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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아이 천식 걸릴 확률 높다
  • 정기욱 기자
  • 등록 2012-10-12 15:44:41
  • 수정 2012-10-14 20: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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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천식환자 중 12세 미만의 소아환자 약 50%로 높아

서울시 강동구에 사는 김영민 군(10). 태어날 때부터 몸무게가 4.5kg였을 만큼 우량아였던 영민이는 맞벌이로 엄마, 아빠가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자 햄버거, 피자, 치킨과 같은 고열량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부모 역시 뚱뚱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남들보다 덩치가 조금 큰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가 조금만 움직여도 숨쉬기 힘들어하고 기침도 예전보다 늘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비만치료까지 병행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비만한 소아의 혈중 렙틴 수치가 높으면 운동으로 유발되는 기도과민성을 동반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입증됐다. 그동안 비만에서 증가되는 렙틴과 천식의 특징인 기도과민성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연구결과뿐 아니라 의학자에 따라 ‘그렇다’와 ‘아니다’로 의견이 분분했었지만 운동유발 기관지 과민성 연구를 통해 연관성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백혜성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지난 10월 9일 한림대 성심병원 한마음홀에서 열린 ‘제3회 한림·파도바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천식소아에서 혈청 렙틴, 아디포넥틴과 운동유발기관지 과민성과의 관계’의 연구결과에 대해서 발표했다.

비만과 천식은 심한 경우 더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아비만은 어린이에게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영양장애로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수, kg/ ㎡)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소아비만은 그 자체가 문제지만 당뇨병, 고혈압, 콜레스테롤혈증, 심혈관질환 등을 유발해 심각성이 크다.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하며 활동량이 적어 살이 찌는 1차적인 비만 외에도 두뇌손상, 특정 호르몬 이상, 프레더·윌리증후군, 다운증후군과 같은 특수질환 등이 있을 때도 소아비만이 생길 수 있다.
소아천식은 폐 속의 기관지가 좁아져 숨을 쉬기가 힘들거나 기침을 하고 가슴 답답함을 호소하는 질환으로 심하면 발작을 일으켜 저산소증과 함께 호흡부전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또 천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다가는 폐 기능이 감소해 비가역적 폐 손상까지 이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천식환자 중 12세 미만의 소아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50%로 대다수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질병부담 연구 결과에서도 천식은 소아청소년기의 질병부담 순위 1위를 하기도 했다.

비만과 천식, 서구화된 식이습관과 활동량 부족이 만든 현대병

많은 소아질환 중 눈에 띌 만큼 증가세가 큰 질환이 바로 비만과 천식이다. 특히 비만은 2000년대 들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천식 역시 소아 만성질환 중 가장 흔할 만큼 환자수가 늘어났다. 이는 유전적인 요인 외에도 육류·인스턴트식품 등 고열량 음식을 즐겨먹는 식사습관의 변화, 활동량 부족 등 사회 환경의 변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주로 두 질환의 유병률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과 관련한 역학(疫學)연구 수준이었다. 비만과 천식의 특징인 기도과민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이뤄졌지만 연구자들마다 ‘연관성이 있다’와 ‘그렇지 않다’는 상이한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혼란이 빚어졌다.

놀라운 것은 상이한 연구결과를 내놓은 이들 모두 기도과민성을 평가하는 연구방법 중 메타콜린 유발검사만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기도과민성은 기관지유발검사를 통해 평가하는데 일반적으로 메타콜린이란 약제를 평활근에 직접적으로 작용시켜 기관지 수축을 유도하는 ‘메타콜린 유발검사’와 운동이나 삼투성 자극과 같은 물리적인 자극이 염증세포와 신경세포에서 매개물질을 분비케함으로써 2차적인 기관지 수축을 유발하는 ‘운동유발검사’를 흔히 사용해왔다. 운동유발검사를 사용해 비만과 기도과민성과의 연관성을 관찰한 연구는 모두 연구자들마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뚱뚱할수록 많은 렙틴, 기도 과민성과 연관 있어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과 천식의 특징인 기도과민성과의 상호관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돼왔다. 하지만 렙틴과 기도과민성 관계연구에 있어 연구자 모두 직접유발시험인 메타콜린 유발검사만을 사용했을 뿐 기도과민성의 병태생리를 더 잘 반영한다고 알려진 운동유발검사를 시도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렙틴이 운동유발 기도과민성과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백혜성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11년부터 병원을 찾은 어린이 중 비만이면서 동시에 천식을 앓고 있는 환자와 정상 소아 등 총7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혈액검사를 통해 지방조직에서 생성, 분비되는 단백질인 렙틴과 아디포넥틴 등의 수치를 확인하고 천식환자에게서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운동유발검사도 실시해 기도과민성의 정도를 파악했다.
그러자 뚱뚱할수록 혈중 내 분포도가 높은 렙틴은 운동유발 기도과민성과 유의성 있는 양의 상관관계를 나타냈고, 반대로 뚱뚱할수록 혈액 내 수치가 낮은 아디포넥틴과 운동유발 기도과민성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비만 자체가 전신적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특성에 따른 것으로,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가 지방조직으로 들어가면 염증성 렙틴, 아디포넥틴이 생성되고, 이것이 기관지 수축을 야기하는 염증매개 물질인 류코트리엔과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합성을 증가시키는데 연관되며, 이는 다시 기도과민성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즉, 뚱뚱할수록 기도가 쉽게 좁아지며, 운동에 의한 기도과민성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백 교수는 이 연구결과를 해외학술지인 알레르기 학회지(Annals of Allergy)와 천식·면역학회지(Asthma& Immunology)에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지난 3월과 6월에는 혈청 렙틴이 류코트리엔과 프로스타글란딘 생합성에 필수적인 효소인 포스포리파제와 연관성이 있다는 내용을 추가, 미국알레르기학회와 유럽알레르기학회에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백 교수는 “사람이 뚱뚱할수록 혈중 수치가 높은 렙틴이 기관지수축을 일으키는 류코트리엔 염증매개 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주고 비만이 기도과민성과도 관련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비만치료도 병행해야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지난 10월 9일 한림대 성심병원 한마음홀에서 열린 ‘제3회 한림-파도바 국제학술 심포지엄’에서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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