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전세계적 유병률이 약3%로 흔한 만성 피부질환이다. 국내서도 10~30대 젊은 환자를 중심으로 건선 유병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2.6% 수준이던 건선 유병률은 1970년대 3.8%, 1980년대 4.7%, 1990년대 8.3%, 2000년대 9.5%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현재 약 150만명의 건선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건선학회는 세계건선협회가 지정한 ‘세계 건선의 날(10월29일)’을 맞아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1회 건선 바르게 알기 캠페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건선의 날에 즈음해 건선의 발병 원인과 실태, 간과했던 점 등을 소개한다.
건선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관절질환 및 다양한 대사이상을 동반하는 질환이지만 아직 건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선은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는 비전염성 만성 피부질환으로 처음에는 피부에 좁쌀 같은 붉은 색을 띠는 발진이 생기며 그 위에 하얀 피부 각질세포가 덮게 된다. 발진은 점점 커져 동전 정도만 했다가 심하면 손바닥만한 크기로 확대된다.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건선과 관련 있어
최근 건선이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고혈압, 죽상경화, 심근경색, 심부전)과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들이 증가하고 있다.
최지호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에 따르면 건선 환자에서 대사증후군 발생 빈도를 조사한 임상연구 결과 건선 환자들의 허혈성 심장질환, 제2형 당뇨병(인슐린 저항성),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등 유병률이 대조군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세 이상의 남성에서, 질환 초발 연령이 어릴수록, 유병 기간이 길수록, 건선의 중증도가 심할수록 대사증후군의 동반 빈도가 증가했다.
또 이성율·최응호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피부과 교수가 건선 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고혈압, 당뇨병 동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 건선 환자에서 당뇨병이 나타나는 비율은 21.4%(84명 중 18명)로 대조군 6%(100명 중 6명)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건선 환자의 고혈압 동반 비율(29.8%, 84명 중 25명) 역시 대조군(17%, 100명 중 17명) 보다 1.45배 높았다.
2010년의 한림대 의대에서 이뤄진 또다른 국내 연구결과에서도 건선 환자의 고혈압 발생률이 대조군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 건선 환자 197명과 대조군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건선 환자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7.8%(35명)으로 대조군 11%(44명)보다 6% 포인트 이상 높았다. 심혈관질환 유병률 역시 건선 환자가 4.6%(9명)으로 대조군 1.7%(9명) 보다 2.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역시 건선 환자에서는 32.5%(64명)의 유병률을 보였던데 비해, 일반인에서는 13.7%(55명)인 것으로 나타나, 건선 환자의 고혈압 유병률이 대조군보다 2.4배 이상 높았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은 건선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를 조기에 발견해 적극 치료하는 게 필요하다.
남성 건선 환자, 성기능장애 위험 높고 연령 증가할수록 커져
외국에서 남성 건선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0%, 104명 중 52명)이 건선으로 인해 성생활을 회피한다고 응답했다. 성관계 회피 비율은 건선의 상태가 심각할수록 더욱 증가해 경증 건선 환자는 37.5%(24명 중 9명), 중등도 환자는 47.5% (40명 중 19명), 중증 환자는 61.5%(40명 중 25명)가 건선으로 인해 성관계를 기피한다고 답했다.
또 건선은 남성의 성기능 저하 및 발기불능 위험성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대만 연구팀이 남성 건선 환자 1만2300명과 대조군 남성 6만1500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 건선 환자의 성기능장애 비율(3.03%, 373명)이 대조군(2.34%, 1439명)보다 높았다. 남성 건선 환자에서 발기 불능을 호소한 비율(2.31%, 284명)도 대조군(1.82%, 1220명)보다 높았다.
남성 건선 환자의 연령이 증가할수록 성기능장애 위험성도 커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연구에서 40대 이하 연령에서는 성기능장애 위험성에 큰 변화가 없었으나 40~60세에서는 그 위험성이 1.32배, 60세 이상에서는 1.42배 이상 증가했다.
건선에 대한 사회적 거부 심해…자가치료 민간요법 등 초기대응도 실패
건선 환자에 대한 사회적 거부와 편견은 치료의 큰 장애가 되고 있다. 건선은 전염성 피부질환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건선의 형태와 모양 때문에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다. 건선 환자들도 심각한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다.
1998년 영국피부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17명의 건선 환자 중 건선 환자의 9.7%가 자살충동을 느겼다고 응답했고, 5.5%는 실제로 급성 자살 충동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 건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비건선 환자에 비해 정신장애 발병률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유럽피부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의 삶의 질 척도를 이용해 건선환자와 일반인의 삶의 질을 비교한 결과 건선환자는 전반적인 삶의 질, 심리적 안정, 사회적 관계 정도 등에서 일반인에 비해 훨씬 낮은 점수를 보였다. 건선 환자의 삶의 질 점수는 75점, 일반인의 삶의 질 점수는 86점으로 건선 환자의 삶의 질 점수는 일반인 보다 11점이나 낮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건선질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건선 발견 시 초기 대응에 실패하거나 치료, 관리에 있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2011 전국 건선관련 진료실 인원 현황’ 에 따르면, 국내 건선 예상 환자는 약 150만명으로 이 중 병원에서 건선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약 23만 명(전체 건선 환자 중 15.3%)에 그쳤다. 건선 환자 10명 중 1.5명 만이 제대로 된 병원 치료를 받은 것이다. 이는 건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데다가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에 가기보다는 자가치료를 먼저 시도하거나, 민간요법, 보완대체의학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주흥 대한건선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은 “많은 환자들이 건선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과 병원 진료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가능한 빠른 시기에 전문의와 상담해 증상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