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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지 않은 프랑스 와인을 만나다” … 상냥하고 친절한 ‘랑그독’ 와인
  • 김지예 ·소믈리에 기자
  • 등록 2020-12-12 18:06:16
  • 수정 2020-12-27 13: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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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뱅드페이 AOC 산지에서 주목받는 인기 지역 급부상 … 전통에 연연 않고 트렌디한 스타일
한국인에 친숙한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를 꼽자면 보르도, 부르고뉴, 론, 그리고 샴페인의 발원지인 샹파뉴 등일 것이다. 이들 지역은 아주 오랜 과거부터 명성을 누려와 지금도 그 전통 아래 품질을 유지·발전시키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새로운 양조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트렌드를 맞춰가는 신세계 와인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콧대 높은 프랑스 와인이 글로벌 소비자에게 서서히 잊혀져가는 대신 프랑스 안에 도전적인 와인 생산지로 부상하는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남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랑그독(Languedoc)이다. 지역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여느 프랑스 산지와 달리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스위트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품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최근 국제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찍 꽃핀 와인 문화 … 지리적 특성 탓에 중간 등급 와인 생산지 ‘르 미디(Le Midi)’로 정착
 

넓은 의미에서 랑그독(랑그독루시용 Languedoc-Roussillon, 2016년 이후 옥시타니 Occitany 또는 Occitania로 통합됨, 옥시타니의 2014년 당시 옛이름은 랑그독루시용미디피레네 Languedoc-Roussillon Midi-Pyrénées) 레지옹(région, 주보다 상위 단계의 광역자치단체)은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 서부 지방이다. 행정구역 상 오드(Aude, 오드강 유역 저지대로 와인 주산지, 주도 카르카손), 가르(Gard, 론강 하류, 주도 님), 에로(Hérault, 주도 몽펠리에), 피레네조리앙탈(Pyrénées Orientales, 주도 페르피낭), 로제르(Lozère, 목축지대, 주도는 맹드) 등 다섯 주(데파르트망, Département)로 이뤄진 지역이다. 그 중 중심 도시는 몽펠리에(Montpellier)이다.
 
랑그독은 오크어(langue d’oc)를 사용하는 지역이라는 뜻이며 카르카손(Carcassonne) 등 고대 그리스, 로마 유적이 즐비하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에 자리해 사철 따뜻한 기후를 자랑하며, 다양한 식재료의 보고이다.
 
프랑스에서 면적으로 가장 넓은 와인 산지인 프랑스 남서부 지중해 연안지역인 랑그독. 원래 랑그독은 지금 랑그독의 동쪽 및 북쪽 대부분을 차지했다. 루시용(루씨옹)은 그 남단을 차지하던 지명이다. 출처 Benoit France 와인투어 관광엽서
협의의 랑그독은 루시용과 미디피레네를 제외한 지역이다. 원래 루시용은 피레네조리앙탈(피레네산맥 동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프랑스 최남단, 지중해 연안 평야지대를 국한하는 말이다. 미디피레네는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했던 레지옹으로 중심도시는 툴루즈(Toulouse)다. 남쪽으로 스페인, 안도라와 국경을 접하고 동쪽으로 랑그독루시용과 붙어 있다. 피레네산맥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는 동서로 긴 산맥이다. 
 
랑그독과 루시용의 와인 스타일도 완연 다르다. 하지만 둘은 하나로 묶여 ‘르 미디(Le Midi)’로 불린다. 르 미디는 ‘중간’ 또는 ‘한낮’ 이라는 뜻으로 ‘한낮의 태양이 작열하는 땅’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 다른 의미도 있다. 중간 등급 와인 즉 ‘뱅드뻬이’(Vin de Pays)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이를 빗댄 것이다. 이래저래 ‘르 미디’는 랑그독의 와인을 절묘하게 상징하는 별칭이 됐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해 그리스, 로마와 가깝고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랑그독은 와인 문화가 다른 프랑스 지역에 비해 빠르게 시작됐다. 이 지역에 처음 와인이 들어온 것은 기원전 7세기로 추정된다. 철 무역을 하던 그리스 선원에 의해 와인과 포도나무가 전해졌고 이후 이곳을 점령한 로마인들로 인해 본격적으로 포도나무가 재배되기 시작했다.
 
4~5세기 중세에는 지중해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와인을 수출할 만큼 많은 와인이 생산됐다. 하지만 스페인과 가까운 탓에 프랑스와 스페인의 영토 분쟁으로 안정적인 와인 생산이 어려웠다. 랑그독은 13세기가 되어서야 완전히 프랑스로 귀속됐다.
 
