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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불치병 아닌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약물치료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11-30 12:17:52
  • 수정 2021-11-02 13: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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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매티닙·닐로타닙·다사티닙·라도티닙 등 TKI 제제로 치료성적 향상 … 3세대까지 진화
백혈병은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진행 양상과 원인에 따라 크게 급성골수성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AML), 급성림프구성백혈병(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genous Leukemia, CML),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등 4가지로 나뉜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혈액 내 세포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의 비정상적 활동으로 골수 내에 비정상적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환자의 95% 이상은 필라델피아(Ph) 염색체가 생겨나는 유전자 이상이 원인이다.
 
필라델피아 염색체는 9번과 22번 염색체의 일정 부분이 절단된 후 두 조각의 위치가 바뀌는 현상인 전위로 출현한다. 9번 염색체의 ABL 유전자와 22번 염색체의 BCR 유전자가 합쳐진 BCR-ABL 융합 유전자는 비정상적인 티로신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 티로신키나제)를 활성화한다. 티로신키나제는 세포의 성장과 분열조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의 일종이다. 유일한 완치법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이지만 이식이 가능한 환자는 소수에 불과해 생존기간 연장을 위해 항암화학요법이 사용됐다.
 
오랫동안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은 이제 관리가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yrosine kinase inhibitor, TKI)가 등장하면서다.
 
CML 치료는 TKI 약물로 실시하며 증상이 없어도 치료를 시작한다. TKI 도입으로 CML의 치료 성적은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CML 환자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TKI 이전에는 인터페론알파(Interferon alpha)와 수산화요소(hydroxyurea), 저용량 시타라빈(cytarabine)을 이용해 과도하게 증가한 백혈구 수, 비장종대 등 증상을 조절했다. 비장종대는 림프 기관인 비장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진 것을 말한다.
 
주사로 투여하는 인터페론은 면역치료의 하나로 유전자 전사 유도, 세포성장 억제, 세포분화의 변형 등의 작용을 하며 항암 효과를 낸다. 기존에는 CML 치료에 널리 쓰였으나 TKI가 등장하면서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CML의 치료 성과는 혈액학적(hematologic)·세포유전학적(cytogenetic)·분자학적(molecular) 반응률 등으로 평가한다. 혈액학적 반응은 말초혈액의 미성숙세포·백혈구·혈소판 수가 감소한 정도 및 비장종대 유무로 판단한다.
 
세포유전학적반응은 골수 내 혈액세포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 수가 줄어든 정도로 평가된다. 완전 세포유전학적반응(complete cytogenetic response, CCyR)은 염색체검사 결과 골수 내 혈액세포에서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관찰되지 않는 상태(0%)를 의미한다.
 
주요분자유전학적 반응(major molecular response, MMR)은 mRNA 유전자검사를 통해 정상 ABL 유전자 대비 BCR-ABL 융합 유전자 비율이 0.1% 이하인 경우를 뜻한다.
 
노바티스의 ‘글리벡필름코팅정’(성분명 이매티닙, Imatinib)은 CML의 첫 표적항암제다. 이어 출시된 2세대 표적항암제인 ‘타시그나캡슐’(닐로타닙, nilotinib), 한국BMS의 ‘스프라이셀정’(성분명 다사티닙, Dasatinib), 일양약품의 ‘슈펙트캡슐’(성분명 라도티닙, Radotinib) 는 1세대 글리벡에 비해 치료 효과가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며 부작용이 개선돼 가속기 및 급성기로 악화되는 위험을 낮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세대 치료제로는 한국오츠카제약의 ‘아이클루시그정’(성분명 포나티닙, ponatinib)이 있다.
 
이들 치료제는 암세포를 증식하는 비정상적인 티로신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의 작용을 억제한다. 또 과거 세포독성항암제와 달리 암세포만 골라서 파괴하고, 정상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노바티스의 1세대 ‘글리벡’, 2세대 ‘타시그나’
 
CML 치료의 역사를 다시 쓴 노바티스의 ‘글리벡’은 장기 생존율이 90%를 넘는 치료제다. BCR-ABL 융합 단백질에 있는 아데노신 3인산 결합부위(adenosine tri-phosphate binding site, ATP 결합 부위)에 경쟁적으로 결합해 단백질의 효소 활성을 저해한다. 만성기, 가속기, 급성기 환자에서 모두 효과를 볼 수 있다.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환자는 만성기일 경우 1일 1회 글리벡 400mg, 가속기 또는 급성기이면 600mg 용량이 권장된다.
 
