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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8월말까지 ‘우한 미스테리’ 보고서 내라고 했지만 …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7-11 13:20:06
  • 수정 2021-07-13 22: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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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가 놀랍게도 인간세포와 가장 타이트한 결합 … 우연한 진화일까, 中 실험실 누출일까

중국이 생물무기를 개발하려다 우한 실험실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유출했을 것이란 의혹은 언제나 해소될까. 


워싱턴포스트의 지난달 15일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재임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바이러스임을 입증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우한 바이러스연구소가 코로나19의 발원지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네, 그렇게 알고 있다.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나는 당신에게 그것을 말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의 책임자인 프란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는 작년 2월 1일 12명의 최고 국제전문가들이 원격회의를 소집했던 기억을 회고했다. 


이미 3주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코로나19의 유전자 서열을 본 이들 중 캘리포니아주 라호야 소재 스크립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앤더슨(Kristian G. Andersen) 면역학 및 미생물학 교수는 앤서니 파우치(Anthony S. Fauci)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게 “코로나19 게놈의 아주 작은 부분(0.1% 이하)만 특이한 특징을 보이고 조작된 것처럼 보이므로 이들 서열을 매우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앤더슨과 세 명의 동료는 “코로나19의 게놈이 진화론의 기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기대치를 초월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원격회의에서 파우치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데 동의했다. 콜린스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됐을 것이라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장하고 있다. 


美 정보당국, 코로나19 중국기원설 찾아나섰지만 무익한 ‘헛수고’ 


워싱턴포스트는 그때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우한 발원지론은 무익한 노력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근거를 찾아나섰으나 그것은 대부분 이미 공개된 것이거나 출처가 외국이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8월까지 바이러스가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됐는지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어쩌면 미국이 새로운 자료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당시 정보 담당자들은 미국의 정보 입수 능력 부족과 우한 발원설을 입증할 ‘스모킹 건’(smoking gun, 확실한 증거물) 확보 실패를 시인하고 있다. 이들은 SNS에 떠도는 정보를 갖고 실체에 접근하려 했으나 헛일이었다.  


콜린스는 “나는 자연적 기원(비 조작설)이 유일한 설명이라고 전혀 확신하지 않는다”면서도 “답이 없는 질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전문가 주도의 투명한 조사가 가능하도록 중국에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 한 우한 기원설은 단지 트럼프의 정치공작에 불과하다는 게 워싱턴포스트의 결론이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코로나 기원을 밝히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에 중국의 협력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0년 2월 국제원격회의에 소집된 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출신의 전문가 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aTG13의 게놈과 코로나19와 96%의 유사성을 가졌으며 2013년 중국의 말굽박쥐(horseshoe bat)에서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인 게놈과 비교했다. 일부는 인간 조작 가능성을, 일부는 자연 진화 가능성을 주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간세포를 공격하는 능력의 핵심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퓨린절단부위(furin cleavage site)를 놓고 논의한 결과 이는 코로나19의 친척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다른 인간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존재하는 것으로 볼 때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특징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데 매우 효율적인 고유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우한일기의 의혹은 언제 풀리나 … 중국 관계자 ‘절대 부정’ 


중국 우한시의 안과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2019년 12월 30일 의대 동기들 단체 대화방에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 중국 경찰은 그를 유언비어 유포 죄로 체포했고 반성문을 쓴 후에야 입 단속 협박과 함께 풀어주었다.


그러나 리원량은 병원으로 돌아와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다 2020년 2월 7일에 사망하게 된다. 중국 정부는 돌연 그를 ‘의인(義人)’으로 추앙하는 해프닝을 벌여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우한의 소설가 팡팡(方方, 66)은 76일의 우한 봉쇄 기간 동안 그는 봉쇄 3일 차인 1월 25일부터 3월 24일까지 60일 동안 하루하루 일기를 썼다. 자신의 블로그에 두 달 동안 코로나로 가족을 잃은 이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상세히 올렸다. 이 글들을 모아 2020년 5월에 미국에서 ‘우한일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 중국의 치욕적인 실상을 알렸다”는 죄로 그를 역적으로 지목했다. 현재 이 책은 중국에서 금서로 묶여 있다.


지난 6월 14일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의 우한연구소 유출설의 키를 쥔 박쥐 바이러스 전문가 스정리(石正麗·57) 박사가 “세상이 무고한 과학자에게 오물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말한 내용을 보도했다. 


스 박사는 신종 전염병 연구를 위해 17년간 중국 전역에서 1만여개 박쥐 바이러스 샘플을 수집·연구해 ‘중국의 배트우먼’으로 불린다. 2017년엔 박쥐 바이러스를 혼합해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는 변종을 만들었다는 논문을 우한연구소 동료와 공동 발표했다.


스 박스는 NYT 인터뷰에서 “우리는 유전자 조작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성을 강화하는 연구를 한 적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관련 샘플을 확보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발발 직전 우한연구소 직원 일부가 병원에 갈 정도로 아팠다’는 미 정부 보고서에 대해서도 “그런 일 없었다. 어떤 연구원이 아팠는지 이름을 대라”고 따졌다. 그는 또 코로나19의 중국 배후설에 “없는 증거를 어떻게 대느냐”며 “난 잘못한 게 없고 겁날 것도 없다”고 반박했다. 


스 박사는 지난해 종적을 감춰 프랑스 미국 대사관으로 망명했다는 설까지 돌았으나, 실제론 중국 당국의 보호 아래 연구와 강연 활동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람에게 바이러스 옮길 숙주동물 찾는 걸로 시선 전환


지난 3월 30일 WHO는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한 국제전문가팀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총 4가지로 상정한 이 보고서는 박쥐 등으로부터 중간 숙주동물을 거쳐 사람으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동물에서 인간으로 직접 전파됐다는 설, 냉동식품에서 처음 전파됐다는 설은 그 다음으로 평가됐다. 가장 설득력이 낮은 시나리오가 우한 실험실에 유출된 조작된 인위적 바이러스가 코로나19를 퍼트렸을 것이라는 설이었다. 


