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는 자사의 PD-1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높은 종양변이부담(tumor mutational burden-high, TMB-H)을 보이며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고형암을 갖고 있는 소아 및 성인 환자를 위한 단독요법제로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았다고 17일(현지시각) 공표했다.
TMB는 염기 100만개 당 발생하는 돌연변이 개수로 MSD는 메가베이스당 10개 이상을 고빈도 종양변이부담(TMB-H) 돌연변이로 규정하고 임상평가를 진행했다. FDA는 지난 4월 7일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키트루다는 신속심사(Fast track),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대상에 모두 해당하고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 PDUFA)에 따른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절차를 밟아 6월 16일까지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
종양의 유형과 관계없이 생체표지자(Biomarker) 발현을 기준으로 적응증이 추가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키트루다는 2017년 5월 암종에 상관없이 고빈도 현미부수체불안정성(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 또는 DNA복제실수교정결핍(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 바이오마커를 가진 가진 절제 불가능하거나 전이된 고형암의 성인 및 소아 환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암의 발생 부위와 상관없이 바이오마커의 발현 여부를 기준으로 항암제의 적응증을 허가한 첫 사례였다.
이번 적응증 추가 승인은 종양 반응률 및 반응기간만을 평가한 가속승인에 따른 조치여서 향후 승인 지위를 유지하련 확증시험에서 임상적 효용성(생존기간 연장, 사망률 감소 등)을 입증하고 상세한 내용에 대한 기술이 이뤄져야 한다. 조직종양변이 부담이 높은 소아 중추신경계 암 환자에서 ‘키트루다’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이번 추가 승인은 임상 2상 ‘KEYNOTE-158’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각종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 200mg을 3주 간격으로 투여하면서 효능을 평가한 다기관, 멀티-코호트, 피험자 무작위 분류, 표지 개방 임상시험이다.
지난해 9월 27일~10월 1일에 열린 2019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Keynote-158 2상 임상에 의하면 TMB가 높은 종양을 가진 사람들이 키트루다에 대한 높은 반응을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도 더 연장됐다.
이에 따르면 환자 중 99명(13.2%)이 TMB-H였다. MSD는 이들을 11.7개월 동안 추적해 13.1개월 동안 추적한 비 TMB-H 환자 652명과 비교했다. TMB-H 환자의 65.7%가 PD-L1 양성이었고, 14.1%는 MSI-H였다.
TMB-H군에서 확인된 종양 유형은 소세포폐암(34.3%), 자궁경부암(16.2%), 자궁내막암(15.2%), 항문종양(14.1%) 순으로 많았다. 비 TMB-H 그룹에서 발견된 가장 흔한 종양 유형은 중피종(12.7%), 신경내분비암(12.3%), 침샘암(12.0%), 자궁내막암(10.3%)이었다.
전체반응률(ORR)은 TMB-H 그룹에서 30.3%를 달성했고, 4%의 완전 관해와 26.3% 부분관해를 보였다. 질병의 안정화도 14.1%가 나타냈다. MSI-H 종양을 가진 환자를 제외했을 때 ORR은 TMB-H군에서 27.1%, 비 TMB-H군은 6.7%로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1년을 넘은 TMB-H군은 26.4%, 비 TMB-H군은 14.1%였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2년을 넘은 비율은 각각 18.9%와 6.5%로 차이가 났다. 그러나 생존기간 중앙값은 비 TMB-H군이 14개월, TMB-H군이 11.7개월로 유의성이 없었다.
키트루다 투여 시 중증 또는 치명적인 면역매개성 부작용으로는 폐렴, 대장염, 간염, 내분비계장애, 신장염, 신기능부전, 중증 피부반응, 고형장기 이식 거부반응,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수술(HSCT·골수이식)에 수반되는 각종 합병증 등이 꼽혔다. 이 같은 부작용들의 중증도에 따라 ‘키트루다’는 투여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고, 필요하면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를 투여할 수 있다.
