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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하고 돈 앗아가는 ‘커피공화국’ 【1】
  •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자
  • 등록 2012-04-04 13:18:59
  • 수정 2016-01-28 13: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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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커피는 약, 질병마다 이해득실 다르다

국내의 대표적 커피회사인 동서식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국민이 마신 커피는 모두 232억6900만잔.성인 한 명이 약670잔,하루 평균 1.83잔을 마신 셈이다.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1년 전국 커피전문점 시장 동향보고서는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1만2381개로 2010년 8038개에 비해 54%가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이들 커피전문점의 추정매출액은 2조4819억원으로 역시 전년 대비 약60% 늘어났다.더욱이 지난해 12월말 대한상공회의소가 집계한 프랜차이즈 산업 경기전망지수는 커피의 경기전망지수는 150으로 1위를 차지했다.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경기호전을 예상한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커피 소비가 증가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스타벅스를 필두로 시작된 커피 프랜차이즈의 공격적인 영업과 카페베네 등 신생 토종 프랜차이즈의 성공적 안착,커피 수요의 고급화 및 개인적 선호를 반영한 다양한 맞춤상품 출시,커피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들이 뒷받침된 것이 주효했다.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 (가정의학과전문의)의 기고를 통해 지나치게 좋은 면만 부각되고 있는 커피의 의약학적인 장단점을 균형있게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커피 고급화와 전문점 증가로 커피 수요가 급증 일로에 있는 가운데 커피의 유익성만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어 이해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커피에는 1000여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이들 화학물질은 각기 어떤 질병에 관해서는 위험성을 낮추는 반면 다른 질병에는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현재까지 보고된 연구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커피를 섭취해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에는 당뇨병(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제2형 성인형 당뇨병),일부 암,파킨슨병 등이 있다.반대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에는 고혈압(단기간 혈압상승), 철결핍성빈혈(철분흡수 방해) 등이 있다.
2009년 의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미국의 ‘내과학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논문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 한 잔을 섭취하면 당뇨병의 발병이 7% 줄었다고 보고하였다.저자들은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뿐 만 아니라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마그네슘,리그난(lignan) 등의 물질이 당대사와 인슐린감수성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했다.이 논문은 이전에 발표된 18편의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연구(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특정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수년~수십년 추적관찰하여 연구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는 연구방법)를 종합한 것으로 커피에 의한 당뇨병 발생 관련성에 초점을 맞췄다.또 2011년에 발표된 한 실험실 연구논문에서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산(caffeic acid,카페인은 질소함유 알칼로이드인 반면 카페인산은 페닐프로펜산 계열 유기산으로 완전 다른 물질임)과 클로로겐산이 당뇨병의 원인 중 하나인 hIAPP(human Islet Amyloid Polypeptide,일명 Amylin)의 잘못접힘(misfolding) 형성을 억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본래 hIAPP는 위 비움 속도를 늦추고 포만감을 유지시켜 식후 혈당이 급상승하는 것을 막아 당뇨병 예방 및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잘못접힘으로 인해 독성을 가진 ‘hIAPP 아밀로이드’를 형성, 축적될 경우 인슐린을 생성하는 베타세포의 기능을 저해해 당뇨가 유발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돼 있다.
2011년 종양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영국의 ‘BMC cancer’에 발표된 40개의 코호트연구 결과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하루에 커피 한 잔을 섭취하는 경우 방광암,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간암, 췌장암 등의 위험성을 3% 줄이는 것으로 보고했다.하지만 2010년에 ‘폐암’(Lung Cancer)이라는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메타분석에서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폐암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됐다.필자가 2010년에 비뇨기과학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영국의 ‘BJU International’에 발표한 메타분석에서는 4편의 코호트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커피섭취와 전립선암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커피의 항암효과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스톨(cafestol)과 카월(kahweol)과 같은 디터펜 계열 물질(diterpenes), 각종 폴리페놀, 클로로겐산 등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2년에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5편의 코호트연구의 메타분석에 의하면 커피섭취가 파킨슨병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했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높지 않았다.커피의 카페인(caffeine) 성분이 도파민(dopamine) 방출을 억제하는 아데노신(adenosine)을 무력화하고 독성물질의 신경독성을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에 도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임상영양학 분야의 저명한 학술지인 ‘미국임상영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발표된 6편의 코호트연구의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1~3컵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1컵 미만을 마시는 사람에 비해 고혈압 발생이 3% 증가했음을 보고하였다.
 이상과 같이 커피와 질병에 대한 현재까지의 연구는 대부분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커피 이외에 여러 가지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하더라도 관찰연구들이 가지고 있는 방법론적 제한점들로 인해 커피를 많이 섭취하면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같은 관찰연구들보다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방법인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이 필요하지만 음식과 질병의 관련성에 대한 임상시험은 실행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커피의 주요 성분인 카페인, 카페인산, 디터펜, 클로르겐산 등의 물질을 이용해 임상시험을 시행하더라도 이들 물질을 제외한 기타 커피 성분의 다양한 조합에 의해 시너지 또는 디너지(逆시너지) 효과를 나타낼지는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하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요컨대 커피는 당뇨병, 암, 파킨슨병에 대해 긍정적으로 작용을 개연성이 있는 반면 커피의 섭취는 혈압을 단기적으로 올릴 뿐 만 아니라 고혈압 발생을 높일 수 있고 철분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작용을 갖고 있다.특히 폐암의 발생은 오히려 높일 수 있는 상황에서 커피의 섭취로 인한 이득과 손해를 따져 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건강을 위해 커피를 많이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현재로서는 음식은 적당히 섭취하는 게 좋다는 뻔한 상식이 여전히 커피에도 적용이 된다.
 앞으로 커피가 위염 등 소화기질환,동맥경화 등 순환기질환,각성 및 중추신경흥분 효과 등 수면의 질,피부건강,임신과 신생아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본 기고를 통해 조목조목 살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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