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트리스코리아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리피토정’(Lipitor, 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이 국내 출시 25주년을 맞았다. 1999년 12월 출시 당시 한국화이자(비아트리스의 옛 모회사)는 ‘자라토’로, 화이자의 국내 파트너였던 제일약품은 ‘리피토’로 판매하다가 2001년 6월 1일부터 글로벌 브랜드인 ‘리피토’로 통일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리피토는 출시 5년차인 2003년부터 지난해 2023년까지 20년간 국내 스타틴 단일제, 복합제 통합 처방량 기준 1위(2003~2023, IQVIA 데이터 기준)를 기록했다. 2018년 한국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국내 리피토 처방건수는 연간 100만명이며, 현재도 연간 약 100만명의 국내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리피토를 실제 판매하고 있는 제일약품의 매출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29억원어치가 국내서 팔렸다.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 칼슘)는 1985년 워너-램버트사(화이자에 합병됨)의 브루스 로스 박사(Bruth Roth)가 최초로 합성했다. 이후 1996년 화이자와 공동 판매에 합의했다. 이 제품의 브랜드명은 '리피토'가 됐다.
화이자는 2000년 6월, 아메리칸홈프로덕츠(AHP, 2002년 1월에 자회사인 와이어스로 개명, 와이어스는 2009년 1월 680억달러에 화이자로 합병됨)와의 인수 경쟁에서 승리해 워너-램버트를 900억달러에 인수했다.
화이자는 워너-램버트 인수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이어 당시 2위 제약사로 부상했고, 와이어스 합병으로 1위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이처럼 리피토는 화이자의 최근 역사에서 비중 있는 제품으로 꼽힌다. 2000년 6월 이후 리피토는 전 세계 이상지질혈증 시장을 25년간 리드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리피토는 콜레스테롤의 전구체인 'HMG-CoA'의 환원효소를 경쟁적으로 억제해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을 줄이는 아토르바스타틴 치료제다. 현재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 혈증의 보조제, 동형접합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 관상동맥심장질환의 고위험군 또는 환자의 위험성 감소(관상동맥심장질환 1·2차 예방)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2004년에는 관상동맥심질환 위험요인을 가진 성인 환자의 심근경색, 뇌졸중, 혈관재생술 및 협심증 감소에, 2005년에는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사고 발생 억제에 적응증을 추가했다.
2007년에는 관상동맥심질환자의 비치명적 심근경색, 뇌졸중, 혈관재생술, 울혈성 심부전 입원 감소 및 협심증 예방에 적응증을 추가했다. 이로써 현재 리피토가 가진 심혈관계질환 세부 적응증은 12개에 이른다.
비아트리스코리아는 24일 서울 소동동 조선호텔에서 리피토 25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국 뉴욕대 의대 스리팔 방갈로(Sripal Bangalore) 교수는 ‘근거 중심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방갈로 교수는 “저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LDL-C)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에 해당하는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이상지질혈증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심혈관계 효과(CV outcome)를 1차 평가지표(Primary Endpoint)로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리피토는 1차 평가지표로서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확인한 다양한 임상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응증을 확보했다. 이 중 일부 연구결과는 미국 ACC/AHA(2018, 2019), 유럽 ESC/EAS(2019),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2022) 등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임상적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임상은 ASCOT-LLA 연구다. 이 임상은 고혈압을 비롯해 세 가지 이상의 심혈관계질환을 가진 40~79세 환자 1만305명을 무작위 배정한 대규모 연구다.
리피토10mg군과 위약군을 3~5년 추적 관찰한 결과, 리피토10mg(5168명) 투여군은 위약군(5137명) 대비 심혈관 사건위험이 36%나 감소했다.
그 다음 대표 임상이 'CARDS' 연구다. 이 연구는 40~75세 제2형 당뇨병 환자 2838명을 대상으로 리피토10mg(1428명), 위약군(1410명)을 무작위 배정해 3년 이상 관찰한 결과, 리피토10mg을 복용한 환자들은 주요심혈관사건 위험이 37%나 줄었다. 당뇨병 환자는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주목받을 만한 연구였다.
리피토는 당뇨병 환자보다 더 높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2차 예방 효과도 연구했다. 바로 'MIRACL' 임상이다. 이 연구는 심장마비를 겪은 환자 3086명을 병원에 입원시킨 다음 24~96시간 이내 리피토 고용량 80mg을 투여했을 때 효과를 관찰했다.
그 결과 리피토80mg(1538명) 투약군은 위약 대조군(1548명)보다 심혈관사건 위험을 16% 줄일 수 있었다.
방갈로 교수는 “리피토와 같은 이상지질혈증 감소 치료를 통해 고혈압, 당뇨병, 심장마비를 겪은 환자들이 현저하게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방갈로 교수는 더 의미있는 임상 데이터를 소개했다. 심장마비를 겪은 후 10일 이내에 리피토 80mg을 투약받은 환자(2099명)와 대조군으로 프라바스타틴 40mg(2063명)을 사용한 환자 총 4162명을 비교 분석한 'PROVE-IT' 연구에서 리피토는 프라바스타틴 대비 심혈관사건 위험을 추가로 16% 감소시켰다.
