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암연관섬유아세포(CAFs, Cancer associated fibroblasts)가 면역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A와 결합해 항암 면역반응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필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교신저자), 최호중 간담췌외과 교수(공동저자), 박종근 가톨릭대 의생명건강과학과 석사과정 학생(제1저자) 연구팀은 간내 축적된 면역글로불린A가 간세포암 주변 미세환경에 존재하는 암연관섬유아세포에 영향을 주어 면역세포인 T세포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기전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간세포암 치료를 받은 환자의 조직샘플을 분석한 결과, 증가된 면역글로불린A는 간내 섬유아세포에 결합하고 이로 인해 섬유아세포가 면역 억제 기능이 증가하는 표현형으로 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항종양 면역 반응을 담당하는 T세포 기능 약화로 이어져 간암의 발생 및 면역 치료에 좋지 않은 반응을 유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암연관섬유아세포는 종양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섬유아세포로 종양미세환경에서 암의 진행과 전이를 촉진할 뿐 아니라 치료약물의 전달을 방해하고 저항성을 유발해 암 치료를 어렵게 한다. 최근 간세포암의 암연관섬유아세포가 항암제 렌바티닙과 소라페닙 치료의 내성을 유도하며, 여러 표현형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동안 유방암, 췌장암 등 여러 암에서 암연관섬유아세포의 역할은 많은 연구 활동으로 알려진 반면 간세포암 분야는 연구가 부족했다. 간세포암에서 암연관섬유아세포의 형성 기전 및 특성을 규명한 이번 연구로, 이를 제어하는 새로운 면역항암제 치료 전략이 기대되고 있다.
면역글로불린(Ig)은 림프구에서 분화된 단백질로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내는 면역체계다. 면역글로불린에는 Ig G, Ig M, Ig A, Ig D, Ig E로 5가지 종류다. 면역글로불린A는 주로 점막 부위에서 분비되어 방어하며 타액, 소화액 등에 존재한다. 인체가 감염에 대항할 때 만들어지는 항체의 한 종류이지만,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세포암은 원발성 간암으로 간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의 약 90%를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의 3번째 주요 원인이며,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간세포암 발생률 1위다.
간세포암은 간 전제술, 간이식, 항암요법이 주요 치료법이다. 간암 치료를 위한 면역항암제가 최근 임상에 쓰이면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면역항암제(PD-1/PD-L1 억제제)와 표적항암제(소라페닙. 렌바티닙) 병용요법에도 여전히 환자 10명 중 3명은 암이 빠르게 악화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간암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이는 기전을 찾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성필수 교수는 “축적된 간내 면역글로불린A는 면역 억제를 조절(억제)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며 간세포암의 발전 및 전이의 핵심 요인일 수 있다”며 “환자의 간암조직을 실제로 이용한 이번 연구로, 암연관섬유아세포의 항종양 면역기능 약화 기전이 최초로 규명된 만큼, 간암에서 면역치료 반응율을 높이려면 암연관섬유아세포 제거가 필요하다”고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간학 분야 국제학술지 '간장학‘(Hepatology, 인용지수 14.0) 2월 15일자로 정식 게재되기에 앞서 온라인에 먼저 게재됐다. 서울성모병원 리더연구자 연구비,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의 지원으로 연구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