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체에 이로움을 주는 약물이라도 때에 따라서는 해가 될 수 있다. 현대 의학의 발달에 따른 약물사용의 증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의 혜택을 가져다주었지만, 이와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약물에 의한 유해반응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편은 앞서 2편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약과 범위를 넓혀 영양제에 대한 부작용 사례를 다뤄봤다.
중증여드름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
임신 중 복용하거나 복용 후 한 달 이내에 임신할 경우 태아의 머리뼈, 뇌, 얼굴 등에 심각한 기형 및 지능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여드름치료는 약물복용도 중요하지만 술, 인스턴트, 초콜릿 등 당이 높은 음식을 섭취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유의해야한다.
발기부전 치료제
발기부전 치료 방법 중 경구 약물 치료는 과정이 간편하고 빠른 효과를 체험할 수 있으나 신경 및 혈관 이상 환자라면 별다른 효과를 견인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표면적인 부작용은 두통, 안면홍조, 시각장애 등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소화불량, 비충혈, 설사, 현기증, 관절통 등이 드물게 발생하기도 한다. 니트로글리세린, 이소소르비드 등과 같은 질산화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절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역류질환 치료제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
PPI는 위장벽에 존재하는 벽세포로 들어가서 산에 의해 sulfenamide로 변환된 후 세포막에 있는 산을 만들어내는 proton pump에 부착되어 산 분비를 억제하게 된다. 즉 proton pump에 들어붙어 작용을 저해하는 것이 PPI의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오메프라졸, 에스오메프라졸, 라베프라졸, 란소프라졸, 레바프라잔, 판토프라졸, 일라프라졸 등 7개 성분 96개사 239개 품목의 PPI제제가 허가받았다.
이 성분의 약은 산성환경에서 활성화돼 제산제와 동시에 투여해서는 안된다. 약산성 약물(ketoconazole, itraconazole, fluconazole)은 흡수율이 떨어진다. 약물을 체외로 배출하는데 관여하는 효소인 CYP450 능력을 저해한다. 와파린(Wafarin), 디아제팜(diazepam), 페니토인(phenytoin)은 혈중 농도를 높인다.
PPI를 장기복용하게 되면 골절위험, 철분결핍, 비타민B12 결핍, 만성신부전 진행, 심근경색, 치매, 폐렴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고혈압약 ‘비소텍’
고혈압 치료제 ‘비소텍’은 기침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 기침은 비소텍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여러 안지오텐신 변환 호소 억제제 계통의 약들(캡토프릴, 리시노프릴 등)도 일으킬 수가 있다. 이러한 약들은 높은 혈압을 조정해 줄 뿐만 아니라 심장이 박동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도와주는 약으로도 많이 쓰인다.
100mg 고함량비타민B군 영양제
불면을 유발할 수 있다. Vitamin B12가 원인이다. 다른 VitB군도 함께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고령자 혹은 여성, 카페인에 민감한 환자는 주의해야한다. 가능하면 아침에 복용해야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저함량 제품 섭취를 권장한다.
철분, 모자라면 빈혈 … 과다복용 시 심장질환
철분은 헤모글로빈의 생산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헤모글로빈은 우리 몸속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를 돕는 역할을 하는데 철분이 모자라면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철분제를 먹으면 사람에 따라 변비, 소화불량, 복통이 나타날 수 있는데 너무 많이 섭취하면 간경화나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철분 하루 권장 섭취량은 성인 10~20㎎ 정도이고, 50세 이상 남성은 10㎎ 미만, 임산부는 20~45㎎이 적당하다.
철분제를 칼슘제와 함께 먹으면 좋지 않다. 칼슘이 철분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철분제를 먹고 나서 우유와 같은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아세틸시스테인
아세틸시스테인은 세포내에서 비타민C와 함께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해 염증을 억제하고 호흡기 질환 등 만성감염질환에 효과적이다. 간염 예방과 치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간염과 간경화, 간암 같은 만성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시스틴을 대사해 제거하는 능력이 감소해 과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드물게는 신석증이 생겨 신석이 잘 생기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마그네슘
과다복용으로 꼽히는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은 다름 아닌 설사 반응이다. 설사는 마그네슘의 섭취량이 많아져 장이 완전히 흡수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삼투압 증가로 인한 증상인데, 장내로 들어오는 수분의 양이 많아지면서 흡수되지 못한 마그네슘이 배출되는 것이다. 하루 섭취 권장량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 공화국’이라는 오명도 … 2019년 의약품 부작용 보고 약 26만건, 아직 갈 길 멀어
다루지 못한 내용들이 더 많지만 3편에 걸쳐서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 알아봤다. 이번에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기사를 시리즈로 내게 된 것은 약물이상반응 문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9년 의약품 부작용 보고는 약 26만건으로 2018년보다 약2.2% 증가했다. 의약품 부작용은 되돌릴 수 없는 장애를 남기거나 생명을 앗아갈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식약처의 사례 보고에 따르면 70대 남성 A씨는 고혈압, 파킨슨병, 혈관염, 전립선비대증 등으로 여러 가지 약을 먹고 있던 중 심한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혈압 저하가 원인이었다. 자신이 먹는 약 중에서 혈압을 낮추는 약이 다섯 종류나 있어서 저혈압이 발생한 것이다.
한때 우리나라는 ‘약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던 때가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감기약 처방약 가짓수 차이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아프면 무조건 약을 찾았다. 우리나라는 약을 먹는 사람이나 (지어)주는 사람이나 약에도 ‘다다익선’ 개념이 강했다.
하지만 여러 이슈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약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 처방약 가짓수를 평가·공개하면서 약물 남용에 대한 인식이 차츰 개선되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약에 대한 경각심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건강을 자신하거나 다 나았다고 생각해 약을 임의로 끊거나 멀리하는 것도 문제지만, 약을 너무 신뢰하거나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약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의 의도와 기대를 배신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약의 효과만큼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