귀속 후에도 랑그독의 와인산업은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와인의 주요 소비지인 수도 파리와도, 와인 수입의 큰 손인 영국과도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19세기 후반 와인 흑사병으로 불리는 ‘필록세라’(Phylloxera, 북미 지역의 포도품종에서 유래된 진딧물)가 프랑스 등 유럽 포도밭을 강타하면서 이 지역의 와인산업은 회복이 어려울 만큼 큰 타격을 입었다. 보르도와 부르고뉴처럼 막강한 자본력을 갖추지 못했던 랑그독의 농민들은 포도나무를 뽑고 올리브 나무를 심어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 1차, 2차 세계대전과 산업혁명 등을 거치며 이곳은 군인과 노동자들에게 공급되는 저렴한 테이블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지역으로 굳어졌다. 심지어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수입한 포도 원액에 지역 포도를 섞어 양조하는 일이 흔할 정도로 질이 저하됐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들면서 랑그독 지방의 다양한 세부 와인 산지들이 프랑스 원산지통제호칭제도(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 AOC)를 획득하면서 와인 생산지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랑그독이 가진 천혜의 환경이 양조가들의 눈에 들어왔다. 젊고 도전적인 양조가들이 이 지역에 몰리면서 랑그독 와인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8년 와인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베스트 밸류 와이너리(Best Value Winery)로 선정된 제라르 베르트랑(Gerard Bertrand)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등급에 연연하지 않고 샤르도네(Chardonnay), 메를로(Merlot),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종을 적극적으로 재배해 국제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뛰어난 품질에 다른 프랑스 와인에 비해 가격도 저렴해 랑그독 와인의 인기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일조량 풍부한 지중해 기후 … 과일향 풍부한 신대륙 스타일 와인 생산
 
혹자는 랑그독 와인을 일컬어 “신대륙 와인 같은 프랑스 와인”이라고 평한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트렌디하며, 저렴한 소비자에게 친절한 태도 때문이다. 과실향이 풍부하고 비교적 가벼운 무게감을 가진 와인 스타일도 신대륙 와인을 연상케하는 요소다.
 
이는 랑그독의 가진 자연환경의 영향이 크다. 이 지역의 포도밭은 대개 일조량이 좋고,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광활한 반원형의 평지에 있다. 이 지역의 우기는 겨울이라 포도가 한창 자라는 4~10월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포도는 풍성한 햇볕을 받으며 무르익게 된다. 때문에 햇살이 풍부한 신대륙처럼 이 지역의 와인은 과일향이 풍부하고 탄닌이 진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우수한 와인을 만드는 포도밭은 대체로 피레네(Pyrénées) 산맥과 세벤느(Cévennes) 산맥의 높은 구릉을 따라 위치한다. 이렇게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란 포도는 뜨거운 햇살을 식혀주는 미풍 덕분에 산미와 당도의 밸런스가 좋아 섬세하고 우아한 맛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토양이 다양한 점도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해안에서 가까운 곳은 충적토, 내륙으로 들어간 곳은 백악질, 자갈, 석회질로 구성된다. 점토와 석회질이 많은 토양에서는 구조감과 바디감이 좋은 와인이 생산된다. 편암이 많은 흙에서는 섬세한 와인 맛을 기대할 수 있다. 자갈이 많은 지역은 낮의 열기를 자갈이 머금어 밤에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는 것을 막아준다. 이밖에도 북서쪽에서 불러오는 시원하고 건조한 바람과 지중해 해풍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로마를 선사한다.
 
양조가들은 천혜의 환경에만 만족하지 않고 양조법을 개발하는 한편 최근에는 친환경 농법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와인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유기농 농법의 발전으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유기농 와인 생산지로 자리잡고 있다.

랑그독의 주요 품종으로는 무르베드르(mourvedre), 시라(syrah, 그르나슈(grenache), 카리냥(carignan) 등 지중해 품종이라 불리는 강직한 레드와인 품종이다. 이 지역 와인 중에 GSM 블렌딩으로 표기된 레드 와인이 많은데 이는 그르나슈, 시라, 무르베드르 등을 블렌딩해 양조했다는 뜻이다.
 
화이트 품종으로는 샤르도네, 그르나슈 블랑(Grenache blanc), 비오니에(Viognier) 등이 재배되지만,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 특성상 화이트와인보다 탄닌이 많고 보디감이 강한 레드와인의 품질이 더 우수하다.
 
