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가 87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에 세레벨 테라퓨틱스(Cerevel Therapeutics)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조현병 치료제 후보 엠라클리딘(emraclidine)이 2상에서 이점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
애브비는 11일 자사의 조현병 치료 후보 약물 엠라클리딘이 EMPOWER-1 및 EMPOWER-2 등 2건의 2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두 시험은 PANSS(조현병 양성 및 음성 증후군 척도) 총점 기준으로 6주 후의 개선 정도를 측정했으나, 엠라클리딘 투약군과 위약군 간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두 용량군(10mg 및 30mg)에서 모두 동일하게 관찰됐다. 애브비는 추가 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전 임상 1b 연구와 유사한 안전성 프로필을 제시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두통, 구강 건조, 소화 불량이 포함됐으며, 이들 부작용의 발생 빈도는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애브비의 연구개발 책임자인 루팔 타카르(Roopal Thakkar) 박사는 이번 임상 결과에 대해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추가 데이터를 분석하여 향후 진행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임상에 참여한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연구를 위해 협력해 준 임상 시험 기관에 감사를 표한다”며, “애브비는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통해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제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신과 및 신경계 질환에 더 나은 치료법을 찾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엠라클리딘은 화이자와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Bain Capital)이 합작 설립한 세레벨 테라퓨틱스의 대표 자산으로 애브비가 23년 12월 87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하면서 확보한 약물이다.
무스카린 M4 수용체 선택적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PAM)로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도파민 신호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항정신병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후보물질이다. 조현병 이외에도 1상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한편 세레벨 인수를 통해 확보한 또 다른 약물인 도파민 D1/D5 선택적 부분 작용제인 타바파돈(tavapadon)은 파킨슨병 치료 적응증을 위한 3상에서 치료제 후보의 온 상태의 유지 시간을 연장했다는 긍정적인 3상 결과를 지난 4월 공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