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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美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 4100억원에 기소유예 합의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6-26 23:47:37
  • 수정 2020-06-29 18: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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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그리스·베트남·중국서 위법 행위 적발된 뒤 자발적 합의 나서 금액 경감 … 국내 항소심은 아직 진전 없어
 노바티스 본사 전경
노바티스가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해 자사 제품을 처방하도록 유도한 혐의에 대해 3억47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손을 씻기로 미국 법무당국과 약정했다. 이 회사는 수년간 한국, 그리스, 베트남, 중국 등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살포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으며, 이번에 그리스·베트남에서 저지른 위법 행위에 대해 자발적으로 SEC 합의 절차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FCPA) 위반으로 제소된 건을 유예하는 조건으로 그리스 법인인 노바티스 헬라스가 미국 법무부에 2억3400만달러, 노바티스 본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억1300만달러를 납부키로 하는 등 총 3억4700만달러를 기소유예약정(deferred prosecution agreement, DPA) 합의금으로 지불하게 된다. SEC는 국내 금융감독위원회와 비슷한 기관으로 리베이트 금액에 대한 은닉은 회계부정에 해당돼 처벌할 권한이 있다.

브라이언 벤츠코우스키(Brian Benczkowski) 미국 법무부 법무차관은 “노바티스는 의사와 병·의원에 뇌물을 제공하고 노바티스의 의약품과 알콘 수술용 제품 등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이득을 봤다”며 “뇌물 공여 내역을 감추기 위해 관련 기록 및 문건도 위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바티스와 알콘의 협조로 두 회사에 대한 벌금이 모두 줄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에서는 노바티스 현지 법인이 2012~2015년 황반변성 치료제 ‘루센티스주’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의사에게 부적절한 이익을 제공한 뒤 이를 감추려 관련 기록을 위조했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에는 노바티스가 그리스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알콘Pte(옛 노바티스 자회사)가 백내장 치료에 쓰이는 안경 렌즈 판매 활성화를 위해 의사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2011~2014년 사이 관련 기록 및 서류를 누락한 혐의로 적발돼 기소유예약정을 체결했다. 노바티스는 제3자인 유통업체가 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노바티스 사건을 돕는 섀넌 티메 클링거(Shannon Thyme Klinger) 기업법무 자문위원은 “이번 합의로 노바티스에 대한 FCPA 조사는 모두 종결됐다”며 “기존 규정 준수 문제를 해결하고 노바티스가 자신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바티스는 미국 내 의사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뿌린 혐의에 대해 지난해 합의금으로 7억달러(약 8400억원)를 책정했지만 아직 마무리짓지 못했다.

바스 나라시만(Vas Narasimhan)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불법 리베이트 관련 조사를 받으면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에 따라 ‘원칙 기반(principles-based)’ 윤리 정책과 ‘말하는 문화(speak-up culture)’를 채택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JPM 컨퍼런스에서도 규정 준수와 윤리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허사였다. 몇 개월 뒤인 지난해 8월 노바티스가 인수한 유전자치료제 개발회사 아벡시스(AveXis)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Zolgensma)’ 임상 데이터 조작 스캔들에 휘말리게 됐다. 이 약은 1회 접종으로 끝나지만 가격이 210만달러에 달하는 초고가 의약품이다.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벡시스의 데이터 조작에 관해 노바티스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알고 있었으나 숨겨왔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FDA에 즉시 알리지 않았고, 지난해 5월 졸겐스마는 승인됐다. 허가가 취하되지 않았지만 보류 상태로 리뷰를 받으며 올해 3월 일본 후생노동성, 5월 EU 집행위원회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연이어 받아냈다.

노바티스의 이번 FCPA 거래는 대형 글로벌 제약사인 빅파마(Big Pharma)가 지난 10년간 약정한 거래보다 규모가 크지만 FCPA 역사상 최대 규모는 아니다. 테바는 2016년 12월 우크라이나, 멕시코, 러시아에서 불법 리베이트 살포가 적발돼 미국 법무당국과 5억1900만달러에 합의하기로 해 최고가 합의금 기록을 남겼다.

이어 화이자는 2012년 6000만달러, 사노피가 2018년 2500만달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2016년 2000만달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2015년 1400만달러, 아스트라제네카가 2016년 550만달러 등에 합의했다. 최근에는 알렉시온(Alexion)이 여러 국가에서 기부행위의 문제점이 적발돼 2500만달러를 제안받은 상태다.

한국노바티스는 리베이트 살포 관련 사실이 적발된 뒤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대체과징금 566억원을 납부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으며,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는 등 위법행위가 사실상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1심에선 노바티스 전 대표 문 모 씨와 다른 전 노바티스 임직원 등에게 무죄 취지의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은 전직 노바티스 임원인 김 씨(A)엔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다른 김 씨(B)와 채 씨, 배 씨, 곽 씨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노바티스 법인에는 40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지는 데 그쳤다. 이에 지난 1월 28일 검찰이 항소했지만 담당 검사가 바뀌었으며 5개월이 지나도록 공판 일정이 나오고 있지 않아 재판 진행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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