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체를 이용해 눈과 신경계 등에 생긴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지용우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팀은 인공수정체에 진단 센싱 능력을 탑재해 안과 질환뿐 아니라 각종 신경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인공수정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연구에는 이형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연구팀(고원건 교수, 김세민 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나노공정 연구실(이재종·김기홍 박사)이 함께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액티브 머티리얼스’ (Bioactive Materials, IF 16.874)에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뇌와 직접 연결돼 있는 눈의 특성에 착안해 인공수정체를 고안했다.눈에서 나오는 눈물과 방수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각종 질병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검출하고 그에 걸맞은 바이오센싱 시스템을 안구에 장착해 실제로 구현했다.
즉 항체가 결합된 하이드로겔 패턴이 타깃 바이오마커와 반응하면 수축하게 되는데, 스마트 인공수정체는 수축으로 좁아진 패턴을 기준 격자와 겹쳤을 때 생성되는 모아레 신호의 변화를 이용하는 원리로 바이오마커를 검출한다.
모아레 신호를 이용하면 하이드로겔의 변화를 직접 관찰하는 방식과 비교해 나노 단위의 고감도 변화량 감지가 가능하다. 또 기존 바이오센서가 사용하던 전기화학적 혹은 형광발현 표지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직관적인 감지가 가능하며, 외부 전력이나 광원이 필요 없어 생체 내 삽입하는 센서로서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선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세극등현미경을 통해 모아레 신호를 관찰할 수 있어 수술 후 모니터링 또한 쉽다.
스마트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의 안전성 또한 입증됐다. 인공수정체 삽입은 백내장 수술의 일환으로 시행되는데, 백내장 수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장 안전하게 이루어지는 수술이다. 국내에서도 연평균 수술 건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사용한 모든 물질은 향후 의료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기존의 인공수정체 또는 다른 인체 삽입물에 사용해왔던 것들을 활용했다. 사람 안구 세포실험 및 돼지 안구 생체외실험, 살아 있는 토끼를 이용한 전임상 생체내실험까지 거치며 생체 적합성, 안정성, 바이오마커 검출 능력까지 확인했다.
지용우 교수는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백내장 등 노인성 안질환과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이 동시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 인공수정체가 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하고 조기 진단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스마트 인공수정체 관련 기술을 국내외에 특허 출원하고, 국내 유일의 인공수정체 제조회사인 고려아이텍과 협력해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산학연병 협력을 통해 3년간 약 30억 규모의 정부과제 ‘나노커넥트 사업’을 수주했으며 이를 통해 원천기술의 상용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