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은 5세 이전에 대부분 발달하고 10세 때 굳어진 시력으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시력발달이 완성된 성인은 필요에 따라 자신의 안구굴절률에 맞는 안경을 쓰면 된다.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영향과 조기학습으로 유소아에서부터 청소년기(중고생)의 전반적인 시력이 1970~1980년대와 비교에 크게 나빠졌다. 게다가 작년부터 유행의 고삐가 풀어지지 않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수업이 늘고 실외생활이 크게 줄면서 소아근시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 합일된 통계는 없으나 만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근시는 1970년대 8~15%에서 2000년대 초반 50% 선에는 최근 수년간 70%대로 상승 중이다. 원시는 7~8%, 난시는 12~15%, 약시는 2% 정도로 추산된다.
하석규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부교수는 “독서와 같은 근거리 주시, 실내활동 증가 등 환경적 요인이 근시와 원시를 유발하는 반면 환경적 요인이 적게 개입되고 유전적 요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게 난시”라고 설명했다. 물론 근시에도 유전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난시도 근시를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에 의해 초래 또는 악화될 소지가 있으나 원인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독서, 근거리 모니터 바라보기, 잦고 긴 스마트폰 사용이 근시를 유발하며 이로 인한 안구피로도 증가가 난시로 인한 시력저하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또 난시의 유전력에 대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근거와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연구는 없다.
하 교수는 “전체 소아안과 안경 처방 중 순수 난시 또는 근시 등과 결합된 난시의 비율이 약 15% 정도로 추산된다”며 “난시는 근시 또는 원시와 다른 굴절이상으로 더 조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구의 모양으로 비교하자면 근시는 안구의 앞뒤 길이가 적정선보다 길어져서 발생한다. 성장하면서 키가 크고 발이 커지듯이 눈도 역시 커지는데 이 때 안구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이 망막보다 앞쪽에 초점을 맺는 게 근시다. 그래서 정작 망막에는 희미한 상이 맺히게 돼 물체가 깨끗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경우 오목렌즈 안경을 대면 빛이 분산돼 좀 더 뒤로 가서 망막에 초점이 맺히게 돼 물체가 깨끗하게 보이게 된다.
원시는 멀리 있는 물체는 잘 보이지만 가까이 있는 물체는 잘 보이지 않는 상태다. 대부분 안구가 작아서 빛이 망막보다 뒤쪽에서 초점을 맺기 때문에 가까운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원시는 근시보다 발견이 상대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 원시로 인해 내사시가 초래될 수도 있고, 두 눈의 원시 차이가 크면 약시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근시와 반대로 볼록렌즈 안경을 대면 빛의 초점이 앞쪽으로 이동해 선명한 상이 망막에 맺히게 된다.
난시는 안구 곡선이 일률적이고 대칭적이지 않아 생긴다. 정상 눈의 각막이 농구공처럼 둥근 곡선을 이룬다면 난시의 각막은 럭비공처럼 타원 곡선이며 그마저도 균일하지 않다. 각막이 전체 굴절력의 약 3분의 2, 수정체가 약 3분의 1을 담당하는데 난시란 눈에 들어간 빛이 각막에서 굴절돼 한 점이 아닌 두 점 이상에서 초점을 맺는 굴절이상을 말한다.
하 교수는 “난시는 기본적으로 각막의 중심 굴절률이 높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대체로 각막의 중심부가 정상안보다 더 도드라진 모습을 보인다”며 “특히 원추각막에 의한 난시는 일반 난시보다 그 곡선이 더 가파르다(steep)”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아난시가 어떤 원인으로 유발되는지 아직까지 규명된 바가 없다. 소아난시로 인해 수정체의 모양과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은 의학적으로 이런 내용이 보고된 바가 없다.
난시는 물체를 볼 때 한 점에 정확한 초점이 맺히지 못하고 두 점 이상에 초점이 맺히므로 여러 초점을 하나로 모으는 원주렌즈안경으로 교정이 가능하다.
