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바스틴,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 상관없는 표적치료제 … 면역항암제, 반응하는 환자 제한적
대장암은 폐암, 간암에 이어 국내 암 사망원인 3위이고, 위암 다음으로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과거에는 간암이나 폐암보다 발병률이 낮았으나 기름진 음식을 먹는 식생활, 주로 앉아서 일하고 활동량이 줄어드는 생활 패턴으로 최근 10년 새 상대적으로 급증했다.
대장암은 암 발생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는 암이 결장암, 직장에 생기는 암이 직장암으로 나뉜다. 보통 대장암이라고 결장·직장암을 통칭하는 말로 인식하고 있으며 단순히 결장암만 가리키기도 한다.
대장암의 치료계획은 종양 크기, 임파선절 침범, 원격 전이 여부에 기반한 TNM(tumor, node, metastasis) 병기를 기준으로 수립된다. 이른 병기로 진단된 환자는 수술 후 추적관찰하고, 진행된 병기에선 수술 후 항암치료를 추가한다. 많이 진행된 상태로 수술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항암치료 위주로 진행한다.
약물치료는 목적에 따라 고식적 약물치료, 수술 후 보조 약물치료로 분류된다. 고식적 약물치료는 암이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하는 것으로 생명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 주 목적이 된다. 수술 후 보조 약물치료는 수술 후 재발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5-FU·UFT·카페시타빈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대장암 치료에도 세포독성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가 쓰인다. 세포독성항암제는 흔히 항암제라고라고 부르는 전통적 개념의 치료제다. 암세포에 대한 선별력이 낮아 정상세포 중 증식이 빠른 조혈세포, 위장관세포, 모발세포 등이 같이 손상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대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로는 5-플루오로우라실(5-fluorouracil, 5-FU), 유에프티 (tegafur·uracil, UFT), 카페시타빈(capecitabine) 등 플루오로피리미딘 계열 약물과 이리노테칸, 옥살리플라틴 등이 있다.
5-FU는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 하거나 단독으로 사용한다. 이 성분은 정맥투여가 필요하고 단순 정맥 투여보다도 48시간 정도의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정주하는 게 권장된다. 이런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경구용 항암제가 개발됐다. 5-FU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경구제로 카페시타빈(capecitabine), 유에프티-이 (tegafur·uracil, UFT-E) 등이 있다.
카페시타빈은 종양 부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구내염, 설사, 구역, 탈모, 호중구감소증과 같은 전신 부작용이 적은 게 특징이다. 종양세포 내 3가지 효소에 의해 5-FU로 변환되며 종양세포의 DNA 합성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
2000년대 다양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직결장암, 유방암, 위암에서 치료효과를 입증했으며 현재 결장암 3기 수술 후 보조요법, 다른 항암치료에 실패한 전이 유방암 치료 등에 사용된다. 권장 용량은 3주간을 주기로 1일 2회, 1회 1250mg/㎡(체표면적)를 2주간 경구투여 후 1주 휴약하는 것이다. 한국로슈 ‘젤로다정’, 한미약품 ‘카페빈정’, 알보젠코리아 ‘잘보빈정’ 등이 있다.
UFT는 테가푸르(tegafur)와 우라실(uracil)이 1 대 4 분자비율로 혼합된 것이다. 테가푸르는 전구약물로서 체내에 흡수되면 암세포를 죽이는 5-FU라는 세포 독성물질로 분해된다. 함께 배합된 우라실은 항대사물질로 세포 내부에 머물면서 5-FU 분해효소인 디하이드로겐나제(dihydropyrimidine dehydrogenase, DPD)를 억제해 암세포 에서 5-FU 농도를 높게 유지해준다. 신풍제약 ‘테그라실 과립’과 제일약품 ‘유·에프·티-이과립’이 대표적이다.
표적치료제, 세툭시맙·베바시주맙·레고라페닙
기존 항암화학요법에 표적치료를 병용하는 치료법은 대장암 환자 생존율 향상을 이끌었다. 표적치료제는 정상세포보다 암세포에서 많이 발견되는 특정 단백이나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이다. 대장암 치료에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억제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EGFR) 억제제등이 주로 쓰이고 있다.
독일 머크 ‘얼비툭스주’(성분명 세툭시맙, cetuximab)와 한국로슈 ‘아바스틴주’(성분명 베바시주맙, bevacizumab), 바이엘코리아 ‘스티바가정’(성분명 레고라페닙, regorafenib)등이 대표적이다.
표적치료제의 단독 투여는 투여 결과 종양의 진행 억제가 확인되거나, 1차 또는 2차 세포독성항암화학요법의 치료에도 질병이 진행한 경우에 이뤄진다. 대장암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RAS, BRAF가 있으며 검사를 통해 이들 돌연변이 유무를 확인한 뒤 치료제를 선택한다. RAS·BRAF 돌연변이가 있으면 아바스틴을, 이들 돌연변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얼비툭스와 아바스틴 중 하나를 선택해 치료하게 된다.
