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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병 신약 ‘아두카누맙’ 승인 논란에, FDA 자문위원 잇따라 사임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6-14 15:45:10
  • 수정 2021-07-28 15: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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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펄무터, 노프먼 이어 하버드대 의대 케셀하임까지 가세 … “FDA가 자문위 활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7일(현지시각) 18년 만에 가까스로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신약  ‘애듀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aducanumab)을 허가했지만 졸속과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한 FDA 자문위원 3명이 잇따라 사임하는 ‘낙진’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FDA의 외부전문가 자문그룹인 말초·중추신경계약물 자문위에 소속된 미국의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의 조엘 펄무터(Joel S. Perlmutte) 신경과 교수가 가장 먼저 사임 의사를 밝혔고 10일엔 데이비드 노프먼(David S. Knopman) 미국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교수도 이번 승인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사임했다.


11일엔 2015년부터 자문위에 참여해 온 하버드 의대의 규제·치료·법률 담당 교수인 아런 케셀하임(Aaron Kesselheim)마저 자문위원 자리를 내던졌다. 


케셀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나의 명분은 FDA가 자문위원회를 어떤 경우에 요청하고 활용해야 하는지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번 애듀헬름 승인의 경우 자문위의 권고사항이 의사 결정에 적절하게 통합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펄무터는 STAT와의 인터뷰에서 “자문위와 추가 논의 없이 FDA가 내린 이번 승인 결정으로 인해 사임한다”고 말했다. 또 노프먼은 워싱턴포스트에 “엉터리(Sham) 승인 과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아두카누맙 승인에 대한 허풍선이 영웅담(saga)은 자문위를 조롱했다. 자문위과 자문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지만 아두카누맙의 승인은 예정돼 있었다”고 비난했다. 


FDA는 자문위의 의견을 참고하되 따를 의무는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록 FDA가 자문위 결정을 추종하지만 자문위가 권고하지 않은 의약품의 21%에 대해 승인 조치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6일 소집된 자문위 회의에서 11명의 자문위 위원들은 “아두카누맙이 임상 302, 301연구와 상관없이 알츠하이머병에 효과가 있나?”라는 질문에 1명만 인정했고 8명은 불인정, 2명은 기권을 했다.

 

자문위는 또 “임상 103 연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아두카누맙 효과를 입증했나?”라는 질문에 찬성 0명, 반대 7명, 기권 4명으로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다만 “아두카누맙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생리학적 측면에서 약력학적(pharmacodynamic, 약물기전이나 약물상호작용) 증거를 입증했나?”라는 질문에는 찬성 5명, 반대 0명, 기권 6명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임상 301과 302의 탐색적 분석에서 제공한 결과와 이에 따른 임상 103 결과 및 알츠하이머병 병리학에 대한 약력학적 효과의 증거에 비추어 임상 302를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1차 증거로 보는 것이 타당하나?”라는 질문에 찬성 0, 반대10, 기권 1로 아두카누맙의 약효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대세였다.


펄무터(Joel Perlmutter) 신경과 교수는 표결 당시 “알츠하이머병 치료는 엄청나게 커다란 미충족 의료적 수요가 존재하지만 뚜렷한 임상 데이터 없이 승인을 내준다면 더 좋은 치료를 미룰 위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DA의 이번 승인은 ‘지극히 예외적’이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신약승인 심사에 제출된 임상자료는 초기 및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두 건의 3상시험인 EMERGE(일명 302연구)와 ENGAGE(일명 301연구), 1b상 ‘PRIME’ 시험 1건 등 총 3건이다.

 

EMERGE 연구에서 아두카누맙을 최고용량으로 투여받은 환자는 임상적 치매 측정 척도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하지만 ENGAGE 연구의 동일 환자군은 인지기능이나 치매 척도 등에서 위약 복용 환자군보다 더 나쁜 결과를 보였다.

 

더욱이 3상인 ENGAGE는 2019년 3월 무용성 평가(Futility Analysis)에서 완전히 실패해 바이오젠이 연구를 멈추게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 측은 7개월 후 180도 태도를 바꿔 해당 분석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상 302와 비교하여 301에서 저용량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고용량군이 상대적으로 적어) 이런 분석 결과가 나왔다는 해명을 보탰다.  


