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의외로 조심해야 할 질환 중 하나가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특히 영유아에게 심한 설사를 일으켜 문제가 되는 로타바이러스는 치료법이 따로 없어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로타바이러스는 생후 6주 이상 영아에게 위와 장에 염증을 일으킨다. 주로 분변에 있던 바이러스가 손에 묻어서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청결제나 소독제에도 내성을 띠어 감염 위험이 높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토·발열 증상이 나타나고 물설사로 탈수증을 유발한다. 영유아는 탈수가 심해지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위험하다. 이같은 위험성 때문에 아직 국내에서는 필수 예방접종이 아님에도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급적 일찍 로타바이러스 예방접종을 완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은 독성을 약화한 로타바이러스를 담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이 바이러스에 방어면역이 생겨 다음에 감염돼도 혈청형에 관계없이 심한 장염을 예방해준다.
단 △백신성분에 대해 심한 과민반응이 있는 영아 △이전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같은 심한 알레르기반응을 경험한 영아 △장중첩증을 앓은 병력이 있는 영아는 접종을 피하는 게 좋다.
로타바이러스는 이중나선 RNA바이러스로 면역반응에 중요한 혈청형은 G형(VP7, G protein)과 P형(VP4, P protein)이다. 다양한 G와 P 혈청형(유형)이 조합돼 유형이 결정된다.
G형은 단백질인 혈청형과 염기서열 분석에 근거한 유전자형이 동일하다. 1형은 ‘G1’, 2형은 ‘G2’ 등으로 표시한다. 반면 P형은 혈청형과 유전자형이 달라 혈청형은 숫자와 알파벳으로, 유전자형은 대괄호 안에 표시한다. 예컨대 P1A[8]는 혈청형이 1A이면서 유전자형은 8에 속한다. 여러 G형과 P형 조합 중 G1P1A[8], G2P1B[4], G3P1A[8] 등이 사람에서 주로 발견된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로타바이러스 예방 백신은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로타릭스액·프리필드’와 한국MSD의 ‘로타텍액’ 두 가지가 있다. 로타텍은 2007년에 로타릭스는 2008년에 국내 도입됐다.
두 백신의 공통점은 먹어서 접종하는 경구용 백신이라는 점이다. 수유 직후에는 백신을 토하거나 뱉어낼 수 있으므로 접종하기 30분~1시간 전에 수유를 끝내야 한다. 만약 아기가 백신을 뱉어내더라도 다시 투여하지 않으며 이후 남아있는 백신 투여 일정을 지켜야 한다. 다음 차수에 다른 회사 제품으로 교차 접종하는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접종한 백신의 이름을 기록해 두는 게 권장된다.
국내 로타바이러스 백신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로타텍은 사람과 소(牛)의 유전자를 재편성한 바이러스 균주를 포함하며 일반 백신처럼 포함된 혈청형에 대해서만 예방 효과를 가진다. 까다로운 한국 엄마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로는 ‘폭넓은 예방 범위’가 꼽힌다. 로타텍은 G1, G2, G3, G4, G9P1A[8] 다섯가지 혈청형을 직접 포함한 유일한 5가 로타바이러스 백신이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로타바이러스 혈청형이 다양한 만큼 넓은 예방 범위는 로타텍의 두드러지는 장점이다.
로타릭스는 사람 균주만을 사용해 교차예방 효과가 있는 사람의 면역력 형성을 재현했다. 사람 균주이기 때문에 장에서 복제가 잘 되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게 장점이다. 다만 예방 범위 면에서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 로타텍은 5개 혈청형을 포함한 반면 로타릭스에는 G1P[8] 한 가지 혈청형만 들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바이러스주가 다른 바이러스주까지 광범위하게 커버하는 ‘교차예방’ 효과가 있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4개 혈청형G2P[4], G3P[8], G4P[8], G9P[8] 균주에 대한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았다. 로타릭스는 2018년 3월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데이터 기준 세계 판매 1위 백신이다.
접종비는 지역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총 2회 접종하는 로타릭스가 회당 12~15만원, 로타텍은 3회 접종하며 회당 8~10만원 선이다. 총 접종비는 둘 다 30만원대로 비슷하다. 로타텍은 최소 접종 가능 연령인 6~12주에 1차 투여를 하고 4주 혹은 10주의 간격을 두고 추가 투여한다. 3차 투여는 생후 32주를 넘기지 않는다. 로타릭스는 2번 접종으로 생후 10주면 접종을 완료할 수 있어 예방접종 완료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게 장점이다.
두 백신의 효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한 연구는 아직 없지만 최근 대만 연구에서는 5가 백신의 예방효과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난 8월에 국제학술지인 ‘백신(Vaccine)’ 지에 실린 로타바이러스 백신 관련 대만의 리얼월드 연구는 2014~2017년에 대만 10개 병원에 급성 위장관염으로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했던 8~59개월 영유아 중 로타 바이러스 양성 여부 및 감염된 경우 혈청형을 분석,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백신 효과를 산정했다. 그 결과 RV1(로타릭스) 접종 시 예방 효과는 84.5%, RV5(로타텍) 접종한 경우 예방효과는 94.6%로 5가 백신의 예방효과가 약 1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의 학술지 ‘Pediatrics’에 실린 ‘Effectiveness of Monovalent and Pentavalent Rotavirus Vaccine’ 연구에 따르면 1가 백신의 장염 예방효과가 91%, 5가 백신은 92%로 나타나 큰 차이는 없지만 5가 백신이 더 높았다.
2014년 같은 학술지에 실린 ‘Rotavirus Vaccines and Health Care Utilization for Diarrhea in the United States (2007~ 2011)’ 연구에서 로타바이러스 입원 감소율은 1가 백신이 96%로 5가 백신의 92%보다 4%p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