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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증후군’ 치료제, 부족한 효소 채워 합병증 줄이고 수명은 늘리고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20-08-20 20:32:17
  • 수정 2020-08-24 16: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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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AG 분해하는 이두설파제 … 후발주자 녹십자 ‘헌터라제’가 오리지널 사노피 ‘엘라프라제’ 매출 넘어서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엘라프라제주’(왼쪽)와 GC녹십자 ‘헌터라제’
선천성대사이상질환의 일종인 헌터증후군(Hunter’s syndrome)은 현재까지 알려진 뮤코다당증 7가지 유형 중 제2형이다. 뮤코다당증은 분해되지 못한 뮤코다당체가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에 축적돼 발생한다. 글리코사미노글리칸(Glycosaminoglycans, GAG)의 분해에 필요한 리소좀 효소 이두설파제(iduronate-2-sulfatase, I2S)의 결핍이 원인이다.
 
GAG 축적으로 신체 여러 조직에 진행성 손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며 대부분 출생 직후에는 임상적 특징 없이 지내다가 질병이 점차 진행된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골격이상, 지능저하 등 증상을 보이다가 15세 전후에 조기 사망할 만큼 예후가 불량하다. 인구 10만~15만명 당 1명 비율로 발생하며 국내 환자 수는 70~8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터증후군의 가장 강력한 단서로는 특징적인 얼굴 형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콧구멍이 크고 코가 넓으며 입술이 두껍다. 혀가 크고 입 밖으로 나와 있다. 이밖에 질환 진행에 따라 청력장애, 간 비대 및 비장 비대, 서혜부 탈장 등이 나타나며 관절이 뻣뻣해져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효소대체요법(ERT) 등장으로 증상 근본적 개선 가능
 
헌터증후군은 조기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가능한 이른 시기에 진단한 후 효소치료를 규칙적으로 받아야 추후 합병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 현존하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시판되는 제품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엘라프라제주’(성분명 이두설파제, Idursulfase)와 GC녹십자 ‘헌터라제’(이두설파제) 2가지 뿐이다.
 
리소좀 안에 GAG가 계속 축적되면 전신적으로 증상이 발현된다. 간과 비장이 커지고 뼈와 관절에 이상이 생기며 심장이나 폐 계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대개 이러한 증상 발현은 2~4세 사이에 시작되고 이후 점차 신경계의 이상이 진행된다.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은 GAG를 분해하는 이두로네이트 2-설파타제(Iduronate 2-sulfatase)라는 효소 대체 성분을 체중 1kg당 0.5mg으로 주 1회 정맥투여한다. 투여된 성분은 체세포 표면의 만노스-6 인산 수용체를 통해 세포의 리소좀 안에 정착해 축적된 GAG를 감소시킨다. 이렇게 결핍된 효소를 정기적으로 보충해 전구물질의 대사를 일으키고, 세포를 대체함으로써 질환 진행을 막고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여 수명을 연장한다.
 
엘라프라제 vs 헌터라제 양강구도 … 헌터라제가 중국에 먼저 진출

 
엘라프라제는 200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이전까지 헌터증후군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그쳤으나 2006년 효소대체요법 치료제인 엘라프라제 등장으로 증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
 
헌터라제는 GC녹십자가 2008년 진동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공동 개발한 것이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엘라프라제에 이어 전세계 2번째로 헌터증후군 치료제 상업화에 성공했다.
 
국내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엘프라제가 오랫동안 유일한 치료제로 시장을 장악했지만 헌터라제 출시 이후로 독점체제가 깨졌다. 매출액은 후발주자인 헌터라제가 오리지널약인 엘라프라제를 뛰어 넘었다. 지난해 헌터라제의 매출은 390억원으로 전년보다 18.2% 늘었다. 2017년 238억원에서 2년 만에 63.9%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헌터라제는 같은 성분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약가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헌터라제 6mg의 국내 보험 상한가는 225만4200원, 엘라프라제는 265만1616원이다. 또 오리지널보다 효능이 뛰어난 ‘바이오베터’(바이오신약을 개량한 제품)인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헌터라제의 해외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으며 성과가 눈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9년 7월 중국 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정맥주사(IV) 제형 헌터라제의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중국에는 현재까지 허가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없다. 헌터라제가 중국에서 허가될 경우 최초의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된다. 엘라프라제는 중국시장 진출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진출도 진행 중이다. 중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뇌실투여(Intra cerebro ventricular, ICV) 제형으로 허가에 도전한다. 일본에는 이미 엘라프라제가 진출해있지만 정맥주사 제형이다. 일본 진출에 성공한다면 뇌실투여 제형으로는 최초의 헌터증후군 치료제가 된다.
 
헌터라제 ICV는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정맥주사는 약물이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을 투과하지 못해 지적발달장애 등 중추신경손상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뇌실투여 방식은 헌터증후군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에 대한 치료 옵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이 제형으로 출시되면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
 
녹십자의 현지 파트너사 일본 클리니젠(Clinigen K.K.)은 지난 4월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에 ‘헌터라제 ICV’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3월 17일에는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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