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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코로나19의 중증 원인 ‘사이토카인 폭풍’ 아닌 ‘브래디키닌 폭풍’에 있다
  • 임정우 기자
  • 등록 2020-09-03 20:19:09
  • 수정 2020-09-08 23: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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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오크리지내셔널랩 연구팀 규명 … 브래디키닌 신체 곳곳서 혈관 누출 유발 … 폐에 수분 고여 폐수종 … 코로나19는 히알루론산 늘려 증세 악화 부추겨
컴퓨터공학 기반 생물학자인 미국 오크리지내셔널랩(Oak Ridge National Lab)의 다니엘 제이콥슨(Daniel Jacobson). 출처: ORNL 홈페이지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 소재 오크리지내셔널랩(Oak Ridge National Lab, ORNL) 연구원들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슈퍼컴퓨터 ‘서미트(Summit)’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 COVID-19) 관련 1만7000개의 유전자 샘플에서 4만개의 유전자를 뽑아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엔 1주일 넘게 걸렸으며 25억개의 유전자 염기쌍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어떻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새로운 브래디키닌 가설(Bradykinin Hypothesis)을 도출했다.
 
오크리지의 컴퓨터 시스템 생물학자 다니엘 제이콥슨(Daniel Jacobson)은 혈압 조절과 체액 전해질 균형과 관련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enin-angiotensin system, RAS) 안의 중요 효소에 대한 유전자 표현이 비정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곧이어 RAS로 긴밀하게 조정되는 키닌 캐스케이드(kinin cascade)에 의한 염증경로(Inflammatory Pathway)에서 비정상 RAS를 보이는 폐액(肺液 lung fluid) 샘플을 추적해 찾아냈다.
 
키닌 시스템(Kinin System)에서는 중요 펩타이드인 브래디키닌(Bradykinin)이 혈관의 누출을 유도해 장기와 조직 안에 액체가 고이도록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의 몸에서는 이 시스템이 불균형했고 브래드키닌 수용체와 키닌 대사경로를 활성화시키는 칼리크레인(Kallikrein)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
 
제이콥슨 연구팀은 과학저널 ‘이라이프(eLife)’에 이 연구를 게재했다. 팀은 “이 연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이해되지 못했던 부분, 예를 들면 왜 환자들의 폐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지에 대해 설명해준다”고 확신했다.
 
연구에 따르면 COVID-19는 SARS-CoV-2 바이러스가 주로 코에 있는 ACE2 수용체를 통해 몸으로 들어가며 발생한다. 바이러스는 몸 안을 이동하며 ACE2를 가지고 있는 장, 신장, 심장 등에 있는 세포들과 결합하게 된다. 이는 신종 코로나가 심장이나 위장관 증상들을 일으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몸 전체를 정복하고는 폐와 같은 장기에 있는 흔하지 않은 ACE2 수용체를 상향(upregulating)시킨다. 도둑이 2층 창문 안으로 들어와서 집 전체를 털고는 문과 창문을 전부 열어 놓아서 공범자들이 더 손쉽게 훔치게 하는 셈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의 최종 결과를 연구팀은 ‘브래디키닌 폭풍’(Bradykinin Storm)이라고 명명했다. 바이러스가 RAS를 공격하면 인체가 브래디키닌을 조절하는 방식이 날뛰고, 브래디키닌 수용체가 재감작(resensitize)되며, 체내에서 주로 ACE를 통해 브래디키닌을 분해하는 것을 멈추게 된다. 연구팀은 이 폭풍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가장 심각한 증상들을 유발하는 이유라고 봤다.
 
연구진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병증(pathology)은 환자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s)보다는 브래디키닌 폭풍의 결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 둘이 복잡하게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프랭크 반 데 비어동크(Frank van de Veerdonk) 네덜란드 라드바우드 대학교 의학센터 (Radboud University medical Centre) 전염병 연구원도 지난 3월 중순에 비슷한 관찰을 한 바 있다. 지난 4월 프랭크와 연구팀은 ‘고삐가 풀린’(dysregulated) 브래디키닌 시스템이 폐의 혈관이 새게 만들고 그것이 과잉 폐액 축적의 잠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가설을 세운 바 있다.
 
