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에서 분사된 비아트리스(Viatris)와 미국 머크(MSD)에서 갈라져 나온 오가논(Organon)의 합병이 논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미국의 한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나왔다.
투자기관인 번스타인(Bernstein)의 분석가인 로니 갈(Ronny Gal)은 두 빅파마의 분사 덕분에 두 개의 새로운 제약사가 동시에 등장했는데 비즈니스의 유사점을 감안할 때 두 기업이 서로 합병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비아트리스는 제네릭 전문사인 마일란(Mylan)과 화이자의 특허만료 의약품을 담당하는 업존(Upjohn) 사업부분이 병합돼 태어난 반면 오가논은 미국 머크의 여성건강 및 바이오시밀러 부문이 별도의 회사로 구축되면서 태어났다.
갈은 고객에게 보낸 메모장에서 “두 회사간 합병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과 보완적인 자산을 고려할 때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양사는 모두 유산과도 같은 제품을 지렛대 삼아 창출한 현금을 바탕으로 볼트 온(bolt-on assets)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즉 대등한 합병이 아니라 자사를 중심으로 상대방의 자산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3일 오가논은 투자자의 날 프리젠테이션에서 오가논 분사를 통해 확보한 90억달러(자본금)을 바탕으로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가논의 신임 CEO인 롭 데이비스(Rob Davis)는 “가치 향상 사업개발은 MSD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라며 “현금 수혈은 이런 인수합병 거래를 좀 더 유리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비아트리스는 예상보다 빨리 올 1분기 매출 실적이 44억달러라고 발표했다. 반면 오가논은 아직 MSD에서 분리되지 않았다. 완전 독립 후 첫 상장은 오는 6월초로 예상된다.
작년 11월 비아트리스 거래가 종료되자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비아트리스가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제공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지난주의 실적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을 공유하면서 투명성을 강조했지만 갈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비아트리스의 1분기 브랜드 의약품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으로 8% 감소한 27 억3000만달러로, 특허만료 의약품도 8% 감소한 13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복합 제네릭(complex generic 성분이 복합돼 있거나 제형이 다르거나 전달방식이 다르거나 약물디바이스가 차별화된 제네릭, 개량신약과 유사) 및 바이오시밀러는 27??% 성장을 기록했지만 해당 제품의 매출은 3억2900만달러에 불과했다.
투자기관인 Evercore ISI와 JP모건 분석가들은 화이자의 제품 매출의 투명성에 높은 평가를 했지만 갈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지역별 제품별 매출을 과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역사성이 떨어져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또는 일본과 같은 환급정책(약가급여)의 변화와 같은 국가별 영향을 추정하는 게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경우 화이자의 특허만료 오리지널의약품이 공공조달 대량구매 입찰에서 현지 제네릭에 밀리고 있다. 2019년에는 심혈관질환 치료제인 ‘리피토정’과 ‘노바스크정’이 정부 입찰에서 떨어졌다. 2020년 입찰에서는 다시 ‘비아그라정’과 ‘쎌레브렉스정’이 공공구매에서 고배를 들었다. 업존 제품군이 중국 시장 등에서 경쟁력을 잃음에 따라 이 품목군의 매출은 2020년 78억6000만달러에서 2022년 65억1000만달러로 하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선 지난해까지 화이자의 통증치료제 ‘리리카정’이 출시되지 않은 채 오히려 동일 성분 몇 가지 제네릭이 작년 8월에 승인돼 나와 당시 화이자는 ‘시판금지명령’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비아트리스는 상위 10개 제품과 4개 주요 부문별 제품에 대한 판매 수치를 제공했지만 지리적 정보는 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의 엄혹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애물을 치운 것이라고 비아트리스 경영진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견해는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 것 같지는 않다”며 “비아트리스는 과거와의 비교를 피하고 싶어하며 제품별 매출 추세보다는 전체 매출의 추세를 보여주려 것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웰스 파고(Wells Fargo)의 애널리스트 야콥 휴즈(Jacob Hughes)와 RBC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 다니엘 버스비(Daniel Busby)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고무적인 첫 걸음을 내디딘 비아트리스 경영진에게 믿음이 간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아트리스를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휴즈는 월요일 고객에게 썼다. 그는 “비아트리스가 튼튼한 다리를 가진 기대치를 형성하려면 몇 분기를 지나봐야 하지만, 이번에는 시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비는 지난주 비아트리스 주가 상승을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1분기 보고서가 올해 초 좌절한 투자자들에게 비아트리스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을 밝고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10일 비아트리스 CEO인 마이클 괴틀러(Michael Goettler)는 “2021년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최저기(trough)’가 될 것”이라며 “성장 계획은 일부 신약 출시에 따라 달라지며, 회사는 올해 6억9000만달러의 매출 신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아트리스가 새로 출시할 의약품으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호환성(interchangeability, 생물학적동등성)을 승인한 사노피의 인슐린제제인 ‘란투스’와 노보노디스크의 ‘노보로그’ 의 바이오시밀러 등이 포함된다. 비아트리스 올해 매출은 172억~178억달러로 예상되며 당초 예상치와 부합한다.
작년 11월 RBC캐피털마켓의 애널리스트인 랜달 스태니키(Randall Stanicky)는 비아트리스 매출이 2020년 약 194억달러에서 2021년 188억달러로 감소한 다음 2022년에는 190억달러로 약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성장의 걸림돌은 업존 사업부문에서 비롯되며 통합 매출 중 업존의 기여도는 2020년 78억6000만달러에서 2022년 65억1000만달러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상쇄하는 게 마일란이 가진 품목이 중국, 일본 등에 추가 진출하는 것과 바이오시밀러의 대거 신규 출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