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5일 넘게 네자릿수릏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우울감(코로나블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코로나 이후 환자 증상이 악화된 경우가 늘었다고 말한다. 1년이상 마스크를 쓰고 야외활동이 적어지면서 밤잠을 설치고 설사 잠이 든다고 해도 가위눌림에 시달리며 악몽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과다한 업무와 복잡한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다. 어느날 퇴근 후 잠이 든 김 씨. 밤중에 문득 잠에서 깼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이게 가위눌림이구나'란 공포감에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몸을 누루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어 계속 괴로워하다 간신히 다시 잠들었다.
자면서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해 보는 사람은 적지 않다. 가위눌림의 의학적 명칭은 수면마비다.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잠이 들었을 때나 잠에서 막 깨었을 때 몸의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현상이다. 환각도 함께 본다. 과거의 괴로운 경험이나 공포스러운 경험, 무서운 환청이 나타나기도 한다.
자는 도중 몸이 움직이지 않고 환청·환각 등 불쾌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적지 않다. 흔히 말하는 '가위눌림' 현상이다. 의학적으로는 '수면마비'라 불리는 수면장애의 일종이다.
수면마비에 걸리면 누군가 몸을 누르고 있는 듯이 답답하고 식은땀이 난다. 심한 경우 잔인하거나 공포스러운 장면이 함께 생각나기도 한다. 숙면을 방해하는 수면마비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몸은 자는 동안 NREM(Non-Rem sleep)과 REM(Rapid Eye Movement) 수면 단계를 반복하는데, REM 상태일 때는 호흡·심장박동에 필요한 몇 근육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근육의 긴장이 풀리는 마비상태가 된다. REM 상태에서는 꿈을 많이 꾸는데, 이때 의식만 깨어나면 몸은 마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수면마비에 걸리는 것이다.
수면마비는 10~30대에게 종종 나타나는 현상으로, 수면마비에 걸렸다고 해서 건강에 이상이 있는 등 심각한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면마비로 인해 깊은 잠을 못 자 주간수면과다증이 생기거나, 탈력발작(근육에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것)·반복적인 두통 등을 경험한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불규칙한 수면습관·수면부족·스트레스·시각적인 강한 자극 등이 수면마비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실제 피곤할 때(41.5%),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34.0%), 잠이 부족했을 때(31.1%), 공포영화나 무서운 장면을 봤을 때(16.0%) 순으로 가위눌림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평소 잠을 충분히 자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편안한 마음상태를 유지하면 수면마비를 예방할 수 있다.
무리한 신체활동을 피하고 잠들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몸을 이완시켜 숙면을 돕는다. 되도록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영상물을 보지 않는 게 좋다. 자는 자세를 바꾸는 것도 효과적인데, 옆으로 비스듬히 누우면 목젖이 기도를 누르는 것을 막아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면마비는 치료가 불필요하다. 특히 아침에 잠에서 깰 때 주로 나타나는 ‘격리형 수면마비’는 일시적인 증상으로 전체인구의 4~50%가 겪는 증상이다. 단, 만성으로 이어져 반복된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유전적 요인이나 기면증으로 수면마비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는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연구팀은 수면마비를 겪는 환자를 대상으로 명상을 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명상과 수면마비 발생 여부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대상자는 △수면마비를 두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면 증상이 악화된다고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긍정적 대상을 떠올리고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호흡하는 방식으로 명상했다.
그 결과, 명상을 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과 달리 수면마비를 겪은 횟수가 전보다 줄었다. 또한 수면마비로 인한 환각과 불안감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수면마비는 잠이 부족하거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는 등 스트레스가 많을 때 나타나는데,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한 발랜드 잘랄 박사는 “수면마비를 자주 겪어 숙면하기 힘든 사람은 명상을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위눌림 오해와 진실>
가위눌림은 어릴수록 더 자주 경험한다
발병은 보통 10대에 처음 시작하지만 어느 연령 때에도 일어날 수 있으며 남녀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의 3분의 1은 일생 중 한 번 이상 수면마비를 경험하고, 약 10%는 반복적으로 공포증상을 동반한 수면마비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위눌림은 질병이다
수면마비로 인해 몹시 불안하고 잠을 잘 못 자거나 낮에 졸음이 심하게 오는 등의 문제가 있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수면마비가 올 수 있는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불규칙한 생활, 수면 부족, 과로, 스트레스뿐 아니라, 기면병, 다리 경련과 같은 수면 질환, 양극성 장애, 약물남용 등의 정신질환, 간질, 고혈압 등의 내과 질환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병원에서는 여러 가지 수면장애, 스트레스,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 등을 살핀다. 특히 기면병의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수면다원검사, 반복적 수면 잠복기 검사 등의 특별한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공황장애, 조울병과 같은 정신질환 여부도 살펴야 한다.
악몽, 공황발작과 같은 증상이다
악몽은 글자 그대로 나쁜 꿈을 꾸어서 불안증상을 느끼는 것이며, 공황발작은 숨이 막힐 것 같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는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두 증상 모두 몸이 마비되는 느낌은 뚜렷하지 않다. 수면마비가 있는 사람들은 불안척도 점수가 높게 나오는 등 정신병리학적으로 불안과 깊은 관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