근시는 대개 성장과 함께 진행한다. 소아의 원시는 성장으로 안구가 커지면서 좋아질 수 있다. 난시는 더 악화될 수도 있고, 완화될 수도 있으며, 그대로 있을 수도 있다.
하 교수는 “국내의 경우 소아근시가 원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며 “소아근시가 안경교정, 수면 중 착용하는 각막교정렌즈(Orthokeratologic lens, 일명 드림렌즈, Dream Lens) 등으로 난시에 비해 교정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근시의 정도, 환아의 연령, 근시 진행의 속도에 따라 어려운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근시와 난시는 소아기에 전교정(全矯正, Full correction)이 원칙이다. 난시는 민감한 시기 이후에는 교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근시보다 조금 더 어린나이에 안경을 처방받아 씌워야 한다.
소아난시가 의심돼 일반 안과에 가면 수 개월 지나면 일시적인 난시가 교통정리될 수 있으니 경과를 관찰해보자고 말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난시의 양(진행 정도)과 축(빛의 굴절 방향), 예상되는 교정시력이 난시교정의 시점을 잡는 핵심적 요인”이라며 “난시가 경증이고 나안시력이 양호하다면 경과관찰이 필요할 수 있지만 중등도 이상이라면 가급적 일찍 전교정에 나사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의 난시 교정 안경착용 후 시력이 고정되고 평생 안경을 써야 한다며 걱정하고 미루려는 성향을 보인다”며 “환아의 난시에 맞게 안경을 맞춰 주고 교정시력이 나오도록 유도하는 게 가장 큰 목적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과정에서 난시, 근시, 원시 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시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난시의 경우 더욱 각별하게 이른 시기에 교정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아이들이 책을 멀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난시다. 눈을 자꾸 비비고 가렵다고 하면서 독서를 기피한다. 이런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개입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점안제로 치료해본 후 다시 한번 시력검사로 난시인지를 재확인해야 한다. 난시로 인한 불편한 증상은 단지 초점이 흐릿하게 맺혀지는 데 그치지 않고 두통, 간헐적인 눈 따끔꺼림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요구된다.
하석규 교수는 “소아난시는 근시나 원시에 비해 유병률이 낮고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굴절이상으로서 조기에 교정하지 않으면 성장 후 시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며 “조기검진과 정기적인 안과검사를 통해 난시를 포함한 소아 굴절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인이 된 후 난시교정 방법으로는 스마일라식, 일반 라식, 다초점 인공 수정체 렌즈, ICL 렌즈삽입술 등이 있다. 하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인 레이저 굴절교정 수술은 대부분 근시 및 노인성 백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수술기법의 발달로 최근엔 이런 수술들이 난시를 교정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다만 라식 수술은 근시의 효과적인 교정이 가능하나 일정 정도 이상의 난시를 갖고 있거나 고도근시, 각막이 얇은 상태에서는 수술이 어렵다.
다초점 인공체 삽입술은 수정체 제거 후 인공수정체를 집어넣는 수술로서 원거리 및 근거리 시력유지 및 개선에 효과적이나 잔여 난시 또는 난시 정도에 따라 다른 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ICL 삽입술은 기존 수정체 앞쪽으로 굴절교정용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로서 고도근시, 난시 환자에 유용하지만 렌즈로 인한 안압상승, 백내장 발생에 유의해야 한다.
하석규(河昔奎)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 프로필
학력
2000~2006년 고려대 의대 졸업
2008~2010년 고려대 의대 의학석사
2012~2018년 고려대 의대 의학박사
경력
2006~2007년 고려대 안암병원 인턴
2007~2011년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전공의
2011~2014년 경기북부병무청 안과징병전담의사
2014~2015년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임상강사
2015~2016년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임상강사
2016~2020년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임상조교수
2020년~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부교수
대외활동
대한사시소아안과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안과학회 정회원
대한사시소아안과학회 학술간사
대한검안학회 정회원
한국저시력연구회 정회원
미국시과학안과학회(ARVO) 회원
아시아 태평양 사시소아안과학회 (APSPOS) 회원
대한안과학회지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