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사상 첫 승인, XLH 이어 두번째 적응증 … FGF23 과잉 분비 억제, 저인산혈증 골연화증 개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노바토(Novato)에 소재한 희귀질환 전문 제약기업 울트라제닉스파마슈티컬(Ultragenyx Pharmaceutical)과 일본 쿄와하코기린(Kyowa Hakko Kirin, KHK)이 공동 개발한 ‘크리스비타’(Crysvita 성분명 부로수맙-twza, burosumab-twza)가 2세 이상의 종양유도골연화증(tumor-induced osteomalacia, TIO) 치료제로 18일(현지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TIO 치료제로는 FDA 첫 승인이다.
이 신약은 2018년 4월 17일 성인 및 1세 이상의 소아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inked hypophosphatemia, XLH) 치료제로 FDA 허가를 취득했다. 2019년 9월 30일 생후 6개월 미만 영유아를 포함하도록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XLH는 X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으로 아버지(남성 XY)가 저인산혈증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딸에게만, 어머니(XX)가 이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아들과 딸에 유전된다. 비타민D가 결핍돼 구루병(rickets)으로 이어져 골연화증, 저성장(단신), 오자다리(genu varum, bow-leggedness)가 된다. 비타민D 보충으로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크리스비타의 필요성이 인정돼왔다.
TIO는 양성 저속도 진행성 종양으로 희귀질환의 일종이다. 종양이 진행되면서 섬유아세포성장인자23(fibroblast growth factor 23, FGF23)로 불리는 호르몬 유사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혈중 인(燐) 수치가 감소해 저인산혈증과 이로 인한 골연화증이 동반된다. FGF23은 인산염 재흡수에 관여하는데 과도하면 인산이 소변으로 배출해 낭비시키고 신장에서의 비타민D 생산을 억제한다. 인은 골의 유지·보전, 세포 내 에너지 생성, 신경계 기능수행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이다. 부로수맙은 FGF23 억제제로 인산 수치를 높여 정상화한다.
TIO 환자는 심각한 혈중 저인산염 수치와 골연화증을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근육 약화, 피로, 뼈 통증, 골절 등을 경험한다. 미국에 해마다 500~1000명이 이 질환으로 고생하며 아주 조금씩 늘고 어느 정도의 환자가 질환에서 벗어나는지(자연치유) 모르기 때문에 극히 일부만 이해하는(highly esoteric) 질환으로 취급된다. 환자 절반이 수술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UltraCare’™라는 대대적인 질환 인식 및 환자 교육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내분비국의 테레사 E. 키호(Theresa E. Kehoe) 국장은 “TIO 치료가 증상을 유발하는 종양을 식별하고 제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가능하지 않을 경우 크리스비타가 혈중 인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파괴적인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로는 최초로 FDA 승인이 이뤄진 만큼 종양을 찾거나 제거할 수 없는 종양 유도 골연화증 환자들을 위한 치료 옵션 확보에 일보 전진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울트라제닉스의 최고 의학책임자(CMO)인 카밀 L. 베드로시안(Camille L. Bedrosian)은 “TIO 환자의 약 절반은 종양을 수술로 제거할 수 없어 다른 치료 옵션이 없다”면서 “크리스비타의 이번 FDA 승인은 저인산혈증과 골연화증 원인을 해결하는 첫 치료 옵션”라고 밝혔다. 이어 “XLH 관련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희귀병인 TIO로 고통을 받는 환자들에게 이 약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게리 지줄라(Gary Zieziula) 쿄와기린 북미지역 사장은 “우리 연구소에서 개발한 약으로 엄정한 임상연구 프로그램과 FDA의 우선심사 과정을 거쳐 TIO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며 “희귀하고 심각한 질병을 가진 환자들의 요구를 긴급하게 해결하기 위해 울트라제닉스팀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에밀 카키스(Emil Kakkis) 울트라제닉스 CEO는 “이번 신규 적응증 승인은 울트라제닉스가 FGF23에 초점을 맞추고 더 많은 적응증을 획득하는 데 중대한 계기가 됐다”며 “FGF23으로 인한 다른 장애나 질환에 대한 연구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스비타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총 27명의 성인 TIO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2건의 단일 실험군 2상 임상시험을 통해 평가됐다. 1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144주간 미국에서 이뤄진 임상시험과 13명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이뤄진 88주 임상이 근거가 됐다. 모두 저인산혈증과 관련된 환자였다.
환자는 크리스비타를 4주 간격으로 주사맞은 결과 미국 임상시험에서는 환자의 50%가 24주차에 혈중 인 수치가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했고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까운 인 수치가 144주차까지 유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두 번째 일·한 시험의 경우 69%의 피험자가 24주차에 혈중 인 수치가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정상 또는 정상에 가까운 인 수치가 88주차까지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1,25-디하이드록시 비타민D(dihydroxyvitamin D) 레벨은 혈중 인 레벨을 올려 골연화증을 개선했다. 전신 뼈 단층촬영 결과 골연화증으로 인한 병소가 치유됐다는 단서가 확인됐다.
환자의 10% 이상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치근농양(齒根膿瘍, tooth abscess), 근육경련, 현기증, 변비, 주사 부위 반응, 발진, 두통 등이 보고됐다. 중증 과민반응이 나타날 경우 크리스비타 투여를 중단한 후 추가적인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혈중 인 수치가 정상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신장석회증 위험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경구용 인 또는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하는 환자, 혈중 인 수치가 정상적인 범위 이내 또는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난 환자들, 중증 신장 손상 또는 말기 신부전 환자는 크리스비타 투여를 삼가야 한다.
크리스비타는 연간 성인 20만달러, 소아 16만달러의 약값 정책으로 영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눈총을 샀다. 2018년 4월 첫 출시 당시 2025년이면 연 11억달러의 매출(환자 1만5000명 예상)을 올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영국의 건강보험관리기구인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는 2018년 6월 약값이 너무 비싸다며 임상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급여 등재를 거절했다. 3개월 후 NICE는 비밀협상을 통해 이 결정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약가는 체중과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데 1~5세의 경우 연간 7만7792파운드(현재 환율 9만6314달러), 16~17세의 청소년(체중 최대 60㎏까지)의 경우 38만8960(48만달러)로 조정됐다. 올 1분기 크리스비타의 매출은 2880만달러로 블록버스터를 바라는 회사의 희망에 비해 늦게 출시되고 성장도 더딘 편이다.
일본에서는 크리스비타는 FGF23 관련 저인혈증성 구루병 및 TIO 적응증으로 승인을 취득했다. 유럽에서는 X-레이 진단으로 골 질환 소견을 보이는 1세 이상 및 성장기 청소년 XLH 치료제로 유럽위원회(EC)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취득하고 현재는 XLH 성인 환자를 적응증으로 추가 승인을 심사받고 있다.
울트라제닉스는 2013년 9월 3일 당시 면역글로불린G1(IgG1) 단일클론 완전 인간화 항체로서 미국과 캐나다에서 임상 1/2상을 막 끝마친 KRN23(부로수맙)을 쿄와하코기린으로부터 도입해 공동 개발키로 계약을 맺었다. 2014년부터 XLH 치료제로 3상 임상을 진행키로 했으며 성공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