MSD 산하 머크리서치 래버러토리의 스콧 에빙하우스(Scot Ebbinghaus) 임상연구 담당 부사장은 “종양이 처음 발생한 병소 부위가 아니라 특정한 생체지표인자를 근거로 키트루다 단독요법이 허가를 취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라며 “조직종양변이 부담이 메가베이스당 10개 이상으로 높으면(TMB-H) 키트루다를 투여했을 때 가장 효과가 괄목할 만하게 나타날 환자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조건에 맞게 최적의 항암제를 투여하는 개인맞춤형 치료(정밀의학)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고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시간과 경제적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미국 예일대 의대 로이 S. 허브스트(Roy S. Herbst) 종양학 교수는 “의사로서 2차 약제 이상의 치료단계에서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항시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에 혁신적인 생체지표인자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적응증이 승인받은 것은 고무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FDA는 TMB-H 동반진단 의료기기로 ‘파운데이션원® CDx 테스트’(FoundationOne® CDx test)를 승인했다. 조직종양변이 부담이 염기서열 메가베이스 당 10개 이상으로 높은 것을 판단해 키트루다를 투여하기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진단 의료기기다.
이 기기를 개발한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파운데이션메디슨(Foundation Medicine)의 브라이언 알렉산더(Brian Alexander)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조직종양변이 부담을 이해하기 위해 수년간 연구에 매진한 결과 면역치료제에 환자들이 나타낼 반응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인증된 유전체 검사법을 통해 가장 괄목할 만한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환자를 정확히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히 중요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같은 PD-1 억제제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PD-1 억제제인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과 아스트라제네카의 PD-L1 억제제인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 등은 TMB를 바이오마커로 활용하는 전략에서 불운을 겪었다.
BMS는 PD-1 억제제인 옵디보 및 CTLA-4 억제제인 ‘여보이주’(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 ipilimumab) 병용요법을 TMB를 바이오마커로 삼아 폐암치료제로 적응증을 신청했다가 지난해 1월말 신청을 철회했다. 앞서 2018년 BMS는 FDA로부터 심사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추가자료 보완을 요구받고 충격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TMB 바이오마커와 관련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환자 충원 등에 노력했으나 그 해 10월 TMB-H나 TMB-L(저빈도 종양변이부담)이나 사망률 감소 효과가 비슷하다는 결과가 공표됐고 신청 철회로 이어졌다.
그러나 BMS는 PD-L1 지표로 활로를 찾았다. 지난 5월 15일 FDA는 옵디보+여보이를 PD-L1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지난해 8월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4기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핀지와 CTLA-4 억제제 신약후보물질인 트레멜리무맙(tremelimumab)을 병용 투여했으나 TMB가 높은 사람의 수명 연장 효과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키트루다는 지난 5월 28일 발표한 미국임상종양학회 가상 연례회의(ASC0 2020)에서 MSI-H 또는 dMMR을 보인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40%의 사망 또는 암 진행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전에 치료받지 않은 신규 환자에서 키트루다는 16.5개월의 무진행생존기간을 보여 화학요법제의 8.2개월 대비 2배의 효과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치료 후 12개월차에서 키트루다 투여군은 환자의 55.3%가 증상이 악화되지 않은 반면 화학요법제 투여군은 37.3%에 그쳤다. 24개월 차에서는 이 비율이 48.3% 대 18.6%로 격차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10일 FDA는 키트루다의 라이벌인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을 MSI-H/dMMR 양성이면서 과거에 치료경험을 갖고 있거나 불응성인 대장암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정확히는 여보이를 단독요법 또는 옵디보와의 병용요법으로 승인했다. 앞서 2017년 7월 31일 옵디보는 단독요법제로 이같은 적응증으로 가속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것말고도 MSI-H/dMMR 지표와 관련 여러 암종의 적응증에서 키트루다가 옵디보와 레슬링을 하고 있다.
TMB를 항암제의 효과를 가늠하는 바이오마커로 선정하기에는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즉 TMB의 의미가 부풀려져 있다는 비판이다. 지금까지 암환자가 면역요법에 대한 반응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지표는 종양표면의 PD-L1 단백질 개수가 꼽혔다. 이또한 불완전한 척도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TMB를 바이오마커로 선정한 이번 승인도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