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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살찌고 간 나빠진다? … 한약을 둘러싼 오해들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7-28 21:26:42
  • 수정 2020-07-29 13: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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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첩 칼로리 겨우 공기밥의 10분의 1 … 돼지고기 먹으면 약 흡수 더뎌질 수 있어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이 더운 계열의 닭고기, 살구, 파인애플 등 식품을 먹을 경우 몸 안에 열이 발생해 약 효과가 떨어지거나 피부에 뾰루지 등이 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면역력 증강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및 영양제가 인기를 끌면서 한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흔히 보약이라고 말하는 한약은 보(補)와 약(藥)이 결합된 합성어로 일반적으로 ‘정기(精氣)를 보(補)하는 한약’을 일컫는다. 몸의 전반적인 기능을 조절하고 저항성을 높여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런 한약의 효과에 의심을 품는 이들도 많다. 종종 한약 탓에 살이 찌거나 흰 머리가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안심하고 먹어도 될지 의문을 품게 된다. 한약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파헤쳐본다.

1. 한약 복용하면 간 나빠진다?
 
한약은 수 천년동안 임상학적으로 증명된 데이터를 토대로 전문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적정 용량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모든 한약이 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간염이나 간경화와 같이 간질환이 있는 사람이 간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복용하기도 한다.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재의 사용과 비전문가에 의한 잘못된 복용과 남용 탓이며 한의사 처방에 따르면 문제가 없다는 게 한의학계의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에도 한약 복용과 간 손상 가능성에 대한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5년 대한한의사협회가 ‘한약을 복용하면 간이 나빠진다’는 속설은 맹목적인 한약 폄훼에 불과할 뿐 안전하다고 주장하자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한약이 주요한 간독성 원인으로 제시돼 있는 것은 물론 2010년 3월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간질환 분야 국제학술지인 ‘HEPATOLOGY’에 게재한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논문 ‘Emergency Adult-to-Adult Living-Donor Liver Transplantation for Acute Liver Failure in a Hepatitis B Virus Endemic Area’에서는 환자 110명의 급성 간부전 발병 원인을 분석한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HBV)가 37%로 가장 높았고, 한약이나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허브(Berb)가 19%로 그 뒤를 이었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한약 복용을 금지해야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2. 한약 복용하면 살이 찐다?
 
한의사들은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은 낭설이라고 강조한다. 한약은 주로 약용식물의 전초·잎·뿌리·뿌리껍질·꽃잎 등이라 한 첩 당 평균 칼로리는 30~50kcal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밥 한공기가 300칼로리 정도다.
 
다만 한약으로 인해 허약했던 소화기계가 강화되고 기혈순환이 촉진되면 식욕이 왕성해지면서 전반적인 음식 섭취량이 늘어 살이 찔 수 있다. 또 생약재에 들어 있는 미량의 천연 스테로이드 성분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얼굴이 통통해지고 전반적으로 비만해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고칼로리인 몸보신 음식과 한약을 혼동하는 것도 ‘한약 비만 유발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부터 몸보신 음식으로 꼽힌 붕어, 잉어, 흑염소 등은 고단백 식품이라 조금만 먹어도 금방 살이 찔 수 있다. 이들 음식을 푹 고은 뒤 약처럼 달여 한약봉지에 넣으면 일반 한약과 색, 향이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

허약한 사람이 한약을 복용하고 소화기능이 회복되면 음식 섭취량이 늘고 살이 찌면서 체력과 면역력이 좋아진다. 반대로 살이 찐 사람에게는 기혈의 순행을 원활하게 하는 약을 처방해 체내 노폐물이 제거되고 부종 등이 없어져 오히려 건강하게 살이 빠질 수도 있다.
 
3. 여름엔 한약 효능이 떨어진다?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한여름에 보양식을 먹는다고 해서 땀으로 그 영양분이 빠져나가지 않는 것처럼 한약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한약을 복용하면 무더운 계절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름엔 땀을 내기 위해 땀구멍이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라도 여름엔 한약을 비롯해 각종 수분, 비타민, 미네랄 등의 충분한 섭취가 필요하다.
 
4. 한약 먹으면 흰머리 생긴다?
 

숙지황이 든 한약을 먹을 때 무를 먹게 되면 흰머리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숙지황과 무는 서로 상반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약효가 감소할 수는 있으나 흰머리 발생과는 연관이 없다. 숙지황은 콩팥 기능을 강화하고 항노화와 함께 머리카락을 검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숙지황을 먹을 때는 무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약효가 떨어지니 삼가라는 의미다.
 
5. 한약 먹을 땐 돼지고기를 피해라?
 

양약과 달리 한약은 피해야 할 음식이 많은데 이는 치료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먹지 말라는 대표적인 음식이 돼지고기, 닭고기, 밀가루 음식이다. 이들 음식은 소화와 약의 흡수를 방해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돼지고기는 성질이 찬 음식에 속해 몸이 찬 태음인, 소음인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위장이 약한 사람은 돼지고기의 기름과 콜레스테롤 때문에 소화장애가 발생하고 약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
 
닭고기는 따뜻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몸이 뜨거운 태양인, 소양인에게 좋지 않다. 밀가루는 소화기 계통이 약한 사람의 약물 흡수를 방해한다. 맵고 짠 음식과 커피, 탄산음료, 인스턴트 식품 등도 한약복용 시에는 피하는 게 좋다. 만성위염과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김민희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이비인후과 교수는 “돼지고기는 평소 자주 배앓이를 하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이 먹으면 탈이 나고 보약 흡수가 더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이 더운 계열의 닭고기, 살구, 파인애플 등 식품을 먹을 경우 몸 안에 열이 발생해 약 효과가 떨어지거나 피부에 뾰루지 등이 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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