아두카누맙은 단일클론항체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 축적되는 끈적끈적한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게 약리 기전이다. 베타-아밀로이드는 기억 및 인지 문제를 일으키는 데 적어도 부분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병의 발병에는 신경 염증,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 아교세포의 잠재적인 면역 문제 등 다른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비정상 단백질인 타우도 축적되지만 일반적으로 질병 진행 과정의 후기에 발견된다. 


아두카누맙에 논란의 핵심은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문제다. 아두카누맙 승인은 가속승인으로서 이 약이 인지 저하를 늦추는 게 아니라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했다는 ‘대리 평가변수’(간접적인 증거를 대는 지표)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다른 제약사에서 개발한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단일클론항체 몇 가지도 아밀로이드를 제거할 수 있지만 인지 및 기억의 향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다른 제약사들은 FDA에 신약승인신청 서류마저 제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대리 평가변수가 “환자에 미치는 임상적 이점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배경을 알아보면 바이오젠과 파트너인 에자인 2019년 3월 무용성 분석 결과 ENGAGE 임상 데이터가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약물 개발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7개월 후 더 완전한 분석을 거친 결과 3상 EMERGE 연구의 하위연구에서 최고 용량이 1차 평가지표에 도달해 임상적인 증상 검소가 의미 있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데이터는 매우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었으며 제약사의 데이터 조작과 FDA 측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많은 전문가들은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이 효과적임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위험-이익 프로파일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약물은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신경 독성을 안고 있다. 


바이오젠은 환자당 연간 약가를 5만6000달러로 책정했다.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 보험사, 제약사 등과 공식적으로는 무관한 의약품 가격 감시 기관인 임상경제리뷰연구소(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 ICER)는 이 약의 승인을 반대하면서도 환자 당 연간 2500달러 또는 8300달러의 약가를 계상했다. 


이런 종류의 논쟁은 흔하지는 않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에 FDA는 사렙타(Sarepta Therapeutics)의 뒤센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 약물인 ‘엑손디스 51’(Exondys 51 성분명 에테플러센, eteplirsen)을 승인했다.


자문위원회보다는 기관 자체에서 반대가 있었지만 당시 FDA의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의 소장이었던 자넷 우드콕(Janet Woodcock)은 이를 밀어붙이며 직원들을 눌렀다.


당시 FDA 수석 과학자인 루시아나 보리오(Luciana Borio)와 CDER의 엘리스 웅거(Ellis Unger) 국장은 사렙타가 유효성을 효능을 입증하지 않았다며 단호하게 승인을 반대했다.


우드콕은 현재 FDA의 임시 국장(총괄대표)이다. 그는 당시 보리오 및 웅거와 같은 입장을 가졌던 FDA 총괄대표였던 로버트 칼리프(Robert Califf)를 설득해 자기 편으로 만들었고 승인시켰다. 


엑손디스51은 환자의 체중에 따라 한 명의 환자에게 연간 약 75만달러를 받는다. 아두카누맙보다 훨씬 비싸다. 


바이오젠과 사렙타 승인은 둘 다 가속승인을 통해 승인됐다는 점이다. 본질적으로 임상 효능이 아닌 대리 평가변수에 근거해 허가를 받았다. 후속 확증시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엑손디스51은 5년이 지났지만 아직 확증 연구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다. FDA는 바이오젠에게 9년이라는 매우 긴 기간을 할애했다. 


바이오젠 승인은 대리 평가변수에도 논란이 있다. 빌리 던(Billy Dunn) FDA 신경과약물 국장은 2020년 11월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아밀로이드를 효능의 대리 평가변수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문위원회는 표결할 때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두카누맙의 허가가 나온 지난 7일에 FDA는 대리 평가변수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던은 이날 자문위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패널 청문회가 끝난 후 “FDA가 가속승인 경로에 대한 추가 고려 사항을 제기했다”며 “추가 논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두카누맙에 대한 가속승인을 내리기로 결정한 우리의 논의는 FDA의 외부 및 내부 모두에서 광범위한 견해를 고려했다”며 “자문위원들의 의견에 감사드리며 적절한 조치를 논의할 때 회의 절차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중요한 정보 소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에 케셀하임은 “임상시험의 1차 평가지표가 FDA 승인에 필요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때 가속승인을 구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7일 FDA 정책에 깊숙이 관여하는 미국 예일대 의대 조셉 로스(Joseph S. Ross)  교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FDA와 전반적인 보건 시스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환자와 보험사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에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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