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지나 올해 9월 13일부터 9월 24일까지 국내 의약품 허가 및 허가취하 사항을 보면 한국다이이찌산쿄의 항암제 ‘엔허투주’(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fam-trastuzumab-deruxtecan-nxki)와 보령의 항암제 ‘젭젤카주’가 신약으로 국내 승인된 게 눈에 띈다.
엔허투주는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2세대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인 ‘엔허투주’(Enhertu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fam-trastuzumab-deruxtecan-nxki)로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전에 두 개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이전에 항 HER2 치료를 포함하여 두 개 이상의 요법을 투여 받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이 적응증이다. 즉 3차 치료제로서 승인됐다.
미국에서는 2019년 12월 20일 HER2 양성 유방암의 3차 치료제로 첫 승인된 후 2021년 1월 15일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의 3차 치료제로 두 번째 승인을 얻었다.
2022년 5월 5일에는 절제불가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에서 이전에 HER2 치료를 받았거나, 또는 신보조요법이나 보조요법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6개월 이내에 재발한 환자의 치료제로 확대 승인을 받았다. 2022년 8월 6일에는 저발현 HER2 유방암까지 커버하는 항암제로 확대 승인을 얻었다. 엿새 뒤 12일에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HER2(ERBB2) 변이 절제불가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HER2 치료제 중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획득한 최초의 사례였다.
엔허투는 역사에 길이 남을 유방암 치료제인 로슈의 ‘허셉틴주’(Herceptin 성분명 트라스트주맙 trastuzumab)와 그 후속 제품인 로슈의 ‘캐싸일라주’(Kadcyla 성분명 트라스투주맙 엠탄신, trastuzumab emtansine)를 기세 좋게 유효성 면에서 누르고 있어 시장성이 밝게 점쳐진다. 허셉틴과 ‘퍼제타주’(Perjeta, 성분명 퍼투주맙, Pertuzumab)는 2021년 3월 작고한 호세 바젤가(José Baselga)가 개발했으며 다이이찌산쿄가 개발 중인 엔허투를 아스트라제네카에 공동 상용화하도록 알선한 이도 그다.
보령은 1차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젭젤카주’(Zepzelca, 스페인명 Zepsyre, 성분명 러비넥티딘, lurbinectedin, 코드명 PM1183)를 22일 국내 승인받았다.
젭젤카는 DNA의 구아닌 잔기(guanine residues)의 수소 대신 알킬기(탄소 2개 이상의 탄화수소기)를 치환시키는 알킬화제(alkylating drug)로서 유전자 전사, DNA 수리 경로 등에 일련의 억제작용을 함으로써 세포 주기를 교란시키고 종국엔 세포가 죽음에 이르도록 한다.
미국에서는 2020년 2월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같은 해 6월 가속승인을 얻었다. 스페인 제약사 파마마(PharmaMar)가 개발했으며 미국 판권은 아일랜드 제약사 재즈파마슈티컬스(Jazz Pharmaceuticals)가 보유하고 있다. 국내 판권은 보령이 2017년 11월 파마마로부터 도입했다.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 등에 비해 일반적으로 초기 전이가 잘되고 진행속도가 빠르다.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세포폐암은 백금계 치료가 일반적인데 내성을 보이거나 재발한 환자에게 젭젤카가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신약 외에 주목할 자료제출의약품(개량신약) 허가 품목은 한국휴텍스제약의 ‘에페크로닉정’, 명문제약 ‘에페신에이스정’, 환인제약의 ‘페낙손정’, 대웅제약의 ‘에오날정’(이상 22일) 아주약품의 ‘아펙손정’(14일), 동구바이오제약의 ‘에어페낙듀오정’(27일), 마더스제약의 ‘아세리손정’(27일)에 허가됐다. 아세클로페낙과 에페리손염산염 복합제로 모두 아주약품 평택1공장에서 위탁생산된다. 근골격계 근육 연축 증상을 동반한 급성 요통 환자의 통증 완화로 적응증을 얻었다. 근이완제 겸 근육 지향적 소염진통제 성격이 강한 제품들이다.
한국얀센의 6개월 지속형 조현병 치료제인 ‘인베가하피에라주사’(INVEGA HAFYERA)가 22일 허가받았다. 미국에서는 2021년 9월에 승인됐다. 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 성분으로 ‘인베가서방정’(1일 1회), ‘인베가서스티나주사’(월 1회용), ‘인베가트란자주사’(4개월마다 1회 투여)에 비해 투여 간격을 늘린 것이다. 인베가하피에라는 기존 1개월 지속형 주사제로 최소 4개월 동안 충분히 치료받았거나 3개월 지속형 주사제로 최소 한 사이클 동안 충분히 치료 받아 내약성을 확인한 경우에 투여하도록 권장돼 있다.
