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비알코올성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인터셉트파마슈티컬스(Intercept Pharmaceuticals)의 ‘오칼리바’(Ocaliva, 성분명 오베티콜릭산 obeticholic acid, OCA)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부정적인 심사 의견을 들어 사실상 승인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보도가 미국 여러 언론을 통해 나왔다.
29일(현지시각) 미국 언론은 FDA는 “오칼리바가 임상시험에서 보여준 간 섬유화 감소 효과가 실제로 환자들을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인터셉트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FDA 자문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오칼리바에 대한 허가 논의를 지난 3월부터 서너 차례 미뤄왔다. 결국엔 전문의약품허가신청자 비용부담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PDUFA)에 따른 승인 결정 마감일인 지난달 26일도 넘겨버렸다.
인터셉트는 지난 2월 19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오칼리바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인터셉트는 NASH로 인한 간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오베티콜릭산을 1일 1회 투여한 REGENERATE 3상 임상 결과 지방간염 악화 없이 섬유증이 생검(biopsy) 결과 1단계 이상 개선된 비율은 오베티콜릭산 25mg 투여군(308명)은 23.1%, 10mg 투여군(312명)은 17.6%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은 11.9%에 그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효성보다 안전성이 더 문제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임상에 참여한 일부 환자들은 나쁜 저밀도지단백(LDL) 결합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경험했고, 이로 인해 심혈관계 위험도가 높아졌다. 기저치 대비 LDL-콜레스테롤은 투여 4주 만에 최고 22.6 mg/dL 증가했고 나중에 낮아지긴 했으나 18개월 시점에서 기저치 대비 평균 4.0 mg/dL 늘었다.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도는 2%로 위약(1%)의 2배였다. 많은 NASH 환자들이 이미 과체중 또는 제2형 당뇨병을 갖고 있어 이같은 결점은 허가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가려움증으로 위약군의 19%, 10mg 투여군의 28%, 25mg 투여군의 51%에서 나타났다. 대부분 경도 또는 중등도였고 중증은 위약 및 경도군에서 1%미만으로 나타났으나 25mg 투여군은 5%에 달했다. 고빈도 가려움증으로 약물 투여를 중단한 사람의 비율은 25mg 투여군에서 9%나 됐다. 통상적으로 임상에서 중증 가려움증을 호소하면 약물 투여 중단을 명령하게 돼 있다.
FDA 자문위는 종합적으로 볼 때 약물의 유익성, 약물의 잠재적 위해성이 불확실하므로 인터셉트가 오칼리바의 안전성과 장기적 효능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인터셉트의 CEO인 마크 프루잔스키(Mark Pruzanski)는 “그동안의 심사 과정에서 FDA와 소통하면서 OCA가 우선심사에 부적절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동안 제출한 자료의 총량은 FDA 기준에 부합하며 위험 대비 이익 효과가 긍정적인 약효 프로파일을 보여줬다고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FDA가 여전히 겉으로만 진보적인 체하고, 불완전한 검토에 머물렀다”며 “OCA는 이미 의료적 수요가 높은 NASH에 탁월한 효과를 입증해 혁신을 가져온 치료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부정적 뉴스에 인터셉트의 주가는 26일 주당 78달러 선에서 29일 오전 9시반에 47달러로 40% 가까이 하락해 30일까지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오칼리바의 승인은 2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FDA 결정은 인터셉트의 경쟁사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잠재적으로 모든 NASH 개발사들에게 높은 기준을 제시하는 장애물로 작용할 전망이다.
NASH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 나스닥 MDGL), 바이킹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 시마베이테라퓨틱스(CymaBay Therapeutics), 젠핏(Genfit) 등이 있다.
이 중 젠핏은 지난달 11일 ‘엘라피브라노르(Elafibranor)’에 대한 3상 연구가 실패했다고 발표하면서 경쟁 대열에서 물러나 있다. 엘라피브라노르는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NASH 증상 감소나 섬유화 개선 능력을 보이지 못했다.
투자기관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경쟁사들에게 불확실성의 시간이 왔다”며 “FDA의 승인을 내주는 시각이 더 암울해졌다”고 평가했다. 반면 에버코어(Evercore) ISI의 분석가 조시 쉼머(Josh Schimmer)는 “FDA의 안전성 문제 제기에 동의할 점이 있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충격으로 보지 않으며 마드리갈과 바이킹은 약효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어쨌든 혁신적인 약물이 채택되길 바랐던 투자자에게 이번 선도업체의 낙마는 좌절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