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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방사선 치료’ 양성자치료가 궁금하다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2-05-10 05:05:38
  • 수정 2012-07-05 09: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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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차 세계입자방사선치료학회(PTCOG), 5월 17~19일 서울 COEX 개최

워런 버핏, 전립선암에 방사선 치료 vs 양성자치료

‘투자의 달인’‘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오는 7월 방사선치료를 받는다고 밝혔다.그는 최근 전립선암 초기로 진단돼 투병 중이다.국내 의학자들은 그가 일반 방사선치료를 받을 것인지,보다 발전된 양성자치료를 택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전립선암의 경우 기존 치료는 5년 생존율이 60∼75% 수준이나 양성자치료는 75∼90%에 달한다고 연구돼 있다.
방사선 치료는 몸 밖에서 암이 생긴 부위에 방사선을 쪼아 암세포를 파괴하는 치료법이다.방사선치료의 대부분은 전자선인 X선을 이용하는데 X선은 몸을 통과하면서 암세포는 물론 다른 몸 속 조직도 손상시킨다.피부와 가까운 조직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방사선치료는 X선에 노출된 장기의 기능저하,면역력 감퇴,식욕부진,설사,두통,탈모,빈혈 등 광범위한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X선은 체내 깊이 들어갈수록 치료에 필요한 에너지가 떨어져 막상 암세포는 효과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같은 방사선 치료의 한계를 극복한 것이 입자방사선이다.입자방사선은 질량을 가진 양성자나 탄소 등을 가속기에 넣고 돌린 다음 극히 미세한 출구를 통해 일정한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도록 유도한 방사선을 말한다.양성자는 수소에서 전자를 분리해낸 원자핵으로 양성자빔이 암세포 조직을 통과하면 암세포 DNA를 손상시켜 세포분열을 막으므로 암조직이 사멸하게 된다.

양성자치료.JPG
국립암센터에서 한 암환자가 양성자치료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기존 X선 방사선 치료기는 방사선이 지나가는 모든 조직에 영향을 미치지만 양성자 치료기는 양성자빔이 체내 일정 깊이에 있는 종양 부위에서 보유한 모든 에너지를 발산하고 바로 멈추도록 정교하게 조절한다.이를 브래그 피크(Brag peak) 현상이라고 한다.양성자빔은 암 뒤쪽 정상조직에는 방사선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으므로 기존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양성자치료는 기존 방사선치료로 치료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암에 적용할 수 있다.무엇보다 양성자 치료는 소아의 뇌종양,망막 모세포종 등과 성인의 맥락막 흑색종(눈 종양),척색종,육종 등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발휘한다.메스로 암을 제거하기 어렵거나 항암제의 효과가 미치기 어려운 난치성 암들이다.다만 절제수술이 보다 확실한 치료법인 간암 위암 대장암 등의 초기나 암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재성 또는 다발성 암에 적용하는 것은 의미나 효과가 적다.전립선암이나 조기 폐암·간암·유방암 등의 경우 환자가 장기를 보전하고 싶어하면 양성자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또 모든 암 치료를 시도해보고 효과가 없을 때 최후의 보루로 양성자치료를 추천하게 된다.

