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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약제로도 해결되지 않는 치료저항성 우울증(TRD)의 약물치료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9-10 02: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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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자살률 OECD 1위 … TRD는 일반 우울증보다 자살 위험 7배
  • 얀센 NMDA 억제제 ‘스프라바토’ 시냅스 강화 … 기존 SSRI, SNRI와 차별화된 기전
  • 환자의 절반(52.5%)이 4주 만에 관해 도달 … 24시간 내에 신속한 임상반응(우울감 개선)

국내 2023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7.3명에 달한다.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자 OECD 평균의 2배다. 보건당국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발 OECD 평균으로라도 낮춰보자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잘 치료되지 않는 자주 재발되는 우울증이 자리잡고 있다.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한국법인 한국얀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맞아 9일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최신 치료 지견’을 공유하는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했다.

 

80대 자살률이 가장 낮고, 여성이 자살시도는 잦지만 실제 죽음은 남자가 2배 이상

 

2023년 기준 연령대별로는 60대, 50대, 10대, 40대, 30대, 20대, 70대순으로 자살자가 많다. 특히 10~30대 청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로 집계돼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80대 자살자가 가장 적었는데 이는 기초 노령연금과 고독성 농약의 판매 금지(그라목손은 2012년부터)에 따른 영향이 있다고 유혜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유해정보대응팀장은 이날 마스터클래스에서 설명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에서 직업별로는 학생, 가사, 무직의 자살 비중이 43.5%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14.8%), 사무직(13.5%)였다.

 

자살자 중 배우자가 있는 사람의 비중이 41.3%로 미혼(33.1%), 이혼(16.9%), 사별(8.5%)를 합친 비중보다 낮았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정신질환 문제가 37.7%로 가장 높았다. 다음이 경제상황(25.9%), 육체적 질병(16.3%)다. 

 

성별로는 남자가 인구 10만명 자살자가 38.3명, 여자는 16.5명이다. 통상 여자가 더 높은 빈도로 자살시도를 하지만 남자는 빈도가 낮은 대신 더 극단적인 자살 수단을 택하기 때문에 실제 자살률은 남자가 높다. 이는 외국의 경우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경제적 수준이 높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자살률은 낮아진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15~2023년 자살사망자 10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부검 결과, 86.3%가 사망 전 정신질환을 앓았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74.5%는 우울장애로 확인됐다. 정신질환을 앓았던 사람의 60.5%가 정신과 문제로 치료나 상담을 받았다. 그만큼 더 살기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자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자살은 일명 ‘베르테르 효과’에 의해 주변인 또는 심리적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동반 자살을 유도한다. 통상 1명의 자살은 7~10명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자살자 따른 1인당 평생 사회경제적 손실은 약 4억912만원이다. 

 

이에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올해 추경 예산에 25억5000만원을 자살 예방 목적으로 반영했다. 자살 예방을 위해 전라북도의 경우 의료비로 1인당 연간 160만원, 최대 24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유족에 대해서는 1인당 100만원까지 자살심리에 빠지지 않도록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자살은 유족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23 심리부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자살 유족 58.3%가 자살사고(思考)를 표현했으며, 20%가 심한 우울증으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건 보도 최소화가 자살예방에 도움 … 베르테르 효과 차단해야, 자살 미화도 금물 


유혜림 팀장은 이 자리에서 “언론인도 자살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며 “자살 관련 보도를 자제하고, 자살의 동기나 원인, 자살 방법과 수단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흔히 자살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는데 자살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이뤄지는 비극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예인 자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자살심리 증폭)을 일으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며 “특정인의 자살을 미화하는 것도 사회적 경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총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은 2023년 11월 경기도 안성 칠장사 요사채에서 불을 지르고 자살했는데 당시 조계종의 일부 승려는 ‘소신공양’했다며 사건을 덮으려 했다. 사실 자승스님은 교계 비리로 인해 반대파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었고, 이런 게 차후 알려지는 게 교단이나 자신에게 이롭지 않다고 판단해 자살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순교 또는 공양소신이라며 미화한 종단 일부의 목소리다. 

 

한국인의 높은 우울증 평생 유병률 34.8% … 매년 7.08%씩 늘어나

 

한국인이 평생 한번이라도 우울증에 걸린 유병률은 약 34.8%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전 인구의 40%가 우울증을 호소했다는 설문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울증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OECD 국가가 10~20%대 유병률을 보이는 것에 비해 높은 수치다.

 

문제는 관리되지 않는 우울증의 극단이 자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주요우울장애로 진단되었던 환자의 2~15%가 자살로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일반인에 비해 13~26배 높은 수치다. 게다가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는 일반 우울증 환자보다 7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MMD)는 는 최소 2주 이상 지속되는 우울감 및 흥미 저하, 식욕 변화(저하 또는 폭식), 수면장애 등을 비롯한 여러 신체증상으로 심각한 일상적 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것을 의미한다. 

