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증반응 관여 ‘TNF-α’·‘L-17A’ 억제 기전 생물학적제제로 치료성적 향상 … JAK 억제제도 승인 대기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2010년 3만1802명에서 2018년 4만3686명으로 증가했다. 이 질환은 만 45세 미만 남성, 특히 만 20~29세 남성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전세계 유병률은 0.5% 이내로 추정된다.
류마티스질환 중 하나인 강직성척추염은 척추를 주로 침범해 관절뼈를 굳게 하고 강직을 유발한다. 척추·관절의 구조적 손상과 활동성 염증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며 대개 10~40대에 증상이 나타난다. 진행성 염증질환으로 다양한 척추관절에 관절염, 강직감, 관절통 등이 진전되면 심한 경우 척추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척추 통증 및 강직 외에도 말초관절염(peripheral arthritis), 골부착부위 염증(enthesitis), 관절 외 증상(extra-articular manifestations), 동반 질병(comorbidities)을 함께 겪을 수 있다. 이같은 증상으로 환자들은 일상에서 운동성 저하를 겪고 업무 생산성이 떨어져 문제가 된다.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의 강직을 가져오는 만성 진행성 면역매개 염증질환으로 환자는 평생 통증과 회복 불가능한 척추 변형으로 고통받는다”며 “강직성척추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통증을 없애고 신체 구조를 보호해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강직성척추염 약물치료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처방이 주를 이뤘으나 생물학적제제인 TNF-α 억제제가 출시되면서 치료 성적이 향상됐다. 최근에는 인터루킨-17A(IL-17A) 억제제가 강직성척추염으로 적응증을 넓히면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염진통제,셀레콕시브·인도메타신 … 항류마티스약제, 설파살라진·메토트렉세이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단순한 통증은 물론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MSD의 ‘쎄레브렉스캡슐’(성분명 셀레콕시브 celecoxib), 인도메타신(indomethacin), 나프록센(naproxen), 디클로페낙(diclofenac) 등이 있으며 이들 성분은 통증과 경직감을 호전시키고 척추의 변형을 방지해준다. 단 장기간 복용 시 위장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항류마티스 약물인 설파살라진(sulfasalazine),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등도 쓰인다. 이들 약물은 엉덩이나 무릎 관절에 나타난 관절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메토트렉세이트 부작용으로는 오심, 식욕저하, 구내염, 간섬유화, 폐질환 등이 있으며 부작용 조절을 위해 엽산을 함께 복용하기도 한다. 임신을 앞두고 있다면 남녀 모두 최소 임신 3개월 전에 투여를 중지해야 한다.
TNF 억제제 … 아달리무맙·에타너셉트·인플릭시맙·골리무맙
생물학적제제인 TNF 억제제는 강직성척추염 염증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인 TNF-α를 차단한다. TNF-α는 염증반응을 매개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주요 사이토카인(cytokine)이다.
TNF 억제제로는 에타너셉트(etanercept), 인플릭시맙(infliximab), 아달리무맙(adalimumab), 골리무맙(golimumab) 등이 있다. 류마티스관절염 외에도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처방된다. 기존 치료에 효과가 없는 환자에서 증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나 강직성척추염에서 중요한 치료제가 됐다.
한국애브비 ‘휴미라주’(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는 최초로 100% 인간 유전자를 재조합한 면역글로불린G(IgG) 단일클론항체다. 2003년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이다. 국내에서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 축성척추관절염(강직성척추염, 비방사선적 중증 축성 척추관절염), 성인 크론병(18세 이상), 궤양성대장염, 건선, 건선성관절염, 비감염성 포도막염, 화농성한선염, 베체트장염 등 9가지 면역매개질환에 대해 허가됐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모두 15가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휴미라는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성인의 중증의 강직성척추염 치료에 적응증을 가지며, 40mg을 2주에 1회 피하주사한다.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약안전처가 임산부에게 휴미라 투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임신 중 복약 중단에 따른 병증 악화의 위험성을 없애는 게 태아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수유 기간에도 투여할 수 있게 됐다.
한국화이자제약 ‘엔브렐프리필드주’(에타너셉트)는 면역글로불린G 항체의 고정부위(Fc)와 인간 TNF수용체(p75)를 융합한 단백제제다. 강직성척추염 치료에는 1회 25mg을 주 2회 피하주사하거나 1회 50mg을 주 1회 피하주사한다.
한국얀센 ‘레미케이드주사’(인플릭시맙)는 사람·쥐 키메라(이종결합) 항체다. TNF에 달라붙는 항원결합부위(Fab)는 쥐 단백질로, 실질적인 항체반응을 나타내는 고정부위는 사람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초기에 5mg/kg을 2시간 이상 정맥 주입한 후, 2주와 6주 후에 5mg/kg을 다시 정맥 주입한다. 6주까지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투여하지 않는다. 이 치료제는 정맥주사로 투여되므로 환자가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으나 효과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셀트리온의 ‘램시마주’(인플릭시맙)는 레미케이드의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다. 이 제품은 유럽 시장에서 57% 점유율을 확보, 레미케이드’(28%)를 넘어섰다.
한국얀센 ‘심퍼니주’(성분명 골리무맙)는 완전 인간 단일클론항체로 처음 투여(0주), 4주째에 한 번씩 주입하고 이후 8주마다 체중(㎏)당 2㎎을 의료진 관리 아래 30분간 정맥 내로 주입한다. 보통 2~3주 간격으로 자가투여해야 하는 다른 TNF 억제제 비해 월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비교적 편리한 게 장점이다.
