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민사2부는 26일 한국릴리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손해배상 소송에서 릴리(원고)측 상고를 기각했다. 당일 동시에 진행된 대법원 민사3부는 명인제약이 한국릴리를 상대로 제기한 약가인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명인제약 손을 들어줬다.
10여 년의 시간이흐른 이 복잡한 소송은 2008년 릴리 조현병치료제 ‘자이프렉사’ 특허가 무효라는 심판이 청구되면서 시작된다.
당시 한미약품은 자이프렉사 특허무효 심판을 청구해 2심에서 승소한 뒤 자이프렉사 제네릭 ‘올란자’를 2011년 출시했다. 이 심판결과를 확인한 명인제약도 이후 ‘뉴로자핀’이란 제네릭을 출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었고, 릴리는 이를 근거로 양사(한미약품과 명인제약)에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제네릭을 판매해서 얻은 수익을 손해 배상하라는 취지였다.
릴리는 한 발 더 나아가 제네릭 출시로 자이프렉사 약가가 인하됐으니 이에 대한 손해도 배상하라는 소송을 한미약품과 명인제약에 각각 제기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인하분에 대한 국내 최초 손해 배상 청구로 소송가액은 한미약품 15억원, 명인 4700만원이었다.
이 소송에서 한미약품은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으나 명인은 모두 패소하는 상이한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한미약품은 정당한 특허 도전을 통해 제네릭을 출시한 것이고 약가인하는 보건복지부 장관 재량권 행사에 의한 것으로 인과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며 1심과 2심 모두 승소 판결 내렸으나, 명인제약은 자이프렉사 약가인하를 인지한 후 제네릭을 출시했기 때문에 약가인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1, 2심 모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2016년 릴리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명인제약은 릴리를 상대로 각각 상고했다.
26일 대법원 판결은 지난 10여 년간 진행돼 온 소송 최종 결과다. 국내 최초로 이뤄진 오리지널약 약가인하분에 대한 손해 배상 여부를 다투는 소송으로 이 결과에 따라 후발 업체들 퍼스트 제네릭 전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큰 이목을 끌어왔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이 패소할 경우 수 백억원에 달할 수 있는 오리지널 제품 약가인하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수 있어 불안감이 큰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 조기 출시를 위한 특허도전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김윤호 한국제약특허연구회 회장은 “국내 업체들의 퍼스트 제네릭 출시를 위한 특허 도전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며 “활발한 특허전략 수립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들 약값 부담을 덜 수 있게 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