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14일부터 3월 24일까지 국내 의약품 허가 및 허가취하 사항을 보면 한독약품의 오래된 약인 티아프로펜산 성분의 ‘썰감정’이 18일 허가를 자진 취하한 게 눈에 띈다. 썰감정의 취하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의 일종인 티아프로펜산 제제가 모두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이 성분 제제로는 썰감정200mg과 에이프로젠제약의 ‘치로감정’ 등 두 품목이 끝까지 버티었다. 그러다 2019년 에이프로젠제약의 치로감정의 유효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한독의 썰감정만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썰감정의 적응증은 류마티스관절염, 골관절염(퇴행성), 강직성척추염, 요통, 견관절(어깨관절)주위염, 섬유조직염, 낭염, 상과염과 같은 근골격질환, 연조직손상, 건염(힘줄염), 수술후·외상(상처)후 염증 및 동통(통증), 급성상기도염, 월경곤란증 등이다.
티아프로펜산은 NSAIDs로서의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2019년에는 항문음와염, 항문유두염, 치루(항문샛길), 치열, 항문농양(고름집) 등의 적응증이 삭제됐다. 다만 썰감정의 취하에도 시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독이 2020년에 생산·판매 중단을 예고한데다 NSAIDs의 대체제가 이미 많고,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아서다.
지난달 25일에도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피프린히드리네이트의 ‘푸라콩주’가 자진취하되는 등 시장에서 소멸되는 성분이 차츰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0년 간독성 논란이 일었던 신풍제약의 자궁근종 치료제 ‘이니시아정’(성분명 울리프리스탈)이 지난 14일 결국 허가를 취하했다.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는 크게 두 가지 적응증이 있다. 5mg 저용량은 폐경 전 여성의 자궁근종을 치료하기 위해 하루 한 정 복용한다. 수술 전 근종의 섬유량을 줄이기 위해 최대 3개월 동안 쓰게 돼 있다. 유럽에서는 2012년 ‘에스미야’’(Esmya 성분명 울리프리스탈) 등으로 허가받았다. 반면 고용량은 성교후 5일 이내에 복용하는 사후 응급피임약으로 30mg을 한 번 복용하는데 유일하게 현대약품의 ‘엘라원정’이 있다. ‘’
신풍제약의 이니시아정 취하 결정은 유럽과 한국 보건당국이 간독성 이슈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2020년 9월 유럽의약품청 약물감시위해평가위원회(EMA PRAC)은 에스미야가 간이식의 필요성을 포함한 간 손상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PRAC은 간독성으로 인한 환자 위험도를 줄일 수 없어 판매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8년 4월 의약품 안전성 서한 배포를 통해 간기능 저하 등으로 인해 처방 시 간기능 검사 등과 함께 구역, 구토, 우하륵부(오른쪽 갈비뼈 아래) 통증, 식욕부진, 피로감, 황달, 검은 소변 등 간 손상의 징후 및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약전문가에게 알리도록 한 바 있다.
이어 2020년 4월에는 울리프리스탈 제제의 복용 및 처방 중단을 권고하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이에 신풍제약은 “이니시아의 허가는 계속 유지되며 의약품 회수조치까지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하면서 “유럽과 국내에서의 간독성 발현율이 다른 것이 인종간의 특성 차이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퇴출을 막으려 애섰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에는 자진 회수를 하며 사실상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내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다국적제약사가 거의 사라진 가운데 한국얀센이 철수에 앞서 품목정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얀센은 21일자로 ‘타이레놀정160mg’(아세트아미노펜), ‘어린이용타이레놀정80mg’(아세트아미노펜) 등 2개 품목이 취하됐다.
또 수출용 품목인 ‘안티옥스초코정’(메벤다졸), ‘스투게론포르테캡슐’(신나리진), ‘스투게론정’(신나리진) 등 3개 품목을 비롯해 한독에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 중이었던 ‘울트라셋세미정’, ‘울트라셋이알서방정’, ‘울트라셋이알세미서방정’ 등도 모두 품목취하됐다.
이들 품목의 취하사유는 모두 ‘폐업’이다. 한국얀센 화성시 향남공장이 운영을 종료하고 제조소를 해외로 이전키로 한 데 따른 조치다. 한국얀센은 향남공장 운영을 2021년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2018년에 공표한 바 있다.
향남공장은 1983년 한국얀센 창립과 더불어 설립됐으며 생산 혁신을 통해 아 ·태지역 거점공장으로 발돋움하면서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총 8개 아시아 국가에 의약품 완제품을 수출해 왔다.
한국애브비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린버크서방정’ 30mg가 지난 15일 허가받았다. 작년 10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15mg은 류마티스관절염·건선성관절염·강직성척추염·아토피피부염 등으로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 승인은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성인 및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 3건(Measure Up 1, Measure Up 2, AD Up 연구) 결과에 근거해 이루어졌다.
린버크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서 성인은 1일 1회 15mg만 투여하면 되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 30mg를 1일 1회 투여할 수 있어 30mg정 제품은 투여가 간편하다.
슈가마덱스 성분의 제품은 올해 1월 하순부터 계속해서 허가가 늘어나고 있다. 적응증은 ‘로쿠로늄 또는 베쿠로늄에 의해 유도된 신경근 차단의 역전’이다. 로쿠로늄 및 베쿠로늄은 전신마취에 앞서 근골격계의 긴장을 이완시킬 목적으로 투여한다. 슈가마덱스 성분 약은 한국MSD ‘브리디온주’가 오리지널이며 국내에선 작년까지만 해도 한림제약 ‘브리턴주’, 산도스 ‘산도스슈가마덱스나트륨주’ 등 2개 제네릭만 나와 있었다.