양성자치료가 비용 높지만 부작용 최소화 등 편익 높아

조관호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회장)은 “양성자치료는 X선의 한계를 극복하는 ‘꿈의 방사선 치료’로 불린다”며 “거의 모든 암에 유용한데 높은 치료비용이 환자들의 선택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양성자 치료에 들어가는 시간은 약 20~30분 정도다.실제 환자가 양성자선을 쬐는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다.그러나 치료비는 1회당 100만원 정도로 성인의 경우 보통 20~30회의 치료가 필요하므로 환자는 2000만~3000만원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다행히 지난해 4월부터는 소아암에 한정해 급여처리가 돼 100~200만원(전체 치료비용의 5%가 암 치료 급여 비율)이면 치료를 받을 수 있다.양성자치료는 정상세포를 최소한 파괴해 유효성을 높인다는 게 소아암에서만 입증됐다는 연구결과에 근거,소수 소아암(고형암) 환자에게만 급여를 주고 있다.그러나 “확실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소아암 환자가 오지 않는다”며  “1회당 100만원 정도의 치료비는 국립암센터가 수익을 남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비(연간 30~40억원)만이라도 건지기 위한 것”이라고 조 센터장은 부언했다. 그는 “양성자는 치료비 수준이 높아 보이지만 기존 수술과 항암제 치료,방사선치료 등이 적잖은 후유증을 초래하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치료 효과 상승,부작용 최소화,삶의 질 유지 측면에서 두루 비교우위가 있다”고 말했다.비용 대비 편익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양성자치료는 1991년 미국 로마린다병원에서 시작됐고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9만6000여명이 치료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양성자치료기는 국립암센터가 480억원(건물공사 120억원,장비 360억원)을 들여 2007년 4월 가동에 들어갔으며 삼성암센터가 2014~2015년 도입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 중이다.그 사이 양성자치료기 도입 비용은 껑충 뛰어 삼성은 최소 800억원, 최대 1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양성자치료와 경쟁관계에 있는 입자방사선치료기인 탄소(중입자)가속기는 2017~2018년 중 부산시 기장군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첫 가동될 전망이다.
양성자치료는 아직 해결할 과제가 남아있다.기존 첨단 방사선치료기인 토모테라피나 래피드아크처럼 종양의 위치 및 체적·주위 정상 장기의 위치에 따라 방사선의 방향과 강도를 조절하는 세기조절(IMRT)기능이 없다는 것이다.양성자빔은 235㎷의 전압으로30㎝까지 뚫고 들어가는데 적합한 에너지 특성을 갖고 있는데다가 빔의 질량이 방사선의 1800배에 달할 정도로 무거워 이를 차폐하거나 강도를 조절하는 게 어렵다.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를 진행한 결과 올 연말부터는 IMRT기능을 적용한 양성자치료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탄소(중입자)가속기와의 비교 우위는?

탄소(중입자)가속기와의 성능 경쟁도 주목된다.중입자가속기는 탄소핵의 중이온(heavy ion)를 가속해 얻은 에너지로 암세포를 타격하는 치료장비다. 중이온빔 역시 브래크 피크 특성을 가져 암세포를 지날 때는 높은 파괴력을 갖지만 이후엔 에너지가 급격하게 떨어져 인접 정상 조직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 양성자치료기가 수소핵 양성자를 이용한다면 중입자가속기는 12배 무거운 탄소핵 중이온을 쓰므로 그만큼 강한 파괴력을 갖는다. 이에 따라 중입자가속기의 실제 암 살상 효과는 기존 방사선 치료기의 2~4배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이 때문에 기존 방사선 치료시 폐암의 5년 생존율은 15.5%인데 중입자가속기는 두 배가 넘는 39.8%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더욱이 암세포 깊은 곳에 위치한 심부암은 낮은 산소농도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 방사선 치료의 효과가 미미한데 중입자가속기는 이 같은 저산소 세포암이나 재발한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폐암 간암 전립선암 두경부암 육종 흑색종 등 거의 모든 암이 치료 대상이다. 한 번 또는 일주일 안팎이면 치료 과정이 끝나는 것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이에 대해 조관호 센터장은 “암세포를 집에 비유하자면 현관에서 먼 심부암이 저산소암인데 양성자치료를 계속하면 결국 현관에서 가까운 암(상대적으로 산소량이 많은 암,혈관으로부터 영양분을 많이 공급받는 암)부터 서서히 죽어나가서 결국엔 심부 저산소암도 양성자빔을 맞고 괴사하게 돼 있다”며 “어차피 암은 여러차례에 걸쳐 분할치료를 하므로 양성자빔과 탄소입자빔간의 에너지량(질량)차이나 치료횟수의 차이는 실제 치료에 적용할 때 큰 비교우위가 없고 이론적으로만 탄소입자빔이 유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조 센터장은 더욱이 탄소가속기는 195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들어간다며 투입 비용 대비 국민편익이 과연 양성자가속기보다 나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비쳤다.그는 이같은 견해를 오는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COEX에서 열리는 51차 세계입자방사선치료학회(PTCOG 조직위원장 조관호)에서 밝힐 예정이다.
PTCOG는 전세계 의학물리학자,방사선종양학의사,가속기관련 과학자 및 엔지니어 등이 참여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 입자방사선치료기술 관련 학회다. 올해는 약800여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양성자치료, 중입자치료 등을 포함한 세계 입자방사선치료기술의 현황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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