ACE2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사스)의 체내 수용체에 미치는 역할에 필수라는 것을 밝혀낸 조셉 페닌저(Josef Penninger)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생명과학연구소 책임자(director)는 더 사이언티스트지(The Scientist)에 브래디키닌이 코로나에 한 몫을 한다고 봤다. 조셉은 “말이 되는 이론이고 제이콥슨의 연구도 이 가설을 지지하지만 확증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유전자 표현형(gene expression signatures)은 큰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단백질들을 측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이콥슨의 연구의 다른 일면은 또 다른 경로에 관련돼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폐에서의 하일루론산(HLA) 생산을 늘린다. 하일루론산은 자기 무게의 천배가 넘는 무게를 흡수하기 때문에 비누와 로션에 흔한 성분이다. HLA가 증가하며 체액이 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일부 코로나 환자들의 폐 안에 히드로겔이 생성된다. 제이콥슨은 이것을 “젤리 안에서 숨쉬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와 같은 이유가 왜 산소호흡기가 중증 코로나 환자들에게 초기 의사들의 예상보다 덜 효과적인지를 알려준다. 제이콥슨은 “한계에 도달하면 산소호흡기로 얼마나 많은 공기를 집어넣든 폐포가 하이드로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폐가 물풍선이 되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브래디키닌 가설은 왜 20%의 코로나 환자들이 심장에 손상을 입는지도 설명한다. RAS가 심장 수축과 혈압의 일면들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가설은 또 50%의 환자들이 겪는 어지럼증, 발작, 섬망, 뇌졸중 등 신경학적 병증도 설명한다.
 
한 프랑스 연구결과는 코로나19 환자에서 뇌혈관이 새는 단서를 고용량의 브래디키닌이 혈액뇌관문(blood-brain barrier, BBB)을 무너트리는 데서 찾았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같은 연구들은 RAS를 표적하는 약들이 많고 이미 FDA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나졸(danazol : 자궁내막증, 낭종성 유방증 치료제, 유전성 혈관성부종(hereditary angioedema, HAE) 치료제), 스타나조롤(stanazolol: 테스토스테론 유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이칼란티드(ecallantide, HAE 치료제, 흉곽수술시 출혈방지제, 상품명 Kalbitor) 같은 약물은 브래디키닌 생성을 낮춘다.
 
이카티반트(Icatibant, HAE 치료제, 상품명 Firazyr)는 브래디키닌 신호를 줄어들게 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비타민D도 RAS 시스템과 관련되어 있고 레닌(renin, REN)의 수치를 줄일 수 있어 치료에 유용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원들은 “언급한 모든 약리학적 접근은 제대로 된 임상시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다케다의 브래디키닌(bradykinin) B2 수용체길항제인 ’피라지르’(Firazyr 성분명 ), 애브비의 CC케모카인 수용체2 및 CC케모카인 수용체5 길항제인 ‘세니크리비록(cenicriviroc)’, 암젠의 포스포디에스테라제(PDE4) 저해제인 ‘오테즐라(Otezla 성분명 apremilast)와 함께 지난 8월초 고도 산소요법이 필요한 코로나19 중증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공동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Quantum Leap Healthcare Collaborative의 적응형 플랫폼(adaptive platform) 임상시험 방식을 활용해 피험자 수와 시험기간을 단축한다.
 
‘I-SPY COVID’로 명명된 이 임상시험은 다케다, 애브비, 암젠을 포함한 20개 이상의 제약사가 참여하는 ‘COVID R&D 얼라이언스’ 및 미국 식품의약국(FDA) 협력 하에 이뤄진다. 1차 평가지표는 약물 투여 후 최소 48시간 경과 후 4등급 또는 그 이하로 레벨이 낮아지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2차 평가지표는 산소호흡기 유지기간과 치사율이다.
 
각각의 작용기전에 따라 피라지르는 브래디키닌에 의한 폐수종 증상을 개선할 것으로 여겨진다. 오테즐라는 세포내 PDE4 효소를 낮춰 면역반응에 의한 염증매개물질을 줄여 염증을 억제한다. 현재 45개국 이상의 국가에서 판상형 건선, 건선성관절염, 베체트병 등 염증성 질환의 경구치료약으로 승인돼 있다. 신약후보물질인 세니크리비록은 조직에 대한 단구(monocyte, 單球) 유주(migration)를 저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HIV감염증(에이즈) 및 비알코올성지방 간염(NASH) 치료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 3가지 약물은 호흡보조가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의 면역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후보군 중에서 선택됐다. 코로나19 환자의 약 10~15%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보이고, 이들 중 집중치료실(ICU)에 입원한 환자의 최대 60%가 평균 2주간에 걸쳐서 인공호흡기 장착이 필요하며, 이 중 절반의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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