IL-17A 억제제 … 익세키주맙 vs 세쿠키누맙
그러나 모든 환자가 TNF 억제제에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홍승재 교수는 “최대 40%의 환자가 TNF 억제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성이 생길 수 있으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환자와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인터루킨-17A(IL-17A) 억제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IL-17A는 강직성척추염의 염증반응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Th17 세포에서 생성되는 만성 염증 유발 사이토카인(cytokine)으로 뼈의 형성과 항상성 유지를 방해해 강직성척추염 환자의 염증반응과 뼈 재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L-17A 신호전달 경로가 강직성척추염의 골 유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이를 억제하는 치료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코센틱스센소레디펜’(세쿠키누맙, secukinumab)과 한국릴리의 ‘탈츠프리필드시린지주’(익세키주맙, ixekizumab)가 대표적이다.
코센틱스는 지난 8월 4일 활동성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 1회 300mg 용량으로 증량해 치료할 수 있도록 허가사항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적절하지 않은 활동성 강직성척추염 치료를 위해 1회 150mg으로 제 0, 1, 2, 3, 4주 피하주사하고 이후에는 매달(4주) 피하주사하는 기존 치료에 더해 임상반응에 따라 용량을 1회 300mg로 증량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건선에서는 사용이 허가된 300mg가 강직성척추염에는 적용되지 않아 이에 대한 환자들의 의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150mg과 300mg의 효능을 비교한 ‘MEASURE3’ 연구에서 300mg은 월등한 효과를 나타냈다.
홍승재 교수는 “MEASURE3 연구에 따르면 코센틱스 300mg로 치료했을 때 주요 치료목표인 관해와 대체 목표인 낮은 질병 활성도 유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강직성척추염의 최신 근거는 질병활성도 억제를 목표로 한다. 질병활성도가 척추의 구조적 손상과 신체 기능 간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질병활성도가 없는 관해 상태 환자는 비교적 건강 관련 삶의 질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연구결과 코센틱스 300mg 투여군은 주요 효능 평가 변수, 특히 부분적 관해 등 달성하기 힘든 평가 변수에서 TNF 억제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수치적으로 더 높은 반응을 보였다. 코센틱스 300mg 환자군의 약 30%가 치료 3년 동안 관해에 가까워졌으며 80% 이상이 치료를 유지했다. TNF 억제제 치료 경험과 관계없이 모두 지속적인 효과를 보였다.
코센틱스 300mg은 안전성 면에서 3년 동안 ASAS(Assessment of Spondyloarthritis International Society)가 설정한 부분적 관해 반응을 유지했다. 전체 모집단에서 ASAS 부분관해(ASAS PR) 반응은 코센틱스 150mg와 300mg에서 52주차에 각각 15.8%, 25.8%이었으며 104주차에는 18.5%, 29%로 나타났다. 이같은 반응은 156 주차까지 유지됐으며 150mg에서 15.9%, 300mg에서 28.3%로 확인됐다.
탈츠는 이달 1일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급여 대상은 1종 이상의 TNF 억제제에 반응이 불충분하거나, 부작용 또는 금기 등으로 치료를 중단한 중증 활동성 강직성척추염 환자다. 이번 급여 적용으로 중증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기존 TNF 억제제로 치료에 실패한 경우 탈츠를 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이 약은 2018년 8월 중등도~중증의 성인 판상 건선, 2019년 7월 성인 활동성 건선성관절염에도 급여가 적용됐다.
탈츠의 권장 용량은 80mg으로 4주마다 피하주사한다. 적어도 1개의 TNF(종양괴사인자)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환자에겐 처음에 80mg씩 2회, 총 160mg을 주사하고 이후에는 4주마다 80mg씩 선택적으로 피하주사한다. 다른 항류마티스제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약물, 진통제 등과 병용 투여도 가능하다.
탈츠의 강직성척추염 치료 효과 및 안전성 프로파일은 활동성 강직성 척추염이 있는 18세 이상 성인 환자 657명을 대상으로 한 2건의 무작위배정, 이중맹검법, 활성 대조 및 위약 대조 연구인 COAST-V와 COAST-W 임상연구로 확인됐다.
COAST-V 임상연구는 기존에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제를 투여받은 적이 없는 활동성 강직성척추염 환자 3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탈츠 투여군은 치료 16주차에 통증, 염증, 기능 등 강직성척추염 증상을 측정하는 척도인 ‘ASAS40(Assessment in SpondyloArthritis international Society 40%)’을 달성한 비율이 52%로 위약 투여군 18%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또 TNF 억제제에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불내성을 보이는 강직성척추염 환자 316명을 대상으로 한 COAST-W 임상연구에서도 치료 16주차에 탈츠 투여군은 위약 투여군 대비 더 높은 ASAS40 달성 비율을 나타냈다.
이밖에 경구용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도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한국애브비의 ‘린버크정’(성분명 우파다시티닙, Upadacitinib)은 현재 축성 척추관절염 치료제 승인을 위한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축성 척추관절염은 X-레이 검사로 관절염이 관찰되는 강직성척추염과 방사선 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축성 척추관절염(Non-radiographic axial spondyloarthritis, nr-axSpA)을 포함한다.
애브비는 지난 8월 미국에서 린버크의 강직성척추염 적응증 승인을 위한 신청서를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유럽의약품청(EMA)에도 같은 적응증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