방갈로 교수는 “PROVE-IT 임상연구 초기에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심혈관계 사건 위험 곡선이 실제 분리되는 시점을 통해 환자가 언제 혜택을 볼 수 있는지 관찰했다”며 “곡선은 첫 24~48시간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심장마비가 있는 환자는 병원에 오자마자 초기부터 스타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리피토는 초기 24~48시간 이내 매우 뚜렷한 효과를 보였으며, 장기적으로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리팔 방갈로 교수는 미국 이상지질혈증 치료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한 연구자다. 그가 관연한 임상연구 데이터가 미국, 유럽, 한국의 가이드라인에 반영됐으며 국내서도 스타틴 단독요법을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리피토가 실제 심혈관질환 사건 예방(감소) 혜택을 입증한 연구는 10개이며, 이 중 주요 평가평수(1차 지표)를 달성한 연구는 7개다. ASCOT-LLA(고혈압·심혈관계), CARDS(2형 당뇨병)를 비롯해 MIRACL, PROVE-IT 연구는 스타틴 제제 중 유일하게 심장마비를 겪은 환자에서 1차 치료 또는 2차 예방을 입증한 연구다.
방갈로 교수는 “미국과 유럽, 한국 등의 이상지질혈증 가이드라인이 스타틴을 강력하게 1차 치료에 권고하는 것은 스타틴이 사망률을 현저히 감소시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리피토 임상연구 데이터는 심혈관 사망률 감소, 뇌졸중 발생 감소, 심장마비로 다시 입원할 확률 감소, 반복적인 시술(스텐트 삽입 또는 풍선확장술 등 중재수술)이 필요한 환자 감소 등 아토르바스타틴의 현저한 이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리피토를 사용했을 때 이상반응은 무시할 정도라고 방갈로 교수는 단언했다. 그는 “스타틴 사용으로 인해 횡문근융해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1000분의 1 정도며, 그나마 약을 일시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이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통계에 따르면 스타틴 복용자의 85~90%는 이렇다할 부작용을 호소하지 않는다. 심각한 근육병증의 하나인 횡문근융해증은 복용자 10만명 당 1.5명꼴로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다. 반면 2022년에 나온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27.8%가 스타틴 관련 근육병증을 호소한다. 또 환자의 73.5%가 스타틴 관련 근육통증을 호소한다는 연구도 있다.
방갈로 교수는 리피토 국내 출시 초기 “수돗물에 스타틴을 타야 한다”는 국내 유명 의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 “동의한다”며 “그만큼 리피토는 혜택은 많고 부작용은 별로 없는 대단한 약”이라고 추켜세웠다.
한국 시장에 특화된 임상 연구, AMADEUS 및 AT-GOAL
리피토는 한국 환자들을 겨냥한 임상연구 성적표도 갖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이 국내 환자에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리피토는 'AMADEUS' 연구를 통해 국내 2형 당뇨병 환자 440명에 투여됐다. 연구에서 LDL-C 수치에 따라 리피토 투여 용량을 결정했으며, LDL-C 수치가 높으면 40mg(74명), 중간은 20mg(181명), 낮으면 10mg(185명)을 복용했다.
4주 후 LDL-C가 100 mg/dL에 달성하지 못한 경우 용량을 2배 증량했다. 투여 8주차 시점에서 91%의 환자에서 LDL-C 목표수치인 100mg/dL에 도달했으며, 초기 리피토 투여 용량이 클수록 LDL-C 감소율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종합하면 기저 시점 대비 전반적으로 LDL-C 수치를 4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환자의 LDL-C 수치에 맞춰 용량을 제공하는 치료 전략이 유용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진행한 또 다른 'AT-GOAL' 연구에서 425명을 LDL-C 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 환자 상태에 따라 리피토 치료의 시작 용량을 하루 10mg, 20mg, 40mg으로 달리 설정했다. 저위험군은 LDL-C 수치 160 이하를, 고위험군은 LDL-C 수치 100 이하로 목표치를 설정했다. 그 결과 환자의 81.9%가 치료를 시작한 지 4주 만에 LDL-C 목표치에 도달했고, 8주차에 도달한 비율은 86.0%였다.
이 외에 'TST' 연구에서는 허혈성 뇌졸중을 겪은 환자를 대상으로 LDL-C 목표 수치를 70 미만으로 설정한 환자와 LDL-C 90~100 사이로 설정한 환자군을 비교했다. 그 결과, 허혈성 뇌졸중을 겪은 환자들도 LDL-C 수치 감소 목표를 더 낮게 설정하고 리피토 같이 강력한 스타틴 제제를 사용한 경우 심혈관사건 감소에 혜택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날 임현정 비아트리스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는 “리피토는 출시 이후 25년 동안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전세계 3억3000 환자-년수(patient-years)의 임상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게 고품질 의약품으로 제공돼 왔다”며 “의료진의 꾸준한 신뢰와 실제 임상에서 확인된 임상적 유용성을 바탕으로 출시 25년이 지났음에도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1차 치료제 중 하나로 견고하게 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 이상지질혈증 임상연구에 화이자와 리피토가 많은 물심양면의 지원을 해온 점도 강조했다.
비아트리스코리아는 리피토에 이어 2021년 에제티미브 성분을 추가한 복합제 ‘리피토플러스정’(Lipitor Plus®, 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 에제티미브)을 출시하며 리피토 패밀리를 늘렸다. 에제티미브는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이 소장에서 체내로 다시 흡수되는 것을 막아주어 혈액 중 지질 관련 수치들을 낮춰준다. 고지혈증 환자의 콜레스테롤 감소를 위한 식이요법의 보조제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