WHO는 기존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여겨졌던 우한의 야생동물 거래소인 화난(華南)수산시장은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친중 성향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실험실 유출 가능성에 대한 심층조사를 요청할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을 회피했다.


이에 따라 과학계는 코로나19를 옮겨 올 숙주동물 찾기에 나섰다. 그런 숙주 후보로는 박쥐, 사향고양이, 낙타, 관(冠)박쥐(주름코박쥐), 천산갑(穿山甲, pangolin), 아프리카 사바나 원숭이, 아시아 노랑박쥐, 고슴도치, 유럽토끼, 흰오릭스(영양의 일종, 긴칼뿔오릭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농장과 시장에서 가축·야생동물을 계속 사육 또는 거래한다든지, 개발을 이유로 산림을 벌채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에 인간이 더 가까이 접근함으로써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미생물학 및 면역학 담당교수로 코로나19 유전적 생태적 재조합을 연구해오고 있는 사이먼 앤서니(Simon Anthony) 조교수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경로가 너무 많아 이를 모두 염두에 두긴 어렵다”며 “가축과 같은 산업적으로 중요한 동물에 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진행돼 자료가 충분히 축적됐지만 박쥐와 같은 야생 동물은 염기서열조차 제대로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난달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진화 생물학자 마시에이 보니 박사는 “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박쥐 연구에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었다”며 “박쥐가 어둡고 먼 곳에 군집 생활을 하는 특성 탓에 연구자가 접근하기도 어려워 박쥐가 바이러스로 죽는다고 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캐리생태연구소(Cary Institute of Ecosystem)의 바버러 한(Barbara A. Han)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 수용체의 염기 서열 자료는 불완전해서 포유류 동물 6000여종에서 142가지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마저도 코로나19 예측과는 별로 상관 없는 동물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라비아 사하라 이스라엘의 사막지대에 살다가 멸종 위기에 있는 흰오릭스는 사람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크지만 사람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반면 흰발생쥐는 병원균을 보유하면서 사람과 섞여 살기 때문에 주요한 관찰대상”이라며 “다음 팬데믹과 관련될 동물을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과 접촉 여부” 라고 단언했다. 


천산갑이 매개동물일 수도 … 미지의 매개동물→박쥐→사람 가능성도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6월 24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리포트’에 호주 베드포드파크(Bedford Park) 소재 플린더스대(Flinders University)와 멜버른의 라트로브대(La Trobe  university) 공동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숙주동물로 유력한 개, 고양이, 소, 양, 돼지, 말, 박쥐, 천산갑 등 12종의 가축 및 야생동물의 게놈 데이터를 사용해 각 종의 주요 ACE2 단백질 수용체에 대한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 강도를 컴퓨터로 계산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나 천산갑 세포보다 인간 세포를 감염시키는 데 가장 이상적으로 적응해왔음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SARS-CoV-2가 박쥐와 천산갑을 포함한 어떤 실험동물보다도 인간 세포의 ACE2에 더 타이트하게 결합되는 게 입증됐다. 일반적으로는 결합력이 가장 강한 게 감염의 기원으로 추정된다. 


라트로브대의 데이비드 윙클러(David Winkler) 교수는 “인간 세포는 바이러스에 대한 높은 감수성과 그에 일치하는 가장 강력한 스파이크 결합을 보여주었지만 동물이 인간 감염의 초기 원인이었다면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컴퓨터 모델링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 ACE2 단백질에 결합하는 능력이 인간 세포에 결합하는 능력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전염됐다는 것을 반박한다”고 말했다. 


이에 플린더스대 니콜라이 페트로프스키(NIKOLAI PETROVSKY) 교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중간 종을 통해서만 코로나19가 인간에게 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SARS-CoV-2 바이러스가 식품이나 전통의약품으로 종종 사용되는 동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희귀한 이국적인 천산갑(개미를 먹고 살지만 개미핥기와 다른 생물종으로 분류됨)의 ACE2에 박쥐, 원숭이, 뱀보다 훨씬 높은 강도로 결합한 것을 볼 때9 천산갑이 유력한 숙주동물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일부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유행 조치게 천산갑에서 SARS-CoV-2를 발견했다고 잘못 제안했다가 그들이 기술한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90% 미만의 유전적 유사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 이 주장은 빠르게 철회됐다”며 “천산갑은 SARS-CoV-2의 조상(유래기원)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와 다른 연구에서는 ACE2에 결합하는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분이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분과 거의 동일함을 보여줬다.


페트로프스키 교수는 “거의 동일한 스파이크 단백질의 공유는 SARS-CoV-2가 천산갑 ACE2에 잘 결합하는 이유를 거의 확실하게 설명한다”며 “천산갑과 SARS-CoV-2 스파이크 단백질은 동일한 방향으로 수렴 진화했는데 바이러스 간 유전적 재조합 또는 유전공학적 방법에 의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현재는 이를 분별할 길(기술)이 없다”고 말했다. 


윙클러 교수는 “우리 연구는 COVID-19 바이러스가 인간을 감염시키는 데 매우 잘 적응했음을 확인했다”며 “고양이, 개, 소와 같은 일부 가축도 SARS-CoV-2 감염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했다. 


호주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매개동물을 통해 박쥐에서 인간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우한 또는 모종의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우발적으로 방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설명이 가장 정확한지 알아내려면 철저한 과학적 증거 기반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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