시로 체크하고, 지나치게 옷 매무새에 신경쓰게 되는 등 강박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일반 여성들보다 커다란 패드를 사용하게 되면서 여성으로서의 자괴감이 따르기도 하며, 배우자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이 이를 발견했을 때 느끼는 수치심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특히 사춘기 청소년층에서 월경과다가 발생하면 성장기 빈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대인관계에서의 위축감 등 심리적·정신적 발달의 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많은 여성들이 월경과다 증상을 겪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업인 스킴헬스케어가 2010년 15~49세 한국 여성 3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3.8%의 여성이 자신의 월경량이 평균 이상이라고 답했지만 전체 응답자 중 월경과다로 진단받은 여성의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즉 10명 중 2명의 여성(20.8%)은 월경량이 평균 이상임에도 병원을 찾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임순 청소년성건강위원회 위원장(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기간이 1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월경 시 1~2시간마다 하나 이상의 위생용품을 흠뻑 적실 정도로 월경량이 많은 경우, 한번에 2개 이상의 패드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 등이 매달 반복된다면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월경과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젊은 여성들은 월경과다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증상을 방치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월경과다로 고충을 겪지 않도록 어머니나 담임교사, 보건교사 등 주변의 어른이 산부인과 검진을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증상에 대한 생애전환기 무료 검진 등 정부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월경과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카페인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인 수면패턴을 유지해 호르몬의 원활한 기능과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