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예후 진단 지표인 ‘온코타입Dx’ 점수가 낮더라도, 암세포 활성도(Ki-67) 수치가 높다면 표적항암치료를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안성귀 연세대 강남세브란스 유방외과 교수, 이새별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 이장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유방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유방암 환자에서의 Ki-67, 21개 유방암 관련 유전자 기반 재발 예측 점수(온코타입Dx), 호르몬 내성 여부 및 생존(암재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임상 현장에서 온코타입Dx와 Ki-67은 조기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항암 여부를 결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온코타입Dx 검사상 25점을 기준으로 항암 여부를 결정하며, 종양세포의 증식과 관련된 핵단백질인 Ki-67 지수를 통해 종양의 공격성을 예측한다. 특히 호르몬수용체(H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에서 Ki-67이 높을수록(20% 이상이 참조기준) 암 재발 가능성이 높거나 예후가 좋지 않은(암 특이적 생존기간이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진행된 연구들에서 Ki-67과 온코타입Dx 점수의 상관관계가 보고된 바 있지만, 두 인자의 결과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Ki-67이 높다 하더라도 온코타입Dx 상 저위험군일 경우 항암치료를 생략하도록 돼 있다.
연구팀은 Ki-67과 온코타입Dx의 연관성 및 온코타입Dx 저위험군 환자에서 Ki-67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2010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11년간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온코타입Dx 검사를 시행한 HR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 환자 2295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Ki-67과 온코타입 점수는 중간 정도(R=0.455, P<0.001)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온코타입Dx 점수가 낮은 환자에서 Ki-67이 높을수록 재발률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HR 2.52; 95% CI 1.27-4.96, P=0.008).
또 Ki-67에 의한 재발은 수술 3년 이내보다는 3년 이후에 더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호르몬 (억제) 치료의 저항성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임상적으로 호르몬 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는 환자의 비율은 온코타입Dx 검사상 저위험군으로 분류돼 항암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환자 중 Ki-67이 높은 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안성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온코타입Dx 저위험군 환자에서 Ki-67의 임상적 의미를 증명한 최초의 연구”라며 “높은 Ki-67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지연 재발과도 연관이 있는 만큼 온코타입Dx상 저위험군이라 할지라도 Ki-67 수치가 높다면 지연재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 방침을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조기 유방암 고위험군에서 두 가지 CDK4/6 표적치료제(의 효과가 입증됐고, 이번 연구에서 높은 Ki67가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데 활용됐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를 활용한 치료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가지 CDK4/6 표적치료제는 HR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에서 효과를 보인 한국노바티스 ‘키스칼리정’(Kisqali, 성분명 리보시클립, Ribociclib)와 한국릴리 ‘버제니오정’(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을 지칭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1년 10월 13일, 버제니오에 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애 관한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Ki-67 점수가 20% 이상으로 평가된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하도록 했다. 아울러 Ki-67를 측정하는 검사를 관련 동반진단 검사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