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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투어
1억5000만년 전 공룡들의 이야기 고성 상족암군립공원
  • 변영숙 여행작가
  • 등록 2023-01-18 18:43:19
  • 수정 2024-08-14 21: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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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km에 걸친 덕명리 해안가엔 해식해와 2000개 넘는 공룡발자국 선명

언제부턴가 경남 고성하면 ‘공룡의 고장’으로 각인됐다.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바닷가에는 푸른 남해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몽돌해변과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기암절벽과 계곡이 어우러진 극도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펼쳐진다.  



상족암 남해바다 풍경 / 변영숙 제공

고성 상족암(床足岩)은 바위의 모양이 마치 밥상 다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해면의 넓은 암반과 기암절벽들이 계곡을 형성한 자연경관이 그야말로 자연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 인간의 상상력의 범위를 넘어선 자연과 시간이 빚은 창작품이다. 



1982년 상족암 부근 해안에서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발자국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덕명리(중심지, 서쪽)에서 상족암-촛대바위-군립공원-제전마을(덕명리의 동쪽)까지 6km에 걸쳐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들의 2000여 족적이 선명하다. 파도가 야금야금 깎아 먹은 해식애(海蝕崖)가 시루떡을 켜켜이 쌓은 듯하다.


고성 공룡화석지는 두 발로 걷는 공룡과 네 발로 걷는 공룡 등 수 백 개에 달하는 여러 종류의 공룡 화석이 한 장소에서 발견돼 캐나다, 브라질과 더불어 세계 3대 공룡 유적지로 꼽힌다. 혹자는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와 더불어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라고도 칭한다. 상족암군립공원은 1999년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되었다. 


1억5000만 년 전에 호숫가 늪지대였던 상족암 일대는 공룡들이 집단으로 서식해 발자국을 남겼다. 그 위로 퇴적층이 쌓이면서 암석이 되고, 그 뒤 지층이 솟아오르며 퇴적층이 파도에 씻겨 나가면서 공룡의 발자국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놓인 데크길을 따라 공룡발자국 화석을 찾아 나서 보자. 눈이 시릴 정도로 투명한 남해 바다에서는 차가운 겨울바람마저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병풍바위를 벗 삼아 데크길을 걸으면 중간중간 ‘공룡발자국화석지’ 안내판이 나온다. 암반 위에 주먹만 하게 움푹 팬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동그란 모양도 있고 깨진 별 모양도 보인다. 신기하게도 패인 자국들은 자로 잰 듯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실체는 없지만 바로 내 눈앞에서 거대한 생물체가 어딘가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공룡들이 살고 있던 시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력을 1억 년 전으로 돌려놓아본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공룡이 들려주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상족암 나무데크 산책로 / 변영숙 제공

상족암 해식동굴 / 변영숙 제공

나무 데크가 끊기는가 싶더니 거대한 코끼리 다리 모양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그 유명한 ‘상족암’이다. 거대한 바위 사이로 비밀의 문처럼 좁은 틈이 있다. 한번 그 틈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바위 아래서는 바닷물이 먹잇감을 노리는 뱀의 혀처럼 쉼 없이 날름거린다. 이곳은 ‘핫플’로 등극한 ‘인스타그램’ 성지다. 동굴 안쪽에서 바다를 향해 셔터를 누르면 환상적인 인생 숏을 얻을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 상족암에 가야 이 모든 것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공룡에 관심이 많다면 인근 고성공룡박물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에 가면 공룡의 탄생부터 멸종까지 모든 역사가 한눈에 펼쳐진다. 국내 최초의 공룡전문박물관으로서 공룡 진품화석 7점을 비롯해 복제화석과 모형공룡 등을 통해 공룡의 생태를 보다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박물관 외관은 고성 상족암 일대에 많이 서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구아나돈의 몸체와 크고 작은 공룡 알을 겹쳐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광장에는 세계 최대 높이(24m)의 공룡탑과 전망대가 자리잡고 있다. 전시실에 마련된 다양한 종류의 공룡 골격들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또 공룡퍼즐, 공룡과 달리기코스, 3D 영상실 등 어린이들이 공룡과 친숙해질 수 있는 공간이 체험학습장소로 인기다. 


고성의 진짜 아이콘은 공룡 이전에 ‘오광대 탈춤’ 



고성 오광대놀이 / 고성군청 홈페이지

고성의 진정한 아이콘은 공룡이 아닌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라 할 것이다. 고성읍의 군립 고성탈박물관에는 입구에 수십 개의 장승이 서 있다. 오광대 탈춤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탈이 전시돼 있다. 



고성오광대 놀이는 문둥이춤 · 오광대춤 · 중춤 · 비비춤 · 제밀주춤 5마당으로 이뤄져 있다. 양반 계층의 위선과 형식에 치우친 윤리를 익살과 해학을 통해 조롱함과 동시에 서민 생활의 고달픔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는 민중극이다. 


경남 합천이 발원지이며 1900~1920년에 통영오광대·창원오광대의 영향을 받았다. 고성 읍내의 북촌파와 남촌파라는 풍류 모임이 있었는데 각각 부유한 선비층과 서민층이 주도했다. 농악 위주의 남촌파가 시와 고전악기를 즐기던 북촌파의 분위기를 흡수하면서 1920년대부터 지금 전래되는 모습으로 굳어졌다고 전한다. 탈춤에는 해학적이지만 민중의 서러운 정서가 어디에나 담겨 있다. 


초록빛 자연을 체험하는 참다래마을


고성읍에서 서남쪽으로 22.5km 떨어진 하일면 송천리의 참다래마을에 가면 전국 최고 품질의 참다래를 맛볼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참다래는 자연에서 채취한 산약초와 천혜녹즙, 미네랄이 풍부한 해초류, 한방영양제 등 40여가지의 천연비료로 재배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고성 참다래는 당도가 19.5 브릭스로 일반 참다래(17 브릭스)보다 높다. 참다래는 한마디로 중국 원산의 다래과 식물의 일종이다. 키위는 뉴질랜드 식물학자가 중국 원산 참다래를 개량해 만든 품종으로, 생김새가 뉴질랜드의 국조라는 키위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7년 국내에 뉴질랜드산 참다래 묘목이 도입된 이래 경남 고성을 비롯한 전남과 제주 일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1990년대에 수입산 키위와 구별하기 위해 ‘참다래’란 이름이 처음 붙여졌다. 뉴질랜드산 키위가 널리 알려진 탓에 아직도 참다래를 수입과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국산 과일이다. 참다래와 한국 토종다래는 엄연히 다르다. 토종 다래는 더 작고 당도가 떨어지고 과육이 모자라며 본래 야생이다. 



참다래의 재배 및 숙성 과정 / 참다래마을 홈페이지

참다래는 1~2월 가지치기를 시작해 5월말~6월초 개화, 9~11월 수확한다. 바나나와 마찬가지로 수확 후 숙성 과정을 거쳐 먹는 후숙 과일이다. 충분히 숙성된 11월에서 3월에 가장 달콤하고 판매가 집중된다. 고성의 참다래마을 농민들은  “고성 참다래는 충분한 일조량과 바닷바람, 따뜻한 기온 등 천혜의 자연조건과 친환경 농업기술로 재배돼 전국 최고의 품질과 맛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남해안 청정수역에서 잡히는 도다리는 고성의 대표 먹거리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다리는 3~5월 봄이 제철인 생선이다. 도다리가 봄에 맛있는 것은 생선이 담백하기 때문이다.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인 볼락(우럭을 조피볼락이라 함)과 신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최고의 별미다. 쑥을 듬뿍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은 겨우내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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