아울러 샤르도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품종을 재배하는 양조장도 많다. 대략 이들 품종과 지중해 품종(프랑스 토종)의 생산 비율은 3대 7 정도로 본다. 
랑그독의 와인의 원산지 표시 등급 분류체계. 출처 와인나라21
랑그독 지역 역시 다른 프랑스 지역처럼 AOC를 운영한다. 뱅드페이(Vin de Pay), 뱅 드 따블(Vin de Table)의 와인 품질 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다.
 
뱅드페이는 IGP(Indication Géographique Protégée, 인디카시옹 제오그라피크 프로테제) 등급과 같은 말이다. 1973년에 공식적으로 제정해 현재는 150여개 산지에 대한 지리적 표시가 이뤄지고 있으며 프랑스 와인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1968년에 공식 출범했으나 1973년에 생산 규정이 확정되기까지 판매는 못했다. 상표에 원산지를 표시할 수 있으며, 품종은 선택 폭이 크고, 원료 대비 알코올 도수 수율이 높아도 된다. 좋은 것은 AOC 수준보다 나은 것도 있다.
 
랑그독 AOC는 지역단위AOC, 그랑뱅(Grand vin), 크뤼(Cru)로 나뉜다. 지역단위는 랑그독AOC로 통칭되는 와인으로 이 지역 전체 와인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의 와인이다.
 
그랑뱅은 랑그독 특정 지역의 떼루아를 잘 드러내는 와인으로 부르고뉴로 치면 마을 단위의 AOC와인이다. 크뤼는 더 좁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이 지역 와인의 정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랑그독의 와인 생산자 중에서는 까다로운 규정을 지켜야 하는 AOC에 억매이지 않고 IGP 등급을 적용하며 자유롭고 개성 있는 와인을 생산하는 이들이 많으므로 등급에 연연하지 말고 모험을 해 보는 게 추천된다.

국내에서 만나기 좋은 대표적인 랑그독 와인
 라크리사드(왼쪽부터), 레 델리세 뒤 마르키스, 레 빈느 우블리에 랑그독, 롱독
라크리사드(La Croisade)
라 크라사드는 ‘십자가’라는 뜻.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등 국제적인 와인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금메달을 수상하며 랑그독 지역 와인의 우수성을 알렸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시라의 블렌딩으로 탄탄한 구조감에 과일향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진하고 복합적이며 긴 여운을 가진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레 델리세 뒤 마르키스(Les Delices Du Marquis)
2016~2017년 대한항공 비즈니스 라운지 공식 서비스와인. 그르나슈, 쉬라, 까리냥을 블렌딩해 블랙베리와 검은 자두 향이 강하고 끝에 살짝 달콤함이 남는다. 미디엄 보디감으로 강한 부케를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아로마와 균형있는 구조감이 특징이다. 

와인의 모든 향기를 아로마(aroma)라고 하며 좁은 의미로는 1차향(Primary aroma)이다. 1차향은 원래 포도에서 나는 향으로 소비뇽블랑의 풀냄새 같은 것이다. 2차향(Secondary aroma)은 양조 과정에서 생긴 향으로, 오크통에서 나오는 초콜릿향이 이에 해당한다.  3차향(Tertiary aroma)은 병 숙성 과정에서 생기는 향입으로 낙엽 냄새가 이에 해당한다. 2차, 3차향을 부케(Bouquet)로 구분지어 말한다.
 
레 빈느 우블리에 랑그독(les vignes oubliees languedoc)
랑그독 지역의 유명 와인 메이커 올리비에 줄리앙(Olivier Jullien)과 그의 제자 장 바스티드 그라니에(Jean-Baptiste Granier)가 오래 버려진 포도밭을 다시 개간해 만든 와인으로 해발 고도가 높은 포도밭에서 자란 탓에 높은 퀄리티의 향과 안정적인 산미를 자랑한다.
 
롱독(longdog)
프랑스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한 두 명의 와인 마스터가 힘을 합쳐 만든 유기농 와인으로 그르나슈와 쉬라를 블렌딩해 묵직하면서도 스파이시한 맛을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배우 장동건 씨가 즐겨 마신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리무의 크레망(Cremant)
리무(Limoux) 지역에서 나오는 스파클링 와인은 1531년 베네딕트 수도사들에 의해 처음 주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상파뉴 지방의 샴페인보다 100년 앞선 것으로 스파클링 와인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이 곳 스파클링 와인을 크레망(Cremant) 또는 뱅 무스(Vin mousseux)라고 따로 부른다. 이 곳 토착 품종이 모작(Mauzac)을 비롯해 샤르도네, 슈냉 블랑으로 양조한다. 기포가 상당히 오랜 기간 남고 미네랄감이 풍부한 게 특색이다. 따라서 샴페인보다 가성비가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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