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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정답은 없지만 평균은 있다
  • 정종호 헬스오 대표
  • 등록 2012-04-19 13:01:21
  • 수정 2021-06-24 18: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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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렵지만 스스로 길 찾고 연습하는 수밖에

인생의 목표로 성공보다 행복을 우선시하는 게 최근의 추세다. 일반화하긴 어려워도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요즘처럼 저출산 결혼기피가 만연하는 세태에서도 20대 중후반에 결혼하는 꽤많은 젊은이들은 성공보다는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이들 중 다수는 30대 중반 넘어 늦게 자녀를 갖거나 아예 낳으려하지 않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며, 부부가 소꿉장난하듯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인다.그렇다면 40대가 다 되도록 결혼하지 않는 사람은 성공지상주의자일까, 아니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이기적 개인주의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친 성공지상주의도, 그 반대라 할 수 있는 행복지상주의도 하나의 중독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서구에서 행복을 계량화하려는 노력은 기계적인 시도처럼 느껴지면서도 한편 합리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영국 BBC는 2006년 초 ‘행복=쾌락+연대성+의미’라는 행복의 공식을 제시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행복에는 시계조차 볼 생각이 안날 정도로 뭔가에 푹 빠져 몰입할 수 있는 즐거움(쾌락)이 필요하다.그러나 쾌락은 덧없이 지나가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가족 친구 학교 직장 등에서 이뤄지는 사회적 관계(연대성)는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상처(喪妻),실직,가부장 또는 주부로서의 역할 상실 등은 삶의 만족도를 위협적으로 떨어뜨린다.

또 급여가 많든 적든 자기가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돈을 많이 버는 데에는 빨리 익숙해지지만 일의 의미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그러니 도박 같은 쾌락만으로 행복을 얻는 것도 불가능하며 ‘일 중독’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BBC는 행복의 조건에서 경제적 여건에 대해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부는 행복과 비례한다. 그렇지만 행복이 수입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연구는 수없이 많다.경제가 한창 성장중인 개발도상국가에서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고 치안이 안정을 이루면서 국민의 행복이 증진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연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파운드(1867만원) 언저리를 넘어서면서 차츰 행복지수가 낮아지는 현상을 보인다고 BBC는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지난 50년간 생활 수준이 대폭 높아졌음에도 평균적인 행복지수가 상승하지 않았고 오히려 빈국인 쿠바 국민들의 행복도가 높다는 게 이를 반영한다.

인간의 숨겨진 악마성 또는 이중성 탓인지 몰라도 부유함이 행복의 조건이 되려면 주위에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서로 수입을 비교하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다.모든 사람이 비슷하게 부유해지면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이와 달리 실업이 만연하고 사회적 불평등이 극심한 사회에서는 자신이 비록 안정된 위치에 있더라도 행복감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게 인간의 또다른 속성이라니 아이러니하다.

어느 정도 안정되고 부유한 사회에서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 요인은 인간관계의 질이다.인관관계(사회적 관계 또는 연대성)는 곧 신뢰를 말한다.가정생활,진정으로 가까운 사람,직장 또는 동료애,조금 사이가 먼 친구나 길거리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과의 관계 순으로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행복지수가 항상 최상위권에 있는 것은 부유하게 사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나라보다 상호 신뢰도가 더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반면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생산기지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에선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대부분의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지난 5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

일상에서 봐도 시골 노인들은 남녀가 따로 한자리에 모여 술도 마시고 화투도 치고 배우자 욕도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데 비해 대도시의 부자들은 자신의 고민을 남에게 얘기하면 오히려 무시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지 못한다. 그래서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서민들은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이고, 부자는 ‘정서적 소외계층’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너무 돈이 많으면 가족도 자신의 정서적 기반이 못된다.큰 돈을 번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매진하다보니 가족과 어울릴 겨를도 없고 공감대가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의 상당수는 가족이 자신을 ‘돈벌어오는 기계’쯤으로 여긴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결국 부자들은 정서적 지지를 받을 사람이 없어 스트레스에 빠져 우울증과 불행감을 느끼는 사람이 보통사람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행복한 사회를 이룩하려면 국가정책도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선 행복의 비밀이 자기의 미덕을 살리고 남에게 베푸는 것에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근로 의욕을 꺾는 세금은 가급적 적게 거두되 빈자를 위한 소득 재분배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울증과 불안증 초조감으로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을 위한 국가적 정신재활치료 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 정신질환이 자살로 이어지면 가족과 사회의 정신적 상처와 경제적 손실은 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광고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게 만들어 행복지수를 낮추므로 스웨덴처럼 12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는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아울러 운동·절식·금연·절주에 대한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공중 건강을 확보하고, 결혼을 장려하며 이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보육시설 확보,재택근무 활성화 등)를 깔아야 한다. 통근시간이 하루에 2시간을 넘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할 수 없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니 의정부 등 경기 북부나 오산 등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행복의 조건에서 벗어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주창해 온 지방분권시대가 행복지향의 논리로만 보면 절대적으로 옳다.

행복과 질병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까. 불행 자체가 정신질환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거꾸로 우울증 등에 걸린 사람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불행을 유발하는 부정적 자극에 보다 예민하게 반응한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행복 등 긍정적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무쾌감증을 주된 증상의 하나로 안고 있다. 행복한 사람은 면역력이 강해 고혈압 당뇨병 등에 걸릴 위험성이 낮다고 한다.

행복지상주의와 성공지상주의란 이분법적 분류도 어쩌면 무용할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양자는 상반되면서도 공통점이 있다.어쩌면 그 성향은 타고 났고 성장과정에서 견고하게 세팅되고 40대가 넘어서는 좀체로 바꿔지지 않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아무리 부정적인 사람도 10~15%는 심리훈련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부정적인 사고에 도전하고,스스로 부정적일 필요가 있는지 성찰하며, 자신의 능력을 격려·축복해야 행복해진다고 역설한다. 이를 믿고 행복의 바다로 항해를 떠날 것인가, 아니면 심리학자들이 자신의 존재가치와 수입을 위해 떠드는 말이라고 폄하해야 할까.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 시인처럼 우리는 황무지에서 홀로 던져진 채, 그것도 경쟁과 시기심이 강한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성찰하면서 스스로 행복해지는 길을 찾고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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