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GC 임상 2상서 유효성·안전성 확보되면 사용 논의” … WHO “혈장치료, 수많은 부작용 동반” 우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주말인 23일(현지시각)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혈장치료법에 대해 긴급사용승인(EUA)을 내렸다. 이에 국내에서도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이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승인은 코로나19 환자가 입원 후 사흘 내 혈장치료법을 처방받은 결과 사망률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알렉스 아자르(Alex Azar FDA)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복기 혈장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7만명 이상의 코로나 환자에게 혈장 치료를 시행했다”며 “이 중 약 2만명에 대한 분석결과를 토대로 코로나에 대한 혈장치료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80세 이하 환자에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는 후문이다.
FDA 스티븐 한(Stephen M. Hahn) 국장은 “코로나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에 대한 초기 데이터가 희망적이었고,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FDA 홈페이지를 통해 완치자의 혈장 기증을 독려하는 혈장 기부 캠페인을 전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긴급사용승인 소식을 밝히면서 혈장치료가 “놀라운 성공률을 보였다(It’s had an incredible rate of success)”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 하루 전날에 혈장치료법을 긴급승인한 이유에 대해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FDA가 고의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임상시험을 올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혈장치료법은 그동안 효능을 두고 이견이 적잖았다. 이 치료법이 코로나19 환자 상태를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과 코로나19 완치자들의 혈장에 있는 항체 수가 일정치 않아 측정하기 어려워 효율성이 담보되지 못한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선제적으로 치료법를 사용하고 그 안전성, 효능 등을 일각 확인하면서 혈장치료법은 더 보편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혈장치료법이 승인된 만큼 국내에서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미국이 긴급승인한 혈장치료의 경우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중증 환자에 직접 투여하는 혈장치료법이며, 의료행위의 일종이다. 반면 국내에서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 ‘GC5131A’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속의 특정 항체단백질(면역글로불린)을 따로 분리해 고농도로 농축시켜 만든 ‘항코로나19 고면역글로불린’(anti-SARS-CoV2 hyperimmune immunoglobulin) 의약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속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GC녹십자 혈장치료제 개발과 관련 패스트트랙을 지원키로 했다. 또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과 혈장 채취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공모한 혈장치료제 연구에 대해 의료기관의 개별심의를 면제해준다.
이미 임상 1상을 면제받은 혈장치료제 GC5131A는 이달 21일 정부의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임상시험 지원대상으로도 선정됐다. 정부가 최종 개발 가능성, 신종코로나 치료제 포트폴리오 구성상 기술의 전략적 가치 등을 고려해 선정한 만큼 신속한 상용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 7월 29일 2상을 신청해 8월 20일 2상 시행을 승인받았다. 신속한 임상시험을 위한 혈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대구 경북대병원, 대구 파티마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등 4개 병원에서만 이뤄지던 혈장 채혈은 24일부터 21개 헌혈의 집에서도 가능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녹십자가 개발중인 혈장치료제가 임상 2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관계자는 “개발사는 임상 2상 데이터가 긍정적일 경우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승인은 식약처가 할 일이지만 임상데이터가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면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긴급사용승인은 임상 2상이 초기 단계인 만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미국에서 긴급 승인된 혈장치료법은 국내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보다 한 단계 낮은 것으로 국산 치료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FDA의 혈장치료법 승인과 관련,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아 아직은 실험적인 치료법으로 간주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WHO의 수미아 스와미나탄(Soumya Swaminathan) 박사는 “회복기 혈장요법은 지난 세기에 수많은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돼왔다”며 “성공 수준은 제각기 다르며, 계속 평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들은 서로 다른 수준의 항체를 생산하고, 혈장은 회복된 환자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이 치료법을 표준화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WHO 사무총장의 선임고문인 브루스 아일워드(Bruce Aylward) 박사는 “혈장치료법은 미열과 오한부터 폐와 관련된 심각한 손상까지 수많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