메디팁은 4가 면역증강제 계절성 독감 백신인 ‘플루아드쿼드프리필드시린지’를 19일 허가받았다. 가을 초입인 9월에 독감주의보 발령이 내려진 가운데 65세 이상에 사용할 수 있다.
메디팁은 의약품 컨설팅 업체로 아직 국내 영업허가를 받지 않은 호주 기반 CSL시퀴러스(CSL Seqirus)를 대신해 이 제품을 허가받았다. CSL시퀴러스는 호주 제약사 CSL의 백신사업부와 노바티스 인플루엔자 부서가 합쳐진 백신 전문 기업이다. CSL시퀴러스는 올 여름에 국내지사를 설립했다.
면역증강제 독감 백신은 면역체계가 저하된 노인의 면역 반응을 개선해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면역증강제인 MF59C.1를 함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면역증강제가 함유된 플루아드쿼드 등 4가 고성능백신을 권고하기도 했다.
플루아드쿼드프리필드시린지주는 국내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2종류와 B형 바이러스 2종류를 예방하는 목적으로 허가됐다. 바이러스주의 종류는 정제불활화인플루엔자바이러스항원A형(A/Hong Kong/4801/2014, H3N2, NYMC X-263B),정제불활화인플루엔자바이러스항원A형[A/California/7/2009 Reassortant virus NYMC-X181 (H1N1)],정제불활화인플루엔자바이러스항원B형(B/Brisbane/60/2008),정제불활화인플루엔자바이러스항원B형(B/Brisbane/9/2014, wild type) 등 4가지다. 임상시험에서 이 제품은 기존 3가백신보다 뛰어난 예방효과를 입증했다.
녹십자가 주도하는 국내 독감백신 시장에 면역증강제 함유 제품을 내세운 CSL시퀴러스가 어느 정도 시장을 잠식할지 주목된다.
극약이자 항암제로 알려진 삼산화비소 성분의 ‘아사딘주’가 메디팁을 통해 14일 허가받았다. 이로써 이 성분의 희귀의약품은 제이텍바이오팜 ‘아시트리주’, 리퓨어헬스케어의 ‘트리세녹스주’ 등 3가지로 늘었다. 성인 불응성 또는 재발성 급성전골수구성백혈병 환자의 관해유도 및 공고요법이 적응증이다.
퍼슨의 머릿니, 사면발이, 몸이의 감염증 치료 외용제인 ‘이자브라액’이 23일 허가 취하됐다. 피레트린엑스, 피페로닐부톡시드 성분으로 기존 린단(lindane) 성분으로도 이 살상 효과가 충분하기 때문에 소멸되는 것으로 보인다.
퍼슨의 손·피부·수술부위·의료용구 소독제인 ‘성광태고액10%(알킬디아미노에틸글리신염산염액)’도 같은 날 취하됐다.
국제약품의 경구용 백내장 치료제인 ‘벤다라인정’(성분명 벤다작리신 bendazac lysine)이 23일자로 허가 취하됐다. 1983년 12월 21일 허가된 이 약은 수정체 단백질 분해효소의 작용을 촉진해 수정체 변성을 막는다. 노인뿐만 아니라 유소아 및 당뇨병성 백내장에도 사용한다. 어지러움, 두통, 설사, 간기능이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
파레녹신 성분의 산텐제약 ‘가리유니점안액’ 같은 점안제가 더 많이 쓰이고 사용에 편리하므로 경구약이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벤다작리신 성분의 약은 없어졌다. 파레녹신은 수정체 단백질을 변성시키는 물질이 수정체 단백질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한두 방울씩 하루 3~5회 투여한다.
삼일제약의 오래된 항생제 시럽인 ‘셉트린시럽’(설파메톡사졸, 트리메토프림)도 14일 허가 취하됐다. 1970년 9월 25일에 허가됐었다.
메디카코리아의 ‘살부트론서방캡슐’도 22일 허가 취하됐다. 살부타몰 황산염 성분으로 기관지천식,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등에 처방됐다. 이 제품을 마지막으로 살부타몰 경구약은 사라졌다. 이제 ‘벤토린흡입액’ ‘벤토린네뷸’ ‘벤토린에보할러’ ‘살부톨흡입액’ 등 살부타몰 함유 흡입제만 남았다.
동아에스티의 ‘오논드라이시럽’도 15일 허가 취하됐다. 프란루카스트 성분으로 대세인 몬테루카스트에 밀리는 데다 복용이 간편한 츄정이나 산제가 아닌 가루를 물에 타 먹는 현탁용 분말이어서 경쟁력이 밀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