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소치료 중심은 스테로이드 … 생물학적제제, 효과 뛰어나지만 가격 접근성 떨어져
날씨가 춥고 건조해지는 가을과 겨울철에는 건선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선 환자 수는 2014년 16만4611명에서 2018년 16만353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선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은백색의 인설을 동반하고 붉은 발진이 전신 피부에 나타난다. 주로 팔꿈치, 엉덩이, 무릎 등 마찰이 잦은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며 한번 발생하면 호전과 악화가 반복된다. 정상 피부와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고, 동전 크기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면역세포 중에서도 T세포가 과도하게 자극받아 피부세포가 빠르게 증식하고 통증·염증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유전적·환경적 요인, 피부자극, 건조, 상기도 염증 등 여러 요인이 건선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경증 건선은 주로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법을 시행하고, 중등증~중증 건선 환자에는 광치료법·전신치료법(경구제)·생물학적제제를 단독·병행·복합적으로 사용한다.
건선의 중증도 기준은 전신피부에서 건선이 차지하는 면적의 비율에 따라 나뉜다. 이를 BSA(Body Surface Area, 건선의 면적이 전체 피부에서 차지하는 비율)라고 한다. 이전에는 경증은 BSA 5% 미만, 중등증은 5~20% 미만, 중증은 20% 이상인 경우로 분류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10% 이상만 돼도 중증으로 본다. 3% 미만은 경증, 3~10%인 경우 중등도, 10% 이상이면 중증에 해당된다.
국소치료제, 스테로이드·칼시뉴린억제제·비타민D·비타민A
연고·로션·겔 형태의 피부에 직접 바르는 국소치료제는 건선 증상 조절에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가벼운 건선은 국소치료제를 잘 활용해 효과를 보기도 한다. 중등도 이상 건선으로 전신치료를 하는 경우에도 증상 완화와 경구제 복용량 감소를 위해 사용한다. 특히 환자가 소화장애나 간·신장장애 등 전신질환을 앓고 있으면 경구제 대신 국소제를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국소치료제로 스테로이드, 비(非) 스테로이드 제제, 비타민D, 비타민A 등의 성분이 쓰인다.
최신 약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건선 국소치료의 중심은 스테로이드 외용제다. 가장 많이 처방되며 증상이 심하면 불가피하게 써야 한다. 항염증 효과가 있으며 DNA 합성 및 유사분열을 막는 세포증식 억제 작용, T세포 증식을 누르는 면역억제 작용 등을 한다. 스테로이드는 효능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구분되며 의사가 증상에 맞는 연고를 선택해준다.
GSK '더모베이트연고'(성분명 클로베타솔프로피오네이트), 한미약품 ‘데옥손겔’(데속시메타손), 부광약품 ‘로지나크림’(부데소니드), 삼아제약 ‘삼아리도멕스로션’(프레드니솔론) 등이 있다.
국소 비 스테로이드 제제로 칼시뉴린억제제가 쓰인다. T세포의 과민반응에 의한 염증 진행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로 타크로리무스(tacrolimus)와 피메크로리무스(pimecrolimus)가 있다. 기존 스테로이드 연고와 달리 장기간 사용해도 부작용이 거의 없어 재발이 잦은 아토피피부염이나 만성적 피부염 등의 장기치료에 활용된다. 처음 바르는 경우 피부가 화끈거릴 수 있으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대부분 적응돼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레오파마의 ‘프로토픽연고’(성분명 타크로리무스수화물)와 한국메나리니의 ‘엘리델크림’(피메크로리무스)이 대표적이다.
비타민D 성분은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T세포의 활성을 낮추고, 항균 펩타이드 합성을 유도하며, 각질세포 과다증식을 억제한다. 경증 건선에 비타민D 유도체인 ‘칼시포트리올’(calcipotriol)을 함유한 외용연고를 도포한다. 레오파마의 ‘다이보넥스연고’(성분명 칼시포트리올)가 대표적이다. 증상이 심하면 칼시포트리올과 스테로이드가 혼합된 제제를 사용한다. 레오파마의 ‘다이보베트연고’(칼시포트리올, 베타메타손디프로피오네이트)가 있다.
비타민A 유도체인 트레티노인(tretinoin)은 표피에 과다생성된 각질을 탈락시켜 각질주기를 정상화하고 염증질환을 방지한다. 주름이나 여드름 치료에도 효과적인 성분이다. 트레티노인은 임부에게는 투여하지 않으며 피부암에 걸렸거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사용을 삼가는 게 좋다. 또 과민반응을 보이므로 밤에만 사용해야 한다. GSK의 ‘스티바에이크림’(성분명 트레티노인)이 대표적이다.
전신 치료법, 사이클로스포린·아시트레틴·메토트렉세이트 복용
증상 초기에는 이런 바르는 약을 사용하지만 증상이 더욱 악화되면 광치료로 체내 비타민D를 생성하거나 전신치료법으로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 비타민A 제제인 유도체의 일종인 아시트레틴(acitretin), 항종양제인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MTX) 등 경구제를 복용하게 된다.
사이클로스포린은 건선의 원인으로 알려진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다. 치료 효과는 좋으나 신장 독성 또는 혈압 상승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시트레틴은 염증 유발 물질을 차단해 항염증 작용과 세포의 과다 증식을 억제해준다. 단 임신부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복용하면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다.
