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게보린’ 등 진통제의 주요 성분에 관한 부작용 보고가 크게 늘고 있다. 보건당국은 그러나 퇴출 여부에 대한 판단을 3년 후로 다시 연기했다.
22일 대한약물역학위해관리학회가 실시한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 성분에 대한 안전성 평가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0년 IPA 함유 약품의 이상반응(부작용)은 111건 보고됐다. 진통제 성분의 하나인 IPA는 2008년 혈액 부작용(재생불량성빈혈 등) 우려가 부각되면서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다. 이밖에 IPA는 혼수상태,의식장애,호흡곤란,복통,설사,두드러기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9년 15세 미만에 IPA 함유 진통제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3년 후인 올해 3월까지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IPA 함유 제제를 복용한 후 발생한 부작용은 2004년 처음 2건이 보고된 이래 한자릿수에 머물렀으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2008년에 24건으로 늘었으며 2009년 47건에 이어 2010년에 111건으로 급증했다. 1989년~2010년에 접수한 IPA 제제 부작용 보고 총 202건 중 절반 이상이 2010년 한 해에 발생한 것이다.
부작용 보고 빈도는 매출액이 높은 게보린(삼진제약)이 107건으로 53%로 절반을 넘었다. 이상반응 사례 202건 가운데 혈관확장 22건을 포함 42건은 증세가 심각한 ‘중대 이상반응 보고’로 분류됐다. 치명적 부작용인 스티븐스존슨증후군도 1건 발생했다.
이상반응 증상은 △피부 및 부속기관 장애 164건 △알레르기 등 일반적 전신장애 59건 △위장관 장애 31건 △호흡기계 장애 31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IPA 성분의 핵심적 위험성으로 지목된 혈액 부작용은 ‘빈혈’ 3건으로 0.8%에 그쳤다.
약물위해학회는 2010년까지 국내 부작용 보고 총 12만3691건 중 혈액 부작용의 비율이 5.4~6.5%인 점을 고려할 때 IPA 성분에 혈액 부작용 위험이 특별히 더 높다는 증거는 국내 데이터에서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약물위해학회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한편 혈관확장, 감각이상, 결막염,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등의 이상반응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식약청은 이번 조사에서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추가 연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약사들의 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판매를 잠정 중단한 후 추가 연구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건약의 유경숙 사무국장은 “안전성 논란 이후 부작용 보고가 급증했다는 것은 과거에 통계치보다 실제로 더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는 방증”이라며 “대체약물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굳이 안전성 논란이 있는 약을 계속 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허가된 IPA 제제는 총 174품목이며 안전성 논란 이후 성분 변경과 허가 자진 취하가 잇따라 현재 게보린과 사리돈에이 등 8품목이 남아 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전체 약물 이상반응 보고는 2010년보다 23% 증가한 6만6395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국내 부작용 보고량은 약물감시사업단이 출범한 2009년 이후 큰 폭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