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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치환술로 사지마비 회복 성공, 양진서 한림대 신경외과 교수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5-27 15:56:50
  • 수정 2021-06-30 17: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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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친 신경에 건강한 신경 이어줘 … 1년내 수술하면 근력과 감각 되찾아 … 전체 마비 환자의 5%가 적용 대상

교통사고나 외상으로 한번 끊어진 신경은 다시 이어지지 않는다고 여긴다. 신경은 탄력성이 낮아 충격으로 당기게 되면 손상되거나 끊어질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팔이나 손·어깨·다리 등에 마비가 오는 환자들이 많다. 의료선진국에서는 이를 수술로 고치려 시도하는 의사가 많지만 국내에는 거의 없다.


양진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손상된 신경을 건강한 신경에 연결해 신경기능을 정상적으로 되살리는 신경치환술에 도전하는 선구적 의사다. 


김 모 씨(58·여)는 2019년 1월 한 대형병원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종괴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오른손이 마비됐다. 수술 중 상완신경총 신경을 잘못 건드린 탓에 마비가 온 것이다.


상완신경총이란 목부터 겨드랑이 사이에 위치한 신경다발로 손, 손목, 팔꿈치, 어깨의 운동과 감각을 조절한다. 이 곳이 손상되면 운동·감각·자율신경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상지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김 씨는 “치료를 받기 위해 전국의 병원을 전전했지만 차도는 없었다”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치료를 포기하던 2019년 10월에 양 교수를 만나 8시간의 수술과 4개월의 재활치료 끝에 극적으로 예전의 감각을 되찾게 됐다”고 술회했다.


양 교수는 “진단 당시 김 씨는 팔을 앞뒤로 흔드는 정도의 움직임은 가능했지만, 주먹을 쥐거나 가벼운 물건을 드는 것은 어려운 상태였다”며 “신경생리검사(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와 자기공명영상(MRI) 등 정밀검사를 바탕으로 마비된 손 주변에 죽은 신경을 대체할 수 있는 신경들이 있었고, 증상 발생 후 9개월이 흘렀지만 손 주변의 근육과 신경이 고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수술에 들어갔고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진서 교수와 가진 일문일답.


- 신경치환술은 어떤 수술인가.

“말 그대로 손상된 신경에 건강한 신경(공여신경)을 연결(치환)해 주는 수술법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상완신경총이 손상돼 한쪽 팔이나  손이 마비된 환자라도 일부 신경은 정상적으로 살아 있을 수 있다. 이 때 건강한 신경을 찾아 손상받은 부위의 신경에 연결해주면 신경이 회복되면서 근력이 좋아져 마비된 손과 팔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김 씨의 경우 손을 앞뒤로 움직이게 하는 신경을 박리해 손가락을 위로 올리는 신경에 이식한 결과 손에 힘을 주고 물건을 잡을 수 있게 됐다. 신경치환술은 정형외과에서부터 신경과, 신경외과 영역까지 꿰뚫고 있어야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세수술 중 최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 수술의 성패는 어떻게 결정되나.

“‘이식할 신경’(공여신경)을 결정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많은 신경 가운데 공여신경과 대체신경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수술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인다. 아울러 마비 증상 발생 후 1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마비가 온 후 1~2년이 지나면 근육과 신경이 굳어지고 손과 발에 변형이 생겨 회복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말초신경 이상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초기에 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장기간 방치해 늦게 찾아오는 환자를 볼 때마다 안타깝다.”


- 조기에 신경마비 여부를 발견하려면.

“쇄골 주변과 목의 심한 통증, 팔 저림과 함께 어깨를 올리거나 팔을 구부리고, 손을 쥐거나 펴는 동작이 불편하다면 상완신경총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예컨대 이런 증상과 함께 젓가락을 놓치거나 글쓰기가 힘들어졌다면 상완신경총이나 다른 말초신경에 문제가 있을 공산이 크다. 


신경생리검사와 MRI 검사를 통해 손상된 신경의 위치와 손상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손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주사, 재활치료만으로 마비 증상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3~6개월이 지나도 마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신경치환술을 고려해 봐야 한다.”


- 그동안의 치료 성적은.

“거의 모든 환자가 완전마비 상태에서 근육의 힘으로 관절을 가동할 수 있는 ‘3~4등급’까지 호전됐다. ” 


- 아주 훌륭한 수술인데 왜 국내서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신경 손상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됐다. 2000년대 이후 경추신경 및 상완신경총 손상으로 상지 운동 및 감각 기능이 마비된 환자에게 신경치환술을 시행해 상지 기능의 회복을 보인 임상 결과들이 다수 보고됐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 신경치환술이 본격 소개된 것은 2016년이다.  낮은 의료수가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체계화된 의료 시스템 도입이 늦어졌다. 


또 다른 이유는 상완신경총 치환술은 미세수술 중에서도 최고난도 수술이어서 세계적으로도 전문가가 약 200여 명 뿐이고, 국내에서는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의사가 해부학적으로 폭넓게 알아야 하고 병원이 수술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신경외과질환보다 환자 수가 적어 의사들의 관심도가 높지 않다.”


죽은 신경에 ‘숨’을 불어넣는 신경치환술, 완전마비도 회복할 수 있어 


양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전체 말초신경 손상 환자 중 신경치환술을 받는 경우는 5% 정도에 불과하다. 75% 이상은 자연적으로 회복하고, 20% 정도는 신경감압술이나 유착박리술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양 교수는 “신경치환술은 죽은 신경에 ‘숨’을 불어넣는 수술로 완전마비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신경손상 환자들은 어느 진료과를 가야할지, 어떤 세부전공 의사를 만나야 할지, 과연 내가 치료대상인지를 몰라 헤매고 망설이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양진서(楊鎭瑞)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프로필


학력 

2004년 2월 고신대 의대 졸업

2008년 2월 고신대 의학석사 

2014년 2월 고신대 의학박사 


경력 

2004~2005년 고신대 복음병원 인턴 

2005~2006년 고신대 복음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2009~2011년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2012~2014년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임상강사 

2014~2016년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임상조교수 

2016년~현재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조교수준비 중 


대외활동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손상학회 정회원

대한신경외과학회 정회원

대한말초신경학회 수련교육이사(2016~2017년, 2019~2020년) 

대한말초신경학회 학술이사(2018년, 2021년)  


상훈 

대한말초신경학회 갈렌학술상(2013년)양진서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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