메토트렉세이트는 각질형성세포의 증식에 필요한 엽산의 작용을 억제하고 항염증작용을 유도한다. 부작용으로 간(肝) 독성 및 신장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종근당 ‘네오티가손캡슐’(성분명 아시트레틴), ‘사이폴엔연질캡슐’(사이클로스포린),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한국유나이티드메토트렉세이트정’(메토트렉세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생물학적제제, TNF 억제제 및 인터루킨 억제제
최근에는 자가면역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중요한 염증매개물질인 종양괴사인자(腫瘍壞死因子-tumor necrosis factor, TNF)를 억제하거나, 건선을 유발하는 여러 인터루킨(IL)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됐다.
TNF 억제제는 증상와 완화나 유지에 초점을 둔 반면 인터루킨 억제제는 완치의 개념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들 생물학적제제는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효과가 뛰어나고 장기간 사용이 가능해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높은 가격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취약점이다.
TNF 억제제는 염증반응을 매개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주요 사이토카인(cytokine)인 TNF-α를 차단한다. 한국애브비 ‘휴미라주’(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 한국화이자제약 ‘엔브렐프리필드주’(에타너셉트, etanercept), 한국얀센 ‘레미케이드주사’(인플릭시맙, infliximab) 등이 대표적이다.
휴미라는 최초로 100% 인간 유전자를 재조합한 면역글로불린G(IgG) 단일클론항체다. 2003년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이다. 전신치료 또는 광선요법이 필요한 성인의 중등도~중증의 만성 판상 건선의 치료에 적응증을 갖는다. 첫 회에 아달리무맙 80mg을 피하투여하고, 1주일 후에 40mg을 격주로 투여한다.
엔브렐은 면역글로불린G 항체의 고정부위(Fc)와 인간 TNF수용체(p75)를 융합한 단백제제다. 싸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 광화학 치료를 포함한 전신 치료요법에 대해 반응이 없거나 금기이거나 내약성이 없는 중등도 또는 중증의 건선 치료로 허가를 받았다. 1회 25mg을 주 2회 또는 1회 50mg을 주 1회 투여한다.
레미케이드는 사람·쥐 키메라(이종결합) 항체다. TNF에 달라붙는 항원결합부위(Fab)는 쥐 단백질로, 실질적인 항체반응을 나타내는 고정 부위는 사람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 광화학 치료 등을 포함하는 전신적 요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금기이거나, 불내성을 지닌 성인의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에 적응증을 갖는다.
레미케이드는 최초 5mg/kg을 2시간 이상에 걸쳐 정맥 주입하며 최초 투여일로부터 2주 및 6주 경과 시점에 각각 5mg/kg씩 투여한다. 이후 매 8주마다 5mg/kg씩 투여하고, 14주 후 환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 약을 더 이상 투여하지 않는다.
인터루킨 억제제로는 한국얀센 ‘스텔라라프리필드주’(성분명 우스테키누맙, Ustekinumab), 한국노바티스 ‘코센틱스센소레디펜’(세쿠키누맙, secukinumab), 한국릴리 ‘탈츠프리필드시린지주’, 한국애브비 ‘스카이리치프리필드시린지주’(리산키주맙, Risankizumab), 한국얀센 ‘트렘피어프리필드실린지주’(구셀쿠맙 Guselkumab) 등이 있다.
스텔라라는 과도한 면역반응을 조장하는 인터루킨-12 및 인터루킨-23(IL-12, IL-23)을 동시에 표적해 억제한다. 광선요법 또는 전신치료요법을 필요로 하는 중등도~중증 판상 건선질환을 가지고 있는 18세 이상의 성인 환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 약은 체중이 100kg이하인 환자에서 제0주와 제4주에 45mg, 이후 12주마다 45mg씩 투여가 권장된다. 체중이 100kg을 초과하는 환자에게는 제0주와 제4주에 90mg, 이후 12주마다 90mg씩 투여한다.
코센틱스는 T면역세포에서 분화된 Th17가 생성한 인터루킨17A(IL-17A)의 작용을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다. 인터루킨17A는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 KC)를 과분화시켜 건선 병변을 두껍게 한다. 코센틱스는 광선요법 또는 전신치료요법(생물학적 요법 포함)을 필요로 하는 성인에서 중등도~중증의 판상 건선 치료에 적응증을 갖는다. 처음 4회는 매주 투여하고 이후 한달에 한 번 투여한다.
탈츠도 판상 건선의 염증반응 등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하는 IL-17A 단백질을 억제한다. 광선요법 또는 전신치료요법이 필요한 중등도 및 중증 판상형 건선에 처방된다. 치료 제0주에 160㎎(80㎎씩 2회), 제2, 4, 6, 8, 10, 12주에 80㎎, 그 이후에는 4주마다 80㎎씩 피하주사한다.
스카이리치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천처 허가를 받은 치료제로 면역 매개 염증성 질환에서 염증 유발과 연관된 인터루킨-23(IL-23)을 억제한다. IL-23의 하위 단위인 p19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IL-23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한다. 아 약은 광선요법 또는 전신치료요법을 필요로 하는 중등도~중증의 성인 판상 건선 치료에 처방된다. 1회 150mg(75mg을 2회 주사)을 0주, 4주, 그 이후에는 12주마다 한 번씩 피하투여한다.
트렘피어도 IL-23의 하위 단백질 p19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IL-23의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저해하는 인간단일클론항체다. 광선요법 또는 전신치료요법을 필요로 하는 중등도~중증의 성인 판상 건선의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이 약은 투여 첫 시점(0주)와 4주 차에 100㎎을 피하주사하고 이후엔 매 8주 간격으로 100㎎씩 투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