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코앞에 두고 벌초객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오랜만에 조상님에게 인사를 올리고 매년 여름 반복되는 태풍으로 인해 어지럽혀진 묘 주위를 정리하기 위해 벌초를 나서는 발길을 서두르기 시작한 것.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벌초지에서는 유난히 벌,뱀,예초기 등에 의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벌초 시 일어날 수 있는 벌 뱀 흡혈진드기로 인해 입을 수 있는 안전사고와 예방법을 알아본다.
벌침, 편평한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이용해 빼는게 효과적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간(2007~2011년)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벌쏘임’에 의한 진료환자는 2007년 5263명에서 2011년 7744명으로 늘어나 최근 5년간 47.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면 ‘벌쏘임’ 환자는 매년 일정 환자들이 벌에게 쏘여 진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40~50대에서 가장 흔하며, 월별로는 8~9월에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에게 8~9월에 ‘벌쏘임’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는 주로 40~50대에서 산에 오르기 좋은 계절인 늦여름 초가을에 산을 많이 찾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벌에 쏘였을 때에는 당황하지 말고 꿀벌 같은 경우는 벌침이 상처 부위에 독주머니(독낭)과 함께 남겨져 있으므로 침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비슷한 편평하고 단단한 것을 이용하여 되도록 1분 이내에 긁어서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달리 말벌의침은 꿀벌보다 더 강한 몇배의 독을 가지고 있고 침의 표면이 매끄러워 피부에 박히지 않고 벌침 하나로 계속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핀셋이나 집게 혹은 손으로 침을 빼내려고 하는 경우 잘 빠지지도 않고 독낭에 남아있던 독이 추가로 주입될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또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찬물 찜질을 해주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해당 부위에 발라 준 뒤 통증과 부기가 하루가 지나도 계속되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벌에 쏘이면 보통은 쏘인 자리가 아프고 붓는 정도지만 만약 벌독 알레르기가 있다면 쇼크에 빠져 생명을 잃을 수 있으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평소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이 벌독에도 알레르기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벌독에는 여러 효소와 단백질 성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알레르기를 잘 일으킨다. 벌독 알레르기는 20세 이하 젊은 층이 많은데 다른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가벼운 증상으로 피부 두드러기가 있으나 심하면 저혈압, 의식불명, 천식발작, 호흡곤란, 복통 등이 나타나므로 응급 치료를 받아야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벌 가운데 가장 흔한 벌독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꿀벌, 말벌, 땅벌인데 이 중 복부에 노란 줄무늬를 갖고 있는 땅벌은 땅속이나 썩은 나무에 집을 짓고 살고 있어 벌초 시 무심코 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벌을 발견하면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낮은 자세를 취해야 벌에 쏘이지 않는다.
벌독 알레르기, 특히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벌에 쏘였을 때를 대비해 비상약을 준비해야 한다. 항히스타민제와 에피네프린 자동주사약, 지혈대를 휴대하고 평소 사용법을 잘 익혀 놓는 것이 좋다. 벌에 쏘였을 경우에는 지혈대를 감아 벌독이 전신에 퍼지는 것을 방지하고, 직접 혹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에피네프린 자동주사를 놓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 후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간다. 벌독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벌독 면역주사도 있다.
물론 벌에 쏘이지 않도록 세밀히 예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즉 벌을 유인할 만한 향수, 화장품, 요란한 색깔의 의복을 피하고 묘소주변에는 청량음료와 과일 등 벌을 유인할만한 단 음식을 주위에 놓지 않는 것이 좋다. 벌이 가까이 접근하면 벌이 놀라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피해야 한다.
박경남 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벌에 쏘여 과민반응이 일어나면 입술과 눈 등의 얼굴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할 경우 목이 부어 심한 호흡곤란이 발생하거나 혈압이 떨어져 쇼크에 빠질 수 도 있어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편안하게 앉히거나 눕힌 뒤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신속하게 응급구조를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뱀에 물리면 흥분하거나 움직이지 않아야 뱀독 덜 퍼져
뱀은 자극하거나 부상을 입히지 않는 한 물지 않지만 일단 물리고 나면 뱀이 독사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일반인들은 모양으로서 독사를 감별해 내는 것은 쉽지 않기에 물린 부위를 확인해 2개의 독니에 의한 작은 구멍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독사에 물리면 국소적으로는 교상부위의 작열통, 부종, 변색, 반상출혈, 수포형성 등이 발생하고 전신증상으로 무력감, 오심, 구토, 현훈, 의식소실, 쇼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독사에 물린 후 전신증상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만약 전신증상이 있다면 큰 병원에서 항독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뱀독의 90%이상은 단백질 성분의 효소들로 주로 신경독소와 혈독소의 작용을 하므로 출혈, 혈관내 혈액응고, 용혈, 신경마비, 세포파괴 등을 일으킨다.
우리나라에 많이 있는 살모사류의 뱀독은 전신작용보다 국소작용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므로 전신적인 독성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물린 자리가 붓고 아프며 심하면 조직이 괴사하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시간이 지나면 국소작용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전신적 증상으로 악화돼 치명적인 상태가 된다.