그러나 투여 중 질병이 진행되거나 최소 3개월 치료 후에도 혈액학적 반응을 얻는데 실패한 경우, 12개월 치료 후 부분반응이상의 세포유전학적 반응이 없는 경우, 기존에 얻은 혈액학적 반응을 소실한 경우엔 글리벡 용량을 늘리거나 2세대 TKI를 사용할 수 있다.
 
글리벡은 혁신적인 치료제였지만 일부 환자는 내성을 보이며 치료에 실패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2세대 TKI 제제 중 하나가 노바티스가 내놓은 타시그나(닐로티닙)다.
 
닐로티닙은 이매티닙과 마찬가지로 BCR-ABLl 키나제를 억제하지만 암 단백질과의 접촉면을 늘려 항암효과를 끌어올렸다. 새로 진단된 만성기의 성인 필라델피아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Ph+CML)에는 1회당 300mg 1일 2회, 글리벡 등 선행요법에 저항성 또는 불내성을 보이는 만성기 또는 가속기의 성인 Ph+CML 치료에는 400mg을 1일 2회 복용한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11월 10년 장기 임상연구인 ‘ENESTnd’ 결과를 발표해 타시그나의 효과와 안전성을 재입증했다. 타시그나 300mg(하루 2번에 나눠) 복용군 282명, 같은 약 400mg(하루 2번에 나눠), 글리벡 400mg(하루 한번) 283명을 대상으로 10년간 계속 같은 약을 복용한 환자를 통계처리를 위해 각각 105명 (37.2%), 96명 (34.2%), 98명(34.6%)을 추려냈다. 이들 총 2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타시그나 치료군은 글리벡(이매티닙) 치료군 대비 높은 주요 분자학적 반응을 유지했다. 10년차 MMR 달성률은 타시그나 300mg 복용군이 82.6%, 타시그나 400mg 복용군이 80.4%, 이매니팁 400mg복용군은 69.6%로 나타났다.
 
타시그나 치료군은 대조군 대비 질환의 급성기 및 가속기를 경험한 사례도 절반 이상 적었다. 임상연구 기간 중 질환의 가속기·급성기로 진행된 환자 수는 타시그나 300mg이 11명, 타시그나 400mg 7명, 이매티닙 400mg 24명 등이었다. 
 
타시그나의 치료 10년간 안전성 프로파일도 5년 연구결과와 일관성을 보였다. 주요 이상반응으로는 발진, 두통, 메스꺼움 등이며 심혈관질환 이상반응은 10년차에도 진행되지 않고 일관된 수준을 유지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은 “이매티닙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2세대 TKI를 대상으로 한 10년 장기 임상 결과”라며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확인돼 이를 다양한 임상치료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1일 1회 복용하는 2세대 TKI, 스프라이셀
 
한국BMS의 스프라이셀(다사티닙)도 글리벡 사용 중 치료에 실패하거나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에 2차 약제로 사용할 수 있다.
 
스프라이셀은 식사와 관계없이 1일 1회 복용하는 2세대 TKI다. 2007년 1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고, 2011년 1월 새롭게 진단된 만성골수성백혈병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2018년 3월엔 만성골수성백혈병 소아환자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약은 ‘DASISION’ 임상에서 5년 추척관찰한 결과, 주요분자학적 반응(MMR)이 76%로 글리벡 투여군(64%)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MR4.5(Molecular Response 4.5, 완전분자학적반응, complete molecular response, CMR의 지표)도 스프라이셀 투여군은 42%로 글리벡(33%)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이후 스프라이셀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된 ‘SIMPLICITY’ 연구에서는 환자의 용량 패턴과 용량 감소 예측인자를 살펴보기 위해 스프라이셀 100mg 1일 1회 복용군 405명, 타시그나(닐로티닙) 300mg 또는 400mg 1일 2회 복용군 350명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약이 1차 치료제로 허가된 표준용량은 스프라이셀 100mg 1일 1회, 닐로티닙 300mg 1일 2회다.