 

TRD 환자 3분의 1이 기존 약으로 효과 없어 … 얀센 ‘스프라바토’ 치료 패러다임 전환

 

이들 가운데 약 3명 중 1명은 다양한 항우울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MMD 환자는 1차 치료에서 36.8%가 치료반응(관해)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2차 치료에서 30.6%만이 관해를, 3차 치료에서는 13.7%가, 4차 치료에는 13%가 관해를 보인다. 결국 전체 MMD 환자의 3분의 1은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얻지 못한다. 

 

의학적으로 치료 저항성 우울증(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TRD)은 일반적인 항우울제(SSRI, SNRI 등) 2가지 이상을 사용해도 증상이 거의 완화되지 않거나 전혀 호전되지 않는 우울증을 의미한다. 이는 통상적인 국제적 기준이고,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 비쳐 “두 가지 항우울제와 하나의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조현병 치료제) 병합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라고 정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TRD 치료에는 새로운 조합의 약물요법, 인지행동치료(CBT), 경두개자기자극술(rTMS), 전기경련치료(ECT) 등이 동원된다.  

마스터클래스에서는 한국얀센의 ‘스프라바토 나잘 스프레이’(Spravato 성분명 에스케타민염산염, esketamine HCl)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의료용 마약류이자 향정신성의약품인 케타민(Ketamine)은 거울상 이성질체로 R체와 S체가 섞여 있다. 이 중 S체만을 정제한 게 에스케타민이다. 에스케타민은 R체 케타민에 비해 NMDA 수용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4배에 달한다. 수용체에 대해 높은 친화성을 가져 그만큼 효력도 크다. 

 

케타민은 해리성 마취제로 쓰이는 의약품으로, 통증 조절과 우울증 치료에도 사용된다. 오남용과 의존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해리성 마취란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의식이 멀쩡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취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 때 일종의 환각상태도 동반된다. 이 때문에 이를 마약으로 오남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진다. 

 

반면 에스케타민(향정)은 저항성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병원에서 의료진의 2시간가량 모니터링 하에 비강에 분무하고, 1~2주마다 정량을 주입함으로써 오남용의 우려를 차단했다. 이 약은 처음 유도치료 기간에는 1주일에 2회 치료하고, 이후 한 달 동안 1주에 1회 치료하다가, 이후에는 환자의 증세에 따라 1주 또는 2주마다 1회 치료한다. 

 

에스케타민은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고갈을 막는 기존 항우울제(SSRI, SNRI)와는 달리 N-메틸-D-아스파르트산(NMDA) 수용체를 비선택적, 비경쟁적으로 차단하여 뇌의 신경세포(시냅스) 연결성을 회복하고 우울 증상을 완화한다. 구체적으로 에스케타민은 NMDA 수용체를 억제해 글루탐산 방출을 증가시킨다. 이는 AMPA 수용체의 자극을 증가시키고 이 때 BDNF가 방출되며 뇌내 신경영양신호가 활성화되면서 시냅스 단백질의 합성이 늘어난다. 시냅스 밀도가 증가돼 그 기능이 회복됨으로써 뇌기능이 활발해지면서 우울한 기분도 감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프라바토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한 달 안에 절반 이상의 관해를 보이고, 환자가 투여 24시간 내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증상(우울감, 자살충동) 개선을 보인다는 것이다. 스프라바토는 투여 28일 차에는 52.5%의 관해율을 기록했으며, 장기 유지 연구에서는 재발 위험을 51%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TRD에서 기존 약물치료는 관해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37~51일)이 걸려 자살충동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고, 치료 실패가 거듭됨으로써 관해율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TRD에 대한 빠르고 효과적인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큰 상황에서 스프라바토가 급부상한 것이다.

 

조성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티옥세틴((vortioxetine, 오리지널약 브린텔릭스) 같은 약이 TRD 치료제로 지목되고 있지만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을 타깃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우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NMDA 수용체를 억제하는 스프라바토는 차별화된 기전과 즉각적인 효과로 TRD 치료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 일부 정신과 의원에서 경두개자기자극술(rTMS), 전기경련치료(ECT) 장비를 들여놓고 TRD를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의 지속성, 안정성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에서 아직은 실험적”이라고 평가했다. 

 

스프라바토의 두드러진 임상 효과를 바탕으로 캐나다 ‘CANMAT 2023’, 프랑스 ‘AFPBN 2024’ 등 해외 주요 진료지침은 스프라바토를 치료저항성 우울증의 주요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호주는 올해 5월부터 약제비 지원 제도(Pharmaceutical Benefit scheme, PBS)에 스프라바토를 포함시켜 환자 접근성을 확대했다.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으로 급성치료를 받은 집단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 스트라바토 치료군에서 전체 급성 의료비용과 정신건강 관련 급성 의료비용이 감소하고, 입원 및 응급실 방문 횟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급성 의료비는 월평균 2323달러에서 1423달라로 감소했다. 정신건강 급성 의료비는 1880달러에서 1139달러로 줄었다. 이는 응급실 이용 및 입원비를 포함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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