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AKT 억제 표적항암제인 카피바서팁(capivasertib)이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lective estrogen receptor degrader, SERD) 제제인 같은 회사의 ‘파슬로덱스주’(Faslodex 성분명 풀베스트란트 fulvestrant)와 병용요법에서 유망한 3상 결과를 내놓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병용요법이 특정 유방암에서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통계적으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연장시킴을 입증한 3상 CAPItello-291 임상시험 결과를 26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이 병용요법은 내분비요법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 중 또는 마친 후에도 종양이 재발했거나 악화된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유방암 , 사람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저발현 또는 음성인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한 결과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
CAPItello-291 임상은 이들 전체 환자군뿐만 아니라 PIK3CA 또는 AKT1 또는 PTEN 유전자들에 한정적인(qualifying) 변이를 동반해 사전에 분류한 생체표지자별 하위군에서도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이란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피바서팁은 현재 유방암과 전립선암 치료제로 3상을, 혈액종양 치료제로 2상을 각각 진행 중인 경구용 AKT 억제제다. AKT 억제제는 RAS-PI3K-AKT-mTOR 신호전달 캐스케이드에서 세포 성장, 증식, 자살(apoptosis), 전사. 당대사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효소(AKT, serine/threonine-specific protein kinases의 일종)을 억제한다. RAS-PI3K-AKT-mTOR 경로의 이탈(Deregulation, 비정상화)은 호르몬수용체 양성(HR+, 에스트로겐 및 프로게스테론 양성) 질환, HER2 증폭, 삼중음성유방암(TNBC,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HER2 모두 양성)을 포함한 유방암에서 흔하게 관찰된다.
카피바서팁은 AKT의 3가지 이성체(isoform)인 AKT1, AKT2, AKT3 등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 선택적 아데노신 3인산염(ATP) 경쟁적 저해제의 일종이다. AKT 억제제는 크게 알로스테릭(Allosteric) 억제제, ATP-경쟁적(competitive) 억제제로 나뉜다.
이날 아스트라제네카는 전체생존기간 데이터가 분석시점에서 아직 완전하게 확보되지 않았지만, 초기 자료임을 감안할 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CAPItello-291 임상시험은 핵심적인 2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을 도출하기 위해 지속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규제당국과 공유하고 향후 열리는 의학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카피바서팁 및 파슬로덱스 병용요법의 안전성 프로필은 이전의 동일 병용요법을 평가한 임상시험 사례들과 대등소이했다.
유방암은 세계 각국에서 가장 빈도 높게 발생하고 있는 암이어서 2020년 한 해에만 230만여명이 진단받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70% 정도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 HER2 저발현 또는 음성 환자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 내분비요법제(주로 아로마타제 저해제, aromatase inhibitor, AI)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을 치료하는 데 폭넓게 사용되고 있지만, 다수의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이 1차 약제인 CDK4/6 저해제나 에스트로겐 수용체 표적치료제(즉 AI)를 사용해 치료해도 내성을 보이는 까닭에 추가적인 치료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CAPItello-291 임상시험을 총괄한 영국 런던 소재 암연구소(ICR)의 니콜라스 터너(Nicholas Turner) 분자종양학 교수는 “임상에서 카피바서팁이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들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연장시켜 준 것으로 입증됐다”면서 “이 새로운 항암제가 환자들이 더 오랜 기간 동안 암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해 주면서 최우선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수잔 갤브레이스(Susan Galbraith) 항암제 연구개발 담당부회장은 “전체 피험자에서 고무적인 자료가 도출됨에 따라 카피바서팁이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계열 최초 치료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진행성 유방암 환자이 내분비요법제를 사용해 치료를 진행 중이거나 마친 후에도 종양이 악화되거나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잦은 만큼 내분비요법제의 효능을 연장시켜 줄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AZ, 차세대 SERD ‘카미제스트란트’ 2상에서 파슬로덱스 단독요법 대비 PFS 우위 입증
아스트라제네카는 차세대 경구용 SERD 제제인 카미제스트란트(camizestrant)의 2상 SERENA-2 임상시험의 연구결과도 이날 함께 발표했다.
카미제스트란트는 이전에 진행성 유방암으로 내분비요법제로 치료받았고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이 있는 폐경 후 환자를 대상으로 파슬로덱스(1세대 SERD)와 비교했을 때 75mg과 150mg 용량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혜택을 입증하면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카미제스트란트는 내약성이 양호하고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 임상시험에서 관찰된 것과 일치했으며,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 임상시험 데이터는 차후 의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갈브레이스 부회장은 “차세대 경구용 SERD 카미제스트란트를 통해 초기 및 전이성 HR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내분비요법을 개선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SERENA-2 임상의 고무적인 효과와 견고한 안전성 결과는 ER 유발 유방암 환자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카미제스트란트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카미제스트란트 개발을 위한 광범위한 임상 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카미제스트란트는 중추적 ‘SERENA-6’ 3상 임상시험에서 검출 가능한 ESR1 변이가 있는 H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CDK4/6 억제제(팔보시클립 또는 아베마시클립)와의 병용요법을 평가 중이다. 또 ‘SERENA-4’ 3상 임상시험에서 HR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팔보시클립과의 병용요법을 평가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카피바서팁 및 카미제스트란트의 청신호는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이 개발한 ATP 경쟁적 AKT억제제인 이파타서팁(ipatasertib, GDC0068)이 연거푸 임상에서 실패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로슈의 차세대 SERD 제제인 기레데스트란트(giredestrant)와 사노피의 암세네스트란트(amcenestrant)가 임상에 실패한 것과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사노피는 지난 8월 유방암 관련 두 번째 임상시험이 실패하자 암세네스트란트의 개발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로슈는 초기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레데스트란트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사노피와 로슈의 고전과 달리 미국 라디어스헬스(Radius Health)와 이탈리아 메나리니(Menarini)가 공동 개발 중인 SERD 제제 엘라세스트란트(elacestrant)는 지난 8월에 미국과 유럽에서 신약승인심사에 들어갔다.
엘라세스트란트는 경구용 SERD 제제의 성패를 가를 요소인 ESR1 변이 고발현 유방암에서 효과적인 것을 입증했지만 로슈와 사노피의 신약후보들은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카미제스트란트도 ESR1 돌연변이에 강력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으나 1차 평가지표(PFS)를 일단 충족했다. 이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정보가 제공돼야 카미제스트란트의 상업화 성공 여부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