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반려동물의 시대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가량인 1500만명을 돌파했고, 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의 합성어인 펫팸족은 이제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지난 4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9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국민은 총 591만가구로, 2018년(511만가구)보다 80만가구 늘었다.
국내 전체 가구 중 26.4%에 달한다. 4집당 1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이에 따라 이른바 '펫코노미(pet+economy)'로 불리는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산업은 최근 3년 연평균 약 14%씩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오는 2027년에는 그 규모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가장 인기가 높은 서비스는 부재 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 서비스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낮 시간에 홀로 지내야 하는 반려동물을 시간 단위로 대신 돌봐준다. 스타트업 ‘도그메이트’는 펫시터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에 고용된 펫시터 중 자택에서 반려견을 돌봐주는 가정집 펫시터는 350여명, 반려견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 방문 펫시터는 100여명에 이른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 또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전업주부가 많다. 반려동물을 1시간 산책시키는 데 지불되는 이용료는 약 2만8000원으로 펫시터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보험, 세금 등을 제외하고 1만9000원 정도다. 시급이 2만원에 가까운 데다가 고객 평가가 좋아 수요가 계속 발생하면 비교적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고객이 남긴 후기를 통해 신뢰를 얻은 펫시터는 월 300만원 이상을 벌기도 한다.
경기 수원시에서 펫시터로 활동하는 최모 씨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뒤 시간 단위로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알바보다 시급이 괜찮아 시작하게 됐다”며 “돈도 벌고 반려견과 산책하면서 운동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펫시터들은 정해진 근로시간이 없다. 본인이 편한 시간대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 자기 집에서 돌볼 경우에는 1시간에 2만~4만원 정도 이용료를 받고 이 중 80%를 펫시터가 가져간다.
의뢰인의 집을 방문하는 펫시터는 약 28000원의 이용료 중 70%를 수령한다. 도그메이트 관계자는 “반려견이 익숙한 펫시터를 선호하기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계속 일하는 전업 시터가 많다”며 “월 200만원 이상 버는 펫시터가 꽤 많아져 신규 지원자도 매달 200명을 웃돈다”고 밝혔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도 만족도가 높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 씨(31·여)는 “평일에 직장을 다니느라 반려동물이 혼자 집에 있어야 해 고민하던 중 펫시터 서비스를 알게 돼 신청했다”며 “매주 두 번 정도 펫시터가 방문해 산책을 시켜주고 돌봐준 덕분에 반려견의 정서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의사 왕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메디컬이노베이션은 반려동물 방문의료 플랫폼 ‘플러피’를 출시했다. 아픈 동물을 병원에 데리고 가기 힘든 보호자를 위해 동물병원 수의사의 직접 왕진을 주선하는 서비스다.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피부병 등 일반진료, 미용 케어 등을 제공하며 웹사이트 등에서 서비스와 비용을 안내받고 예약하면 협력 동물병원에서 수의사가 방문한다.
비용은 집에서 지불할 수 있다. 플러피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병원에 가야 할 때 번거로움 때문에 망설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양이 등 일부 동물은 이동장에 넣는 것부터 힘들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 모두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미아 방지 서비스도 등장했다. 플랫폼 스타트업 비마이펫은 ‘비마이펫 컴백홈’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반려동물이 실종되면 온·오프라인에 전단지를 배포하고 다른 등록자와 실종 정보를 공유한다. 또 신속하게 전담인력이 출동해 1일 최대 8시간까지 수색을 돕는다. 한정된 시간 내에 반려동물을 찾지 못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홍보 등으로 반려인과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등록비와 이용요금이 없어 인기가 높다.
비마이펫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문제를 보며 이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영업시간 내에 실종신고가 들어오면 2시간 내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 간 상호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한 사례도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펫’과 반려동물 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펫미업’은 업무제휴를 맺고 블록펫이 개발한 플랫폼 사용자가 적립한 블록펫 토큰을 펫미업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펫미업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예약하면 매칭된 기사가 방문하는 반려동물 이동 서비스다. 기본요금은 1만1000원으로 서울 택시 기본요금의 3배에 이르지만 털 제거 및 살균 소독 등 차량 관리비용이 포함된 금액으로 10km 당 2만원가량이 소요된다. 블록펫 측은 “반려동물 이동서비스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토큰을 활용한 암호화폐를 구현해 실제 사용 사례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한 데는 과거 반려동물을 애완동물로 생각했던 것에서 나아가 가족으로 생각하고 사람처럼 챙기게 된 인식 변화,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 적용, 여가·레저 산업 활성화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펫산업연구회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평생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반려동물 관련 제품·서비스는 다양한 방면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