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비소세포폐암의 표적치료제의 표준으로 일컬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3세대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돌연변이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인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에 내성을 획득한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팀은 오시머티닙에 내성을 가진 EGFR 돌연변이 폐암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얀센의 ‘리브리반트주’(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 amivantamab-vmjw) 및 유한양행의 ‘렉라자정’(LECLAZA, 레이저티닙 메실산염일수화물, lazertinib) 병용요법 연구결과를 25일 공개했다.
리브리반트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활성 EGFR 돌연변이 가운데 EGFR 엑손19 결손 변이이나 엑손21(L858R) 치환 변이에 이어 3번째로 보편적인 EGFR 엑손20 삽입 변이를 타깃으로 한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가 됐다.
레이저티닙은 오시머티닙의 같은 계열로서, 그 대안으로 등장한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치환변이(L858R) 표적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IF 82.9)에 실렸다.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는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표적치료제를 사용한다. 1세대 혹은 2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다보면 내성이 생겨서 EGFR T790M이라는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오시머티닙 등 3세대 EGFR 억제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현재까지 오시머티닙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 효과를 입증한 치료법은 없으며 세포독성항암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종양 크기 감소 등을 보인 환자 비율인 객관적반응율은 15% 정도에 그치며 심각한 부작용 우려도 있다.
나중에 등장한 레이저티닙은 오시머티닙과 같은 3세대 표적치료제로서, 기존 치료제 대비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높아 뇌전이 환자에게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 아미반타맙은 EGFR 엑손20 삽입 변이는 물론 MET을 표적하는 이중항체제다.
연구팀은 오시머티닙 내성을 보유한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 45명을 대상으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객관적반응률은 36%(16명)로 현재 사용되는 세포독성항암제에 비해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 암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는 1명이었다. 반응을 보인 환자 16명의 반응지속기간은 9.6개월이었으며 이중 69%가 6개월 이상의 반응을 유지했다. 전체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4.9개월이었다.
또 환자들은 약물을 주입할 때 흔히 발생하는 알레르기반응과 피부발진 수준의 부작용을 보여 약물 사용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병용요법이 효과를 보이는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과 함께 종양에서 단백질 발현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면역화학염색법을 실시했다. 암 성장과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EGFR, MET 관련 단백질을 발현하는 종양세포의 비중을 뜻하는 H스코어가 400 이상이면 효과가 좋았다. H스코어 400 이상 환자는 객관적반응률 90%, 무진행생존기간 12.5개월, 반응지속기간 9.7개월을 보여 대조군(10%, 4개월, 2.7개월)보다 우수했다.
조병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료 대안이 없는 오시머티닙 내성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효과를 입증한 최초의 임상 연구”라며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효과적인 환자를 찾아낼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함께 발굴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