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집중되는 10~11월 중 접종 분산과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전예약을 시작한다.
먼저, 만 75세 이상 어르신은 10월 5일(화) 20시부터 사전예약 할 수 있고, 10월 12일(화)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70-74세, 65-69세 어르신에 대한 사전예약도 각각 10월 12일(화), 10월 14일(목)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다.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지침에는 독감 백신을 포함한 다른 백신과의 접종 간격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한쪽 팔에 두 가지 백신을 맞으면 국소 반응이 집중될 수 있는 만큼 한쪽 팔에는 코로나 백신을 반대쪽 팔에는 독감 백신을 맞을 것을 권한다. 개인차에 따라 심한 면역반응이 생길 것을 고려해 최소 3일 정도, 시간적 여유가 많다면 2주 간격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독감 백신 접종은 매년 이뤄져 왔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인식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백신 간 이상 반응에 대한 차이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전의 접종 사례에서 일반적인 이상 반응이 아닌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했다면 접종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흔히 독감을 ‘독한 감기‘로 여겨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감기와 독감은 근본적인 발병원인부터 달라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고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상기도 감염’으로 불리는 감기는 단순히 몸이 피곤하거나 추운 곳에 오래 있었다고 걸리는 병이 아니다.
감기의 90% 이상이 바이러스균에 감염돼 발생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는 라이노바이러스(Rhino virus),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등 100여종에 달하며 이 중 라이노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코감기가 가장 흔하다.반면 독감은 A형(H3N2·H1N1 등), B형(빅토리아, 야마가타 등), C형 등 세 가지 항원형을 가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걸린다. 이 중 유행성 독감은 대개 A형과 B형이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표면에 항원성을 지닌 돌기가 존재한다”며 “A형과 B형의 돌기에는 독성물질인 ‘헤마글루티닌(H: hemagglutinins)’과 ‘뉴라미니다제(N: neuraminidase)’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H와 N의 항원성 아형이 변하는 것을 ‘대변이’라고 하는데 A형 바이러스 대변이는 약 10년 이상, B형은 4~7년 주기로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유행하는 독감바이러스는 A(H1N1)pdm09이 104건, A(H3N2)가 44건이며, B형은 단 한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가장 유행하는 A(H1N1)pdm09는 2009년 ‘신종플루’라는 이름으로 대유행(pandemic)한 바이러스라는 뜻에서 명명됐다. ‘H3N2’는 1968년 홍콩에서 처음 발견돼 ‘홍콩독감’으로 불렸으며 이후 소변이가 일어나면서 현재까지도 유행하고 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의 재채기나 기침에서 나온 비말이 호흡기로 들어오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물체를 만진 손으로 코와 입을 만졌을 때 전염될 수 있다. 비말은 호흡기를 통해 나오면 1m 정도 확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으로 가리지 않고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비말이 더 멀리 날아간다.
비말에 포함된 바이러스는 건조한 표면에서 며칠간 살아남았다가 인체로 침투할 수 있다.독감은 감기와 달리 갑작스러운 고열, 전신근육통, 쇠약감 등 전신증상이 심한 게 특징으로 기침, 인후통, 객담 등 호흡기 증상도 동반된다. 폐렴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도 감기보다 높다. 독감에 걸린 후 고열이 심해지면서 호흡이 가빠지고 기침할 때 누런 가래가 나오면 폐렴을 의심해보고 병원을 찾아 흉부 X-레이나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어봐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독감에 걸렸더라도 1주일 이내에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하지만 고령층, 만성질환 환자, 어린이 등 면역력이 약한 고위험군은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48시간 내에 뉴라미니다제(Neuraminidase) 억제제인 ‘타미플루(경구제)’, ‘리렌자(흡입제)’ 등 항바이러스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 사용 후 3~5일이 지나면 상태가 호전되고 1~2주 후 완치된다.면역력이 취약한 어린이, 만성질환 환자, 고령층은 독감 예방접종이 필수다. 독감 예방백신엔 3가백신과 4가백신 두 종류가 있다. 3가백신은 A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인 H1N1과 H3N2 모두와 B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인 B-야마가타와 B-빅토리아 중 한 가지 등 총 세 종류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4가백신은 이들 네 개 바이러스를 한 번에 예방한다. 생후 6개월 이상~12세 이하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은 3가백신을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반면 4가백신은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독감백신의 면역력은 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생기므로 늦어도 11월까지는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고기동 교수는 “인플루엔자 백신은 65세 이하 건강한 사람에서 70~90% 예방할 수 있다”며 “65세 이상 노인에선 발병 예방률이 40%로 낮은 편이지만 입원은 50~60%, 사망을 80% 줄이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평생 동안 독감백신을 한 번만 맞으면 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젊고 건강한 사람에서도 면역력은 1년 정도만 유지된다. 고령층, 만성질환 환자는 면역력이 더 짧게 유지돼 매년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교수는 “독감 예방주사는 어디까지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감기, 기관지염, 폐렴 등 호흡기감염질환 예방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춥다는 이유로 운동하지 않고 집에서 TV나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면역력이 저하돼 독감이나 감기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일·채소,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저당·저염·저지방식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고 금연과 금주를 실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