독사의 독은 그리 빨리 퍼지지 않기 때문에 물린지 15분 이내에는 구강으로 빨아낸다던지 칼로 물린 부위를 째는 등의 방법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응급처치 방법으로는 환자를 뱀이 없는 곳으로 옮긴 다음 환자를 눕히고 안정시켜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환자가 흥분하거나 걷거나 뛰면 독이 더 빨리 퍼진다. 팔을 물렸을 때는 반지와 시계를 제거해야 한다. 그냥 두면 팔이 부어오르면서 손가락이나 팔목을 조이기 때문이다. 물린 부위를 움직일수록 독이 더 빨리 심장 쪽으로 퍼지게 되므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고 심장보다 아래에 둬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환자에게 먹거나 마실 것을 절대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 독이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물린 부위가 붓고 아프거나 독성 증상이 나타나면 물린 부위에서 5~10㎝ 정도 심장 쪽에 가까운 부위를 넓은 끈이나 고무줄, 손수건으로 묶어서 독이 퍼지는 것을 지연시킨다. 일단 묶었으면 다시 풀었다 묶었다 하지 않아야 한다. 뱀에 물렸을 때에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하고 조치가 어려운 경우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도록 한다.
벌에 쏘였을 때 응급처치
① 벌에 쏘이면 침을 통해 20분 정도 독액이 주입되므로 물린 즉시 피부에 벌침이 남아있는지 확인하여 조심스럽게 제거해 독액이 체내에 흡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벌침을 족집게나 손톱으로 제거하다 보면 벌침에 있는 침낭(독주머니)을 집게 되어 남아있는 독이 일시에 신체로 들어와 증상이 악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같은 평평한 물체로 표피를 긁으면서 제거해야 한다.
② 벌에 쏘이게 되면 대부분 국소증상으로 병변부위에 통증, 종창, 작열감, 발열, 두드러기 등이 나타나지만 일부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에서는 심한 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국소적인 증상이외에 입이나 혀의 부종, 기도폐색, 천식음(쌕쌕거림), 호흡곤란, 복부 통증, 의식소실, 쇼크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일단 시작하면 매우 빠른 경과를 보이므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과민반응은 벌 에 쏘인 후 15분 이내에 나타나며 사망환자의 반 이상이 한 시간이내 사망한다고 알려 져 있으므로,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를 받아야 한다.
③ 국소적 증상만 있는 경증 환자의 처치는 침을 제거한 뒤에 얼음주머니를 대주어 독이 흡수되는 것을 줄여 준 후 관찰한다.
벌이 물리지 않게 하는 예방법
① 노출이 심한 의복을 피해야 한다(긴바지, 긴소매 등의 의복을 착용).
② 향수나 스킨로션의 향기는 벌을 유인하므로 금해야 한다.
③ 금색(gold color)의 장신구(목걸이, 팔지 등)가 햇빛에 반사되면 벌이 모이므로 금해야 한다.
④ 화려한 색상의 의복이나 무늬가 있는 의복은 벌을 유인한다.
⑤ 몸에 밀착되지 않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의복도 벌을 유인한다.
⑥ 당분이 많은 음식물도 벌을 유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뱀에 물렸을 때 응급처치
①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독소가 빨리 퍼지므로 일단 환자를 진정시키는 것이 중 요하다.
② 물린 부위를 확인하고 상처를 비누와 물로 닦아낸다.
③ 물린지 15분 이내에는 흡입기구를 이용하여 독을 최대한 제거한다.
④ 교상부위 5-10㎝ 상부를 3㎝정도 폭의 헝겊 등으로 적당히(압박대와 피부사이에 손가락 하나 정도 밀어 넣을 수 있을 정도의 압력으로) 묶는다.
⑤ 물린 부위를 부목으로 고정시키고 심장보다 낮게 하여 병원으로 이송한다.
⑥ 독사에 물린 환자는 일단 아무 것도 먹어서는 안되며 특히 술은 독을 빨리 퍼지게 하므로 치명적이다.
도움말=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용어설명
아나필락시스 (Anaphylaxis)
우리 몸에서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항원)에 의해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항체가 생기게 된다. 만일 면역반응을 일으켰던 알레르겐이 다시 우리 몸 속에 들어오게 되면 염증 세포 표면에 붙어 있던 IgE와 결합하면서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이 화학물질에 의해 쇼크 증세와 같은 심한 전신반응이 일어나는데, 보통 시간이 매우 짧아 아주 소량의 알레르겐에 다시 노출되더라도 수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면역반응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부족한 경우(알레르겐에 반응하는 IgE 항체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은 경우)를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ctoid reaction)이라고 부른다. 음식,곤충,운동,약물 등에 의해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음식으로는 밀가루·메밀·땅콩·새우·가재 등 갑각류에 의해서, 곤충으로는 개미와 벌 등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음식섭취와 관계없이 운동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항히스타민제 (Antihistamine)
히스타민(histamine)은 장기, 조직, 점막 등의 비만세포에 존재하다가 이들 질환에 걸리면 비만세포가 터지면서 분비되는 염증유발물질이다. 점액분비를 촉진해 비강을 막히게 하고 기관지를 좁히며 모세혈관을 팽창시킨다. 항히스타민제는 이같은 작용을 하는 히스타민을 억제한다. 항히스타민제는 이외에 국소마취·교감신경차단·부교감신경차단·진정·진토작용이 있다. 주로 알레르기증·기관지천식·두드러기·약물진(藥物疹) ·혈청병 외에 감기의 초기나 차멀미에 쓰인다.또 연고제로서 알레르기성 피부병에도 쓰인다. 내복을 할 때는 졸음이 오거나 소화불량·흥분 등의 부작용이 있다.
에피네프린 (Epinephrine)
‘아드레날린’으로도 불리며 부신의 안쪽에 위치하는 부신수질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호르몬인 동시에 신경전달물질 기능을 한다. 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키며 공기가 드나드는 기관의 팽창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