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 산하 다나파버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연구팀이 광범위한 선별검사가 부족한 치명적인 신장암의 초기 징후를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초기 연구이지만 혈액 샘플로 초고속 시퀀싱(high-throughput sequencing)과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분석을 통해 이를 가능케했다. DNA 메틸레이션이란 DNA에 메틸기가 붙어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변경하거나, 작동하지 않도록 스위치를 끄는 것을 말하는데 메틸레이션이 많을수록 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이번 검사법은 특정 유전자 변이를 읽어 암을 진단하는 기존 DNA 기반 액체생검 검사와 달리 혈류로 방출된 DNA를 찾아내어 건강한 사람과 암 환자의 메틸화 패턴을 비교 분석해 암을 조기발견하게 된다. 이 기술은 다른 유형의 암에 대한 혈액검사 개발에 활용됐지만 유독 신장암에는 장애물이 존재해왔다.
다나파버암연구소의 종양 전문의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매튜 프리드먼(Matthew Freedman) 박사는 “신장암은 다른 종양보다 많은 DNA를 혈액으로 흘리지 않기 때문에 탐지하기 가장 어려운 종양 중 하나”라며 “소량의 DNA에서 이러한 패턴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초기에 질병을 발견할 수 있는 원리의 근거”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cfMeDIP-seq’로 명명된 ‘무세포 메틸화 DNA 면역침전법’(cell-free methylated DNA immunoprecipitation)은 덜 침습적인 방법으로 샘플을 채취할 수 있다. 이 연구소의 랭크 비뇨생식기암센터(Lank Centre for Genitourinary Oncology) 소속 공동 저자인 토니 큐에이리(Toni Choueiri)는 “훨씬 더 큰 수준으로 암 진단 대상을 확장하고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며 “소변 시료도 사용할 수 있으나 현재는 혈액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추후 연구를 통해 성능이 향상되고 잠재적인 가능성이 검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 샘플로 초기 진행성 신장암 환자 99명을 실험군으로, 전이성 방광암 환자 15명과 암에 걸리지 않은 28명을 대조군으로 삼아 실험한 결과 ‘cfMeDIP-seq는 초기의 치료 가능한 국소성 신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검증됐다. 초기 신장암 환자는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다른 치료를 하려고 복부 스캔(CT)를 찍다가 우연히 신장암이 발견된 케이스들이다.
다나파버암연구소는 아직 신장질환 발견을 위해 복부 스캔이나 영상진단을 권장하지 않고 있으며, 신장암 환자의 약 3분의 1이 발견 당시 신장 이외의 장기나 조직으로 번져 있다고 설명했다.
큐에이리는 “cfMeDIP-seq는 세계 최초의 특이한 암 진단검사법으로 장차 암 진단의 주류가 될 것”이라며 “예전에 신장암 진단을 받았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받아볼 만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