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선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류주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박사팀과 함께 대장암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표지자 ‘Cetux-probe’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전이성 대장암의 치료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표적치료제 세툭시맙(Cetuximab)은 정상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하며 암세포의 증식을 차단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치료반응이 달라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고 비용적 부담도 커 치료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요구돼왔다.
연구팀은 세툭시맙이 표적이자 암 발생에 관여하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에 결합한 뒤 분해되며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예측 표지물질인 ‘Cetux-probe’를 개발했다. Cetux-probe는 세툭시맙이 분해될 때 형광물질을 내보내도록 설계됐다.
세툭시맙의 치료반응 정도를 형광물질 강도로 측정 … 개인맞춤형 대장암 치료 방안 기대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대장암 세포주에 세툭시맙과 Cetux-probe를 각각 투여하고, Cetux-probe의 형광 강도를 분석한 결과 형광 강도가 클수록 세툭시맙의 치료 효과가 우월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따라서 형광의 세기를 통해 세툭시맙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으며,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시간과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표적치료제 반응에 따라 환자의 치료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Predicting response to anti-EGFR antibody, cetuximab, therapy by monitoring receptor internalization and degradation’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Biomaterials’(IF=12.479)에 게재됐다.
문용화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은 전이성 호르몬 양성 유방암 치료제인 ‘CDK 4/6 억제제’로 치료할 때 내성이 생기는 원인이 ‘PEG10’ 유전자 때문임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PEG10 RNA 치료제와 CDK4/6 억제제를 병용 투여 시, 종양의 크기가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약칭 HR)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공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환자가 여성호르몬 차단체를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재발과 원격 전이가 발생한 후, 약제 내성이 생기면 치료가 어렵다. 최근 전이성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치료에 표적항암제인 화이자의 ‘입랜스캡슐’(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 한국노바티스 ‘키스칼리정’(Kisqali, 성분명 리보시클립, Ribociclib), 한국릴리 ‘버제니오정’(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 등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3년 내에 대부분의 환자가 내성을 보여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CDK4/6 억제제 치료에서 내성이 발생한 암세포주와 내성이 아직 생기지 않은 암세포주를 유전자의 발현을 확인하는 mRNA 마이크로어레이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그룹에서 PEG10 유전자의 발현 유무가 가장 큰 차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내성이 생긴 암세포주에서 PEG10 유전자의 발현이 현저히 높은 것을 근거로 CDK4/6 억제제의 내성이 생기는 원인이 PEG10 유전자임을 입증했다.
이어 대표적인 CDK4/6 억제제인 입랜스에 내성을 보이는 전이성 유방암 동물 모델을 개발해 PEG10 RNA 치료제를 병용 투여했다. 입랜스 단독 투여 시 종양 크기가 계속 커져 항암 효과가 없었으나 PEG10 RNA 치료제를 단독 투여 시 종양크기가 76% 감소, PEG10 RNA 치료제와 입랜스를 병합 투여 시 종양크기가 85% 감소로 줄어드는 우수한 항종양 효과를 확인했다.
문 교수는 “PEG10 RNA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투여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전세계적으로 CDK 4/6 억제제 내성을 극복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성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유방암 환자가 치료제에 내성이 생기더라도, 꾸준히 다른 약제로 치료를 잘 받고 있으면 좋은 신약이 개발될 수 있으니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유방암 치료에서 CDK 4/6 억제제 내성과 관련하여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세계 유방암 전문가들이 모이는 ‘글로벌 유방암 컨퍼런스’(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GBCC)에서 CDK 4/6 억제제 내성 극복 방안에 대한 강연을 하는 등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실험, 임상암 연구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and Clinical Cancer Research, IF=11.3)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