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사제 주사부위 부작용 줄인 ‘마이캡사’ 시장 대체 유망 … 한달 약값 1552달러 책정
이스라엘 중부 네스지오나(Ness Ziona)에 본부를 둔 키아스마(Chiasma)가 개발한 ‘마이캡사’(Mycapssa 성분명 옥트레오타이드 octreotide, 또는 somatostatin analog, SS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승인한 첫번째 경구용 말단비대증(acromegaly) 치료제가 됐다.
말단비대증은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사지와 장기가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팔다리와 코, 턱, 입술 등의 끝이 지나치게 자라는 증상을 보이며 1993년 47세의 나이로 사망한 프로레슬러 앙드레 더 자이언트(Andre the Giant, 본명 Andre Renae Rousimoff)가 앓던 병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2만4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심근증, 고혈압, 당뇨병 등의 중증 합병증을 일으키며 조기 사망을 초래한다.
FDA는 마이캡사를 경구약으로만 허가했다. 주사제는 성장호르몬의 과다 생성을 지연시키기는 하지만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8000명이 SSA 성분의 주사제로 치료받고 있다. 노바티스의 ‘산도스타틴라르주사’가 대표적이다. 주사제를 맞는 사람의 대다수는 뇌하수체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에 실패해 성장호르몬이 과다 생성되는 경우라고 키아스마 측은 설명했다.
FDA 승인이 나온 지난 26일(현지시각) 키아스마는 애널리스트 초청 간담회을 갖고 30일 치료제 약값이 1552달러(리베이트 책정 전)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 CEO인 라즈 카난(Raj Kannan)은 “소수지만 눈에 보이는 말단비대증을 안고 사는 환자에게 주요한 진전이 이뤄졌고, 키아스마로서도 상업적인 성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키아스마는 마이캡사를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45개 영업팀을 꾸려 출시 준비에 나섰지만 생산 설비 인증 때문에 출시는 4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내분비 전문의에 대한 원격 온라인 영업과 채혈검사 교육 등 준비 과정도 녹록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키아스마는 4년간의 노력 끝에 악몽을 떨쳐버리고 밑바닥에서 천대받던 마이캡사를 공식 치료제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약은 2016년 4월 16일 3상(후기 확증 임상)에서 시험설계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FDA로부터 완전종결 통보(complete response letter)를 받고 승인을 거절당했다. 그 여파로 같은 해 8월에는 16년간 암젠에서 근무해오다 영입한 최고영업책임자(CCO)인 아난드 바라단(Anand Varadan) 등 65명의 정규직 직원을 잘라내야 했다. 키아스마는 당시 승인 기대에 부풀어 이스라엘 근무 직원을 미국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마이캡사는 현재 SSA 주사제로 치료받고 있는 말단비대증 환자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사제들은 주사 부위 부작용이 심한 게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마이캡사는 담석 생성 위험, 고혈당 또는 저혈당, 비정상적 갑상선 및 심장 기능, 비타민 B12 수치 감소 등의 부작용을 안고 있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간담회 후 “마이캡사가 소수의 말단비대증 치료 전문의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환자들의 90%가 이미 치료를 받고 있어 이들을 처방 대상으로 유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소비자 측면에서 키아스마는 추가적인 약값 부담없이 기존 치료제를 대체하는 ‘중대한 혁신’(significant innovation)을 이룰 것이라고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