얼비툭스는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전이성대장암, 비소세포암, 두경부암 등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EGFR 양성이면서 RAS 정상형(wild-type) 전이성대장암 1차 치료에 폴피리(FOLFIRI) 또는 폴폭스(FOLFOX)와의 병용요법으로 급여가 적용된다. 폴피리는 5-FU·류코보린(leucovorin)·이리노테칸등을, 폴폭스는 5-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옥살리플라틴 등을 각각 투여하는 3제 요법을 의미한다.
얼비툭스는 흔한 부작용으로 피부발진, 피부건조, 설사, 저마그네슘혈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 폐 독성 증상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바스틴은 신생혈관생성억제제로 암세포가 분비하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VEGF가 VEGF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신생혈관 생성을 차단한다. 2005년 국내 표적 항암제 최초로 전이성 직결장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와 상관없이 1차 및 2차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단독으로 투여되는 경우는 없다.
이 약은 플루오로피리미딘계 약물을 기본으로 하는 화학요법과 병용하는 전이성직결장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1차요법에서 아바스틴이 포함된 항암요법을 투여한 후 진행된 전이성직결장암이 진전을 보이지 않으며 2차요법제로 투여하게 되는데 이 때 플루오로피리미딘-이리노테칸 또는 플루오로피리미딘-옥살리플라틴을 기본으로 하는 화학요법과 병용 투여한다.
아바스틴은 지난 3월부터 전이성직결장암에 저용량 카페시타빈+이리노테칸(modified capecitabine/irinotecan, 일명 mCAPIRI)+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를 인정받고 있다.
아바스틴의 부작용으로는 고혈압, 단백뇨, 상처치유지연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장천공, 혈전, 출혈, 고혈압성뇌병증도 드물게 생긴다.
스티바가는 종양 형성·혈관신생·전이·면역 등 병리과정과 일반 세포기능에 관여하는 다중 인산화효소억제제다. 이전에 플루오로피리미딘 계열 약물을 기본으로 하는 항암화학요법과 항VEGF 치료제, 항EGFR 치료제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전이성직장결장암에 적응증을 갖는다. 1일 권장 투여 용량은 160mg(4정)이며 1일 1회 경구 복용한다. 투여 주기는 4주로, 3주 투약하고 1주 휴약한다. 단 레고라페닙 성분은 부작용으로 수족증후군(Hand-foot skin reaction)이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항암제, MSI-H에만 효과 보여
면역항암제는 인체 본래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면역체계가 암을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암세포 표면단백질 PD-L1(programmed cell death receptor-1,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이 체내 T면역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PD-1과 결합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한다. 항PD-1제제는 암세포 표면단백질 PD-L1이 PD-1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차단한다.
면역항암제가 PD-L1 대신에 PD-1 수용체에 붙게 되면 암세포가 자기위장을 통해 인체 면역시스템을 무력화하는 과정이 방해를 받고, 이로써 암세포의 방패막이 사라지면서 면역세포는 보다 쉽게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가 암 치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장암 환자들은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조용범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현재 전이성대장암 치료에 쓰이는 면역항암제는 전체 환자의 15% 정도에 불과한 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대장암(microsatellite instability high, MSI-H)에만 적용 가능하다”며 “나머지 환자는 이같은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항PD-1 면역항암제인 한국MSD ‘키트루다주’(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는 플루오로피리미딘 및 옥살리플라틴 또는 플루오로피리미딘 및 이리노테칸 치료 경험이 있는 직결장암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MSI-H 또는 불일치 복구 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을 나타내는 직결장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직결장암에서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면역항암제로는 키트루다가 유일하다.
신약개발 활발 … 화이자 ‘브라프토비’ 얼비툭스 병용요법으로 FDA 승인
지난 4월 화이자의 BRAF 표적억제제 ‘브라프토비’(Braftovi 성분명 엔코라페닙, encorafenib)는 얼비툭스와의 병용요법으로 FDA의 승인을 얻었다. 비콘(Beacon) 임상연구 결과 이들 병용요법은 화학항암요법만 받던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을 5.4개월에서 8.4개월로 연장했다. 병용요법을 시행한 환자의 생존율은 20%로 단독 항암치료군의 2%보다 높게 나타났다.
에스티팜은 지난해 12월 대장암치료제 후보물질인 ‘STP1002’의 미국 임상 1상 IND(임상계획승인)를 승인 받아 올해 6월부터 임상을 진행 중이다. STP1002는 텐키라제(Tankyrase) 효소를 저해함으로써 암세포 성장을 막는 기전을 갖는다. 기존 치료제인 얼비툭스에 치료효과를 보이지 않고, 전체 대장암 중 약 65%를 차지하는 대장암유발유전자(KRAS) 돌연변이 대장암을 치료할 수 있는 후보물질이다. 또 얼비툭스, 아바스틴 등 기존 항암제가 주사제인 반면 STP1002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제로 개발돼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대장암 외에 비소세포성폐암, 간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해 기존 면역항암제 등과의 병용 임상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