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세계 인구의 99%가 WHO 대기질 지침 수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지역에 살고 있는 가운데, 대기오염의 영향이 매년 약 670만 명의 조기 사망 원인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2019년 전 세계적으로 약 420만 명이 실외 공기 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대기상태(State of Global Air) 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한국에서 약 17,000명 이상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중 90% 이상은 유해한 초미세먼지(PM2.5)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기오염이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의 발생을 증가시키고 이로 인한 사망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원호연 중앙대병원 심장혈관·부정맥센터 순환기내과 교수가 최근 '아시아·태평양 심장대사증후군 국제학술대회(APCMS 2023)'에서 발표한 '대기오염과 심혈관질환 건강(Air Pollution and Cardiometabolic Health)' 자료에 따르면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했다.
원호연 교수가 소개한 '글로벌 대기상태(State of Global Air)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인 가운데 특정 질환자 중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사망한 비율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40%, 하기도감염(폐렴, 기관지염) 30%, 뇌졸중 26%, 당뇨병 20%,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증) 20%, 폐암 19%를 각각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의 대기오염 영향으로 인한 사망률 조사에서는 1990년 만성 호흡기질환 47.1%, 심혈관질환 25.5%였지만, 2015년에는 심혈관질환이 44%를 차지하고, 만성호흡기질환이 33.6%를 기록하며 대기오염의 영향으로 심혈관질환이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PLoS ONE 2019;14:e0215663)
원호연 교수는 “대기오염이 기존에 호흡기질환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장기간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O3) 노출 및 심혈관계 사망률에 대한 관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와 오존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J Am Coll Cardiol 2018;72:2054–70)
이어 “또 다른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PM2.5) 정도와 허혈성 심장질환 및 뇌졸중 사망률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할수록 허혈성 심장질환 및 뇌졸중 사망률이 비례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Nat Rev Cardiol 2020;17:656-672/ Environ. Health Perspect 122, 397–403 (2014).)
미세먼지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는 우리 몸에 흡입된 초미세먼지(PM2.5)가 폐 조직 내부에 깊숙이 침전되면, 폐에 염증이 발생할 뿐 아니라, 미세 물질이 직접적으로 혈관에 작용을 하기도 하며,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이는 심혈관계에 좋은 않은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혈전 발생을 증가시키고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중국에서 시행된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PM2.5)에 단기간(최대 7일) 노출될 경우 10mg/㎥ 당 급성심근경색 위험이 2.5%, 장기간 노출될수록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상대적 사망 위험은 9%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JAMA 2012;307(7):713~721, Environ Health Perspect 2017;125(11):117002)
유럽에서의 장기간 연구(European Study of Cohorts for Air Pollution Effects)에서는 미세먼지(PM10)가 10ug/㎥ 증가할 때마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12%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BMJ 2014;348:f7412)
28개국이 참여한 2014년까지 다수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및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μg/㎥ 증가하면 뇌졸중 위험이 1%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BMJ 2015;350:h1295)
특히, 미국의 ‘여성건강계획(Women's Health Initiative)’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주요 도시에 거주하는 폐경 후 여성들을 6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가 10μg/㎥ 증가하면 뇌혈관질환 35%, 뇌졸중 28% 증가했으며, 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은 83% 증가했다.(출처; N Engl J Med 2007;356(5):447~458)
원호연 교수는 “국내외 여러 연구 논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으로 인해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실외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며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과 신체 활동을 지속하되, 특히 심혈관질환 위험군은 미세먼지 지수가 나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동건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교수는 코로나 전·후 데이터 비교연구를 통해 코로나가 우리 일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활발히 고민하며 다각도적인 연구를 진행해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최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미국 의사협회저널(JAMA network open, IF 13.353) 온라인판에 논문 2편을 연달아 발표했다.
■ 청소년 우울감·자살성향 증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시행하고 있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Korea Youth Risk Behavior Survey, KYRBS) 데이터를 분석, 코로나 팬데믹이 청소년 우울감과 자살 성향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했다.
분석 결과, 코로나가 창궐하기 이전인 2016-2019년의 청소년 우울감은 26.1%, 자살성향은 12.3%로 나타났으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2020-2021년)에는 각각 26.6%, 12.5%로 다소 증가했다. 특히, △여성 △대도시 거주 △낮은 소득 수준을 가진 청소년에게 더욱 취약하게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에는 경희의료원 연동건 교수, 경희대병원 신경과 우호걸 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논문 제목은 ‘2015-2021년 한국 청소년들의 우울감과 자살 성향, 그리고 코로나19 범유행 관련 위험요인’(National Trends in Sadness, Suicidality, and COVID-19 Pandemic–Related Risk Factors Among South Korean Adolescents From 2005 to 2021)이다.
■ 성인 신체활동 감소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하는 지역사회건강조사(Korea Community Health Survey, KCHS) 데이터를 활용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의 전체 성인 신체활동 증감여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 이전 시기에 꾸준히 운동하던 안정적인 경향과 비교해볼 때, 약 24%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세부 그룹별로 확인해보면, △노인은 29%, △여성은 29%, △대도시 거주자 30%, △우울 증상을 가진 성인은 22% 신체활동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는 경희의료원 연동건 교수, 경희의과학연구원 임현정 교수 등이 참여했으며, 논문 제목은 ‘2009-2021,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이전의 한국 성인 신체활동 경향’(National Trends In Physical Activity Among Adults In South Korea Before and During the COVID-19 Pandemic, 2009-2021)이다.
연동건 교수는 “청소년 우울감과 자살 성향 증가 방지를 위한 개인맞춤형 공공 정책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연구결과로 코로나 팬데믹이 종결된 만큼, 앞으로의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성인이 3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코로나 팬데믹 종결 이후 운동활성화를 위한 범정부적 캠페인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