3월 14~21일 펜믹스 천안공장에서 생산되는 ‘펜믹스슈가마덱스타트륨주’와 지엘파마의 ‘지엘슈가마덱스주’, 한화제약 ‘리버스온주’ 등 3개 품목이 새로 허가됐다. 이에 따라 슈가마덱스 성분 품목은 올들어 30여개가 허가받아 28일 현재 40품목(용량별 포함)이 승인받은 상태다.
3월 21일 삼익제약 인천공장에서 생산되는 한풍제약 ‘시탁엠정’(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이 승인받았다. 이 공장에서는 동일 성분의 삼익제약 ‘자누맥스엠정’(2일), 화이트생명공학 ‘자누스메트정’(11일), 인트로바이오파마 ‘아이메트정’(11일) 등이 자체 또는 위탁 생산된다.
한미약품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에소메졸플러스정20/350mg’이 21일 자료제출의약품(개량신약)으로 허가받았다. 한미가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 프로톤펌프저해제(PPI)인 에스오메프라졸마그네슘삼수화물 20mg에 제산제 성분인 수산화마그네슘 350mg을 복합했다.
한미약품의 이번 저용량 신제품 출시에 앞서 고용량인 ‘에소메졸플러스정40/350mg’을 올 1월 초에 시판했으며 오는 4월부터 920원에 급여 출시키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에소메프라졸 40mg 기준에 맞춰 1078원까지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나 1위 제품인 종근당 ‘에소듀오정’(에스오메프라졸 40mg과 제산제 성분인 탄산수소나트륨 800mg 복합)와의 경쟁을 의식해 에소듀오와 똑같은 920원으로 맞춰놨다.
작년 종근당 에소듀오는 유비스트 기준 원외처방액 182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에소메졸캡슐’ ‘에소메졸디알서방캡슐’ 등으로 53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리가 작용했다. 한미는 고용량뿐만 아니라 이번에 저용량까지 내놓으며 에소듀오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에스오메프라졸은 위산 분비 억제효과가 일반 오메프라졸보다 우수하지만 위산에 노출되면 물질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이에 알칼리성 제산제를 보완해 오메프라졸의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택했다.
두 제품을 비교하면 제산제 종류와 함량만 다를 뿐이다. 에소듀오 제네릭은 에스오메프라졸 20mg가 함유된 저용량만 출시된 상황이다. 에소듀오 고용량(40/800) 제품은 특허가 등록돼 진입이 쉽지 않다.
외자사 신약으로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만성 C형간염 치료제 ‘보세비정’(Vosevi, sofosbuvir 400mg + velpatasvir 100mg + voxilaraprevir 100mg)이 지난 23일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보세비는 2017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초로 허가 받은 후 근 5년 만에 한국시장에 진입했다.
보세비는 간경변이 없거나 대상성 간경변(Child-Pugh A)이 있는 만성 C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HCV) 감염 성인 환자 중 △NS5A 억제제가 포함된 HCV 요법으로 치료경험이 있는 유전자형 1, 2, 3, 4, 5형 또는 6형 만성 HCV 감염 환자의 치료 또는 △NS5A 억제제 없이 소포스부비르가 포함된 HCV 요법으로 치료경험이 있는 유전자형 1a 또는 3형 만성 HCV 감염 환자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소포스부비르(sofosbuvir)는 ‘소발디’(Sovaldi)의 주성분으로 핵산유사체(nucleotide analog) 계열에 속하며 C형간염 바이러스의 NS5B(NS는 nonstructural의 약어) 단백질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벨파타시비르(velpatasvir)는 소포스부비르와 복합해 ‘엡클루사정’(Epclusa)을 구성하는데 C형간염 NS5A 단백질을 차단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다. 복실라프레비르(voxilaraprevir)는 NS3/4A 단백질을 차단한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경구용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오뉴렉정’(Onureg 성분명 아자시티딘 azacitidine)이 22일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는 아자시타딘 성분의 항암제로 세엘진 ‘비다자주’(Vidaza), 삼양홀딩스 ‘아자리드주’(Azalid), 보령제약의 ‘비자다킨주’(Vizadakin), 인타스파마슈티컬스의 ‘아자딘주’(Azadine) 등이 있었다. 경구제인 오뉴렉 등장으로 그동안 주사제만 있던 시장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구형 제형이 도입됨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BMS제약은 이날 오뉴렉정200mg과 오뉴렉정300mg을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받았다. 이 제제는 저메틸화제로서, 핵산을 구성하는 시티딘(cytidine)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다. 저용량에서는 DNA 메틸전이효소를 억제해(효소와 공유결합) DNA의 메틸화를 방해한다. 이럴 경우 DNA 메틸화의 영향으로 침묵하던 종양 억제 유전자가 회복돼 종양 증식을 억제하게 된다.
공고요법 시행 유무와 관계없이 유도요법 이후 완전관해(CR) 또는 불완전한 혈액학적 회복을 동반한 완전관해(Incomplete Hematologic Recovery, CRi)를 달성하고, 조혈모세포이식(HSCT)이 적합하지 않은 급성골수성백혈병 성인 환자의 유지요법에 사용된다. 3상 QUAZAR AML-001 임상연구에서 오뉴렉 투여군은 전체생존기간을 유의하게 개선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오뉴렉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24.7개월로 위약군의 14.8개월을 능가했다.
다만 다른 아자시티딘 제품과의 대체 위험, 골수억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의 조기 사망 증가, 태아 독성 등을 경고 및 주의사항으로 갖고 있다. 오뉴렉은 2020년 9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