이들 환자의 복용 패턴을 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표준용량으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 비율은 스프라이셀 투여군이 타시그나 투여군보다 높았다. 스프라이셀이 보다 적은 용량으로 효과를 낸다는 얘기다. 스프라이셀 투여군의 대다수인 92.1%가 표준용량 100mg으로 복용을 시작한 반면 타시그나 투여군의 70.1%가 표준용량 300mg을 복용했고 13.6%는 2차치료 이상에서 허가된 용량 400mg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투여군에서 용량 증가 및 감소 환자 비율은 비슷했지만 용량을 감소하기까지 기간(median time to dose reduction) 중앙값은 스프라이셀 100mg 투여군이 139.5일로 닐로티닙 300mg 투여군(84일) 또는 400mg 투여군(80.5일) 대비 더 길었다.
 
용량을 줄인 환자 중 치료유지기간(duration of therapy, DoT) 중앙값은 스프라이셀 100mg 투여군이 47.5개월로 닐로티닙 300mg 투여군(36.4개월)과 400mg 투여군(26.2개월)보다 길게 나타났다.
 
파킨슨병·코로나19 치료제까지 넘보는 ‘슈펙트’
 
2016년 출시된 일양약품의 슈펙트는 1세대 TKI인 이매티닙에 내성을 가진 돌연변이 암세포를 연구해 개발된 2세대 TKI다. BCR-ABL 티로신키나제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효과를 발휘한다. 이 약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발된 CML 치료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만큼 실적이나 점유율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기존 품목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일양약품은 2018년 60차 미국 혈액학회에서 발표된 ‘처음 진단된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슈펙트 3상 임상시험의 48개월 장기 유효성 및 안전성 추적 결과’를 발표했다. 글리벡과의 비교하는 이 임상은 적어도 48개월 이상 슈펙트 300mg을 1일 2회 요법으로 투여받은 환자들 중 주요분자유전학적반응(MMR)을 달성한 환자가 76%였다. 이는 글리벡 400mg 1일 1회 요법의 56%보다 많았다.

참고로 글리벡 설명서의 MMR은 1년차 22%, 2년차에 38%, 5년차에 60%이다. 또 타시그나(300mg을 하루 두번으로 나눠 복용)는 각각 44%, 62%, 77%이다.

슈펙트는 또 48개월까지의 장기간의 투여에서도 새로운 심각한 이상반응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기간 치료 실패로 임상 연구를 중단한 환자가 6%로, 글리벡 환자군 19%보다 적었다.
 
그러나 슈펙트는 CML 외에도 파킨슨병,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의 가능성도 열려 있어 여전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약물재창출 일환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임상 3상시험을 승인받았으며 현지 제약사인 알팜이 3상 진행을 주관하고 있다. 국내 전임상(동물) 시험은 완료했다고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이 약은 파킨슨병의 주요인자로 알려진 뇌내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의 응집을 효과적으로 저해하는 것으로 확인돼 SCI 국제학술지 ‘Human Molecular Genetics’에 등재됐다. 미국 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SFN)에서도 슈펙트의 파킨슨병 치료효과가 발표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슈펙트를 파킨슨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프랑스 보건당국(ANSM)에서 임상 2상 승인(IND)을 받고 본격적인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세대 TKI ‘아이클루시그’, T315I 돌연변이에 효과
 
기존 TKI에 내성이 있거나 이들 약제에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3세대 TKI인 포나티닙(ponatinib)을 사용해 볼 수 있다. 기존 글리벡, 타시그나, 스프라이셀, 슈펙트 등은 치료 과정에서 내성을 일으키는 ‘점 돌연변이’를 초래할 수 있는데, 그 중 315번 점 돌연변이 환자에게도 치료효과를 내는 게 포나티닙이다.
 
이 성분의 치료제 아이클루시그는 2012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2016년에 허가받았다. 이 약은 △다른 TKI로 치료되지 않는 만성기, 가속기, 급성기 CML 또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Ph+ ALL) 성인 환자 치료와 △T315I 양성 만성기, 가속기, 급성기 CML 또는 T315I 양성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Ph+ ALL)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적응증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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