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로 제작한 나노입자가 뇌혈관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은 13일 이승훈 신경과 교수(사진 왼쪽)와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사진 오른쪽)가 희토류 일종인 세리아를 이용해 3㎚(나노미터)의 나노입자를 제작해 뇌경색에 걸린 쥐에 투여한 결과 항산화, 항세포자멸사 효과로 뇌경색에 의한 세포손상을 줄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생체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PEG를 코팅한 균질한 세리아 나노입자를 정맥으로 투여하였을 때 뇌경색의 크기가 약 50% 정도 줄어들었음
연구팀은 생체 내에서 작동이 가능하고 항산화효과가 큰 세리아 나노입자를 제작하기 위해 이전에 만들어진 바 없는 3㎚의 매우 작은 크기의 나노입자를 제작하고 표면에 폴리에틸렌 글리콜(plyethylene glycol, PEG)를 코팅해 혈액이나 조직 속으로 잘 전달되도록 조작했다.
희토류의 일종인 세리아를 작은 크기의 나노입자로 만들면 항산화효과를 보이는데 이는 세리아 크리스탈의 표면에서 세륨이 Ce4+로 존재하나 이를 나노입자로 만들게 되면 표면에 Ce3+가 존재하게 돼 활성산소를 환원하는 효과가 커진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화학공정에서 세리아 나노입자를 항산화 촉매로 이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에 뇌경색을 유발해 치료군에서는 정맥을 통해 세리아 나노입자를 0.5 ㎎/㎏과 0.7㎎/㎏를 각각 주입했고, 대조군에서는 아무 것도 주입하지 않았다. 그 결과 0.5 ㎎/㎏ 주입군에서는 뇌경색의 크기가 44.6%, 0.7㎎/㎏ 주입군에는 50.2% 감소했고, 대조군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세리아 나노입자가 정상 뇌에서는 뇌혈관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해 정맥으로 투여했을 때 뇌에는 극소량이 분포하나, 뇌경색과 그 주변부에서는 뇌혈관장벽의 손상에 의해 상대적으로 과량이 분포하므로 뇌경색 후에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줄이는 효과와 뇌경색 후 주요한 조직 손상의 원인인 세포자멸사(apoptosis)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승훈 교수는 “높은 질병부담에 비해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한 뇌경색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세리아 나노입자를 제작하고, 이를 생체 내에서 적용해 뇌경색의 새로운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며 “이번 결과는 실험적 쥐 모델에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 심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될 예정이고 9월 온라인판에 이미 공개됐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저널 내 상위 5%이내의 논문에만 수여되는 VIP(Very Important Paper, 매우 중요한 논문)로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지정 보건의료연구개발사업 중개연구 중점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뇌혈관질환은 국내에서 암에 이어 사망원인 2위이고, 단일질환으로 사망원인 1위인 심각한 질환이다. 이 질환은 심각한 후유장애가 남아 가족이 겪게 되는 고통과 사회경제학적 비용이 높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뇌조직의 손상이 발생하는 ‘뇌경색’은 혈전용해제를 제외하고 임상적으로 공인된 신경보호제는 전무하다.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약물들의 치료